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의 창업 기록 #6
다이얼팩토리를 창업한 지 어느덧 5년 차이고, 창업을 준비하고 타 법인의 공동 창업을 시작했던 시기까지 포함하면 만 5년이 넘었다. 지난 과정들이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고 감사하지만, 아직도 앞으로 갈 길이 더욱 멀다.
대기업에서 플랜드 엔지니어로 일하던 시절 2015년 회사 밖 사이드 프로젝트로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주제가 분명한 독서 모임의 기획과 운영 경험을 쌓으며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나름의 방식을 익히게 되었다. 주변에서 독서 모임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이나 공간을 돕는 일에서 보람을 느꼈고 새로운 전문성으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8년 지인의 추천으로 야마자키 료 선생님의 <커뮤니티 디자인> 책을 통해 커뮤니티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되었고, 2019년 독서 모임의 동료를 통해 지역 혁신과 도시재생, 주민 공동체 등의 현장과 연결되어 커뮤니티 디자인 일을 계획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독서 모임을 만나고 시작한 이후 경험했던 일들도 매년 새로웠지만, 창업 지역을 공주 원도심 제민천 마을로 정하고 약 5년 간 일어났던 일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말할 정도로 한해 한 해가 새로운 도전과 성취, 가능성으로 가득했다. (아래에 간단히 기록하겠지만 이후에 또 다른 조각의 글들로 자세한 기록을 남길 예정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일의 영역을 만들고, 커뮤니티 디자이너로 지역에서의 사례와 전문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있었다. 동시에 커뮤니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노하우를 워크숍의 형태로 만들어 다른 지역의 공동체들에 서비스했다. 2020년 1월에 처음 진행한 워크숍이 현재 다이얼팩토리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커뮤니티 디자인 워크숍'이 되었다. 공주 제민천 마을에 다양한 주제의 소모임 형태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동시에, 새로운 청년의 유입과 정착, 창업을 돕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이런 것들이 모여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바탕으로 이어져 마을의 동료들과 2021년 공주 청년마을 '자유도'를 기획하고 총괄 역할로 운영할 수 있었다. (이는 다이얼팩토리의 법인이 아닌 공동창업으로 참여한 (주)퍼즐랩 법인으로 진행한 사업이다.)
그리고 2022년부터 대화 워크숍과 커뮤니티 디자인에 집중된 서비스와 사업화를 위해 '주식회사 다이얼'을 신규 법인으로 설립하여 브랜드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지역과 마을을 기반으로 펼치는 주변의 다른 사업들(F&B, 책방, 숙박, 관광 등)에 비하여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것이 사업 아이템의 개념이 새롭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콘텐츠였기에 인지도 형성과 사업의 확장에 어려움이 있던 것 같다. 반면, 공주 제민천 마을에서의 성과와 사례가 다른 지역에 비하여 빠르게 보여지고 알려져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포지셔닝하는데 유리했던 점도 있었다. 마을에서 일들이 매년 새로운 단계로 펼쳐지는 과정에서 서울에서 함께 내려온 동료와 '이렇게 펼쳐지는 일들이 너무 신기하다. 너무 감사하다'라는 감탄과 감사의 대화를 많이 나눴다.
하지만 매년 빠른 변화가 생겨났던 만큼, 창업 기업으로서 사업을 이끌어가는 측면에서는 매년 새로운 국면에서 새로 창업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이얼팩토리가 브랜드 기업이 되기로 결심한 후 하나하나 빌드업해 가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쌓아온 스토리와 사례, 노하우들을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로 담아내어 출시하는 단계, 그에 걸맞은 웹페이지와 쇼핑몰, 제작과 유통 과정을 준비하는 단계, 이를 함께 이끌어갈 동료를 모아 팀을 형성하고 조직 체계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단계. 이 모든 과정이 새롭고 시간과 에너지, 자원이 필요하다. 창업자 대표인 나(닉샘) 스스로도 각 단계에 맞는 역량과 판단 기준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도전하고 있다. 쌓여온 시간 만큼 많이 온 것 같지만, 제대로 된 브랜드로 성장하고 브랜드 제품들로 매출이 발생해 기업이 돌아가는 구조가 되기까지는 또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브랜드 기업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암벽 등반 장비를 개발해 초기 창업 기업 '쉬나드 이큅먼트'를 창립해 운영한 지 약 16년 만에 '파타고니아'를 창립했다고 한다. 스스로는 등산 장비를 개발하고 이를 테스트하며 전 세계로 암벽 등반 현장을 누비면서도, 사업과 경영에 대한 책들을 독파하며 사업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초기 창업 때부터 쌓아온 가치와 철학, 스토리가 현재의 '파타고니아'라는 독보적인 브랜드 기업으로 이어졌다. 파타고니아는 창업한 지 30년이 넘었다.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참조)
다이얼팩토리는 양적 성장은 다소 느리고 규모는 작더라도, 단단한 가치와 훌륭한 제품, 행복한 기업 문화를 가진 명품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 한두 해의 성장이나 매출 증가로 가치가 판단되는 기업보다는 나와 동료들의 삶에 걸쳐 쌓고 만들어가는 존경받는 브랜드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하나씩 만들어가다 보니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일들이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커뮤니티 디자인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성장하는 데는 천천히 시간이 필요하듯이 브랜드 기업이 되는 일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긴 여정을 설계한 만큼 인내와 꾸준함으로, 삶의 목적에 가까운 비전과 미션으로 다이얼팩토리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이제 시작이고 아직 갈길이 멀다. 그렇기에 시선은 멀리 보고 큰 꿈을 꾸며, 작은 걸음 하나하나에 몰입해 행복한 과정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2024년 8월 9일 오전 1시, 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