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충동적으로 돈을 소비하는 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low-buy 챌린지를 하고 있다. 분명히 내가 쓴 돈이 카드값으로 청구된 것일 텐데, 합계금액으로 나온 걸 보니 왠지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회피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번 기회에 요 패턴을 한 번 꼭 바꿔보리라 마음먹었다. 이 기회에 내 소비패턴을 파악하자, 습관적으로 충동적으로, 감정적으로 돈을 써버리는 습관을 고치자라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다음 달 카드고지서에 얼마가 찍혀야 허덕이지 않을지 목표 결제금액을 정하고, 일주일 단위로 나누어서 일주일에 쓸 수 있는 예산을 스스로에게 할당했다.
이 예산을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러 시도들 중 하나는 셀프 모니터링이었다. 모이면 큰 덩치가 되는 나의 푼돈 소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관찰하고 멈추어보기로 했다.
'이 정도는 당연해.’ 라며 습관적으로 출근길에 마구 눌렀던 사이렌 오더 버튼도 누르기 전에 '정말 마시고 싶은 건지?' 혹은 '끊을 수 없는 습관의 발현'인 건지 잠시 멈춰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귀찮기도 하고, 이거 얼마 안 하는데 매번 모니터링해야 하나? 생각이 들어서 심통이 나기도 하고, 거부감, 저항감도 들었지만 2주가 넘어가면서부터 모니터링 과정이 미친 듯이 괴롭지는 않아졌다. 모니터링이 습관이 된듯했다.
오히려, ‘아 나 이럴 때 충동적으로 /습관적으로 돈 쓰던데, 주의해야지.'라고 선(pre) 모니터링까지 조금씩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꽤나 감정적으로 소비를 하고 있었다. 심심하면 뭐 사고, 미안하면 뭐 사고, 몸이 피곤하니까 자포자기해서 엉뚱한 음식 시켜먹고 등등.
결국 내가 낸 카드값은 내 안 좋은 습관들을 그득히 안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스스로 보지 못했을 뿐.
그런데
셀프 모니터링으로 드러난 나의 안 좋은 습관들,
이 아이들을 감지하고 잠시 멈춰 서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나에게 좋은가? 를 묻고 선택해 가는 과정이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지난 10여 년 동안 영어공부에 늘 적용해온 방법과 똑같은 맥락이었다.
‘지금'의 내 영어가 석연치 않다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건 아니다 싶다면, 회피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든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내 영어 셀프 모니터링'이다.
셀프 크리틱으로 부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내 영어를 내가 교정하는 것”이다.
내가 내 영어를 셀프 크리틱 한다고? 싶을 수 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만 셀프 크리틱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조금만 치졸해질 각오만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영어를 말한다면 반드시 녹음 하는 걸로 시작한다. 영어를 쓴다면 쓰고 끝! 이 아니라 다시 돌아와서 보고 또 보고 를 하면 된다.
모드는 치졸. 의심 모드.
따라야 할 느낌은 “갸우뚱”.. 한 감정.
처음엔 많은 양을 하기 힘드니 교정이 필요한 아이 하나만 찾아서 고친다. 를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
녹음을 했다면 들으며, 썼다면 그 라이팅을 보며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 “이거 맞나? 이거 콩글리쉬 아닌가? 이거 문법 맞는 거 맞아?” 라며 물음표를 던지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쓰다 보니 내 책에도 구글 활용법 중 하나로 이 부분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귀찮고, 아 뭐.. 내가 들어봤자 달라지겠어? 싶지만 나의 경우엔 내 영어를 한 단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일등공신 중 하나가 이 셀프 크리틱이다.
지금의 내가 들었을 때 갸우뚱거리게 되는 그 영어만 잡아내어도 나는 '지금의 내 영어' 보다 어쨌거나 발전한다. 내가 뭘 알겠어? 는 나를 너무 얕보는 말! 내가 들어도 내가 봐도 이상한 부분은 분명 내가 잡아낼 수 있다.
그냥 '윽'하며 멈칫. 하는 부분에서 멈춰 서면 된다. 그 부분이 내가 '확신'이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가 영어를 다 말하고, 다 쓰고 난 후에
의식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하지만
셀프 크리틱/ 셀프 모니터링을 계속하다 보면
내가 영어를 뱉는 순간과 모니터링을 행하는 텀(term)이 점점 짧아진다.
말하고 -> 아, 셀프 크리틱 해야지. 였다면
조금 지나면
말하자마자 -> 근데 이거 맞나?
바로 이어져서 나오고
그다음엔
말하는 동안에 (내뱉는 와중에) -> 아 이거 아닌 거 같은데 가 된다.
말하기와 모니터링이 동시에 된다.
그러다가 더 지나면
말하기 전에 -> 이런 뉘앙스에서 이렇게 가면 대부분 콩글리쉬였어... 알지?!^^^ 의 식으로
선(pre)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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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크리틱을 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영어실력이 늘어야 할 것 같은데,
발화 속도가 더 더뎌지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시기가 오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모르는 채 그냥 말하고 끝 이 아니라
헉 아닌 거 같은데?라는 모니터링이 끼어들며
영어실력에 득이 되는 버퍼링이 생기기 때문.
개인 코칭을 받는 분들을 보아도 대부분 실력이 내면에서 확 늘 때 오히려 겉으로는 발화 속도가 느려지는 걸 볼 수 있다. 그때 꼭 이 이야기를 해드리는데, 이 시기가 지나면 정말 확, 하고 한 단계 실력이 오른다.
이 부분(득이 되는 버퍼링으로 인해 낮아진 발화 속도)을 극복하는 방법은
또 다른 글에서 써보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셀프 크리틱' 셀프 모니터링을 꼭 꼭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매번은 안되더라도, 혹은 말하기/쓰기 연습하는 양을 줄이더라도,
나에게서 나오는 영어를 야무지게 책임지는 습관을 들인다면 내 영어들은 반~드시 야무지게 보답할 것이다!
<영변 통역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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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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