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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닉샘 Nick Sam Mar 23. 2019

'공평성의 원리'를 지키는 커뮤니티

커뮤니티 디자이너의 독서 노트 - 야마자키 료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

북클럽에서 커뮤니티로


안녕하세요. 닉샘입니다.

미교독 북클럽을 운영한 지 3년 6개월이 되었습니다.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시작으로 시작한 북클럽 활동은 시간이 지나며, 교육이라는 주제에 대한 스터디를 넘어 '공동체 Community'를 형성하는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진행하고 있는 북클럽,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북클럽들이 어떻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요즘 제가 가진 가장 큰 화두입니다. 2년 전 일본의 유명한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의 책 <커뮤니티 디자인>에 매료된 이후 교육에 대한 공부와 병행하며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대한 공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커뮤니티를 고민하며, 책 <커뮤니티 디자인>과 함께 했던 지인과의 만남



어렸을 적부터 크고 작은 다양한 커뮤니티에 속해 있었고,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이끄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학교 등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위치에 따라 속하게 되는 커뮤니티도 있겠지만 보통 저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들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검도 동아리, 대학교 때 컴퓨터 동아리, 회사에서의 후배들과의 작은 책모임, 교육에 대해 배워가는 북클럽 등..


모든 커뮤니티는 주제에 따라 지역에 따라 참여자에 따라 리더에 따라 모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여자가 행복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참여자들의 니즈와 상황에 맞춰 만들어지고 변화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각각의 커뮤니티가 모두 다를 수밖에 없지만, 건강한 커뮤니티가 지속되기 위해서 공통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공부하며 찾고 있습니다.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와 '공평성의 원리' 


올해 들어 야마자키 료의 책을 한 권 더 읽었습니다.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라는 책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커뮤니티 디자인>이 야마자키 료의 프로젝트 사례집이라면,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는 커뮤니티 디자인에 대한 그의 철학과 방향성, 고민과 생각들을 깊이 있게 이야기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

 

커뮤니티라는 것이 카피될 수 없는 것이고,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것이 방법론과 프로세스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야마자키 료의 철학과 고민을 깊이 있게 들을 수 있는 이 책은 제게 더욱 흥미롭고 유익했습니다.


야마자키 료, 이누미 구미코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

이 책에 실려 있는 야마자키 료의 생각들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고 꼭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가 주민 참여 디자인에 참고한다고 하는 '공평성의 원리'입니다.


*존 롤스의 '공평성의 원리' (야마자키 료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 58p)

제1원칙은 스스로 주체적으로 참여하려는 사람을 모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

제2원칙은 모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제3원칙은 그 프로젝트를 외부에서 바라보고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간단한 원칙이지만 그대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민주적 참여 문화에 대한 것들입니다. 주민 참여 프로젝트를 위한 원칙으로 소개되었지만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에도 꼭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제가 생각하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가 되기 위해 꼭 실천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주위의 커뮤니티들이 이러한 원칙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커뮤니티는 멤버들의 참여가 부족해 지속되지 못하거나, 리더의 독단적인 판단에 따라 운영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커뮤니티는 외부인이 참여하기에는 폐쇄적인 성격을 가지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학연/지연/혈연에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커뮤니티들은 더욱 그렇게 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아직 우리는 '공평성의 원리'를 지키는 커뮤니티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건강한 커뮤니티가 꼭 그래야만 한다라는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공평성의 원리'를 지키는 커뮤니티의 실험


그동안 북클럽에서 그리고 그 주위로 만나고 소통하는 분들 사이에서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습니다. 북클럽을 시작한 후 경험하고 있는 커뮤니티의 삶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공평성의 원리를 지키는 커뮤니티는 오히려 좀 더 가벼운 것일 수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적극적인 참여만 익숙해진다면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커뮤니티의 실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고민과 문제의식, 관심과 취향을 자유롭게 나누며 삼삼오오 모이고 행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실험을 계속 해보려고 합니다.  


가벼운 커뮤니티의 실험을 꿈꾸며 <커뮤니티 디자인>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을 옮기는 것으로 글을 마칩니다.


혼자서는 좀처럼 시작하기 어려운 일일지 모르겠지만, 몇 사람이 모여 실외에서 식사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 그것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모인 사람들 간에 공감대를 만들어 낸다. 한 가지 테마로 특화된 커뮤니티가 생기는 것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와 함께한 만남. 커뮤니티는 생각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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