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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Jul 14. 2023

[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세상을 유영하기 위한 삶의 질서에 대한 이야기




올해 초 , 즐겨보는 북튜버와 책 친구들의 추천 책들을 둘러보는데 이 책을 모두가 추천하고 있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검증이 된 책이라는 생각에 구매를 하고 맛있는 거 두었다가 먹어야지.. 하는 맘으로 쳐다보고만 있다가 드디어 읽었다.

책을 덮으면서 아하!! 하는 감탄사와 가슴이 두근거리는 공감을 느꼈다. 왜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을 추천했는지 백분 공감했다.
작가 룰루 밀러가 자신의 혼돈을 정리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의 학술과 관점에 동의하기도 하고 시대가 낳은 학설들에 대해 (그릿, 우생학)등에 반론을 갖기도 하면서 결국 그녀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이,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 p. 227)


그 결론의 의미가 너무 와닿았고, 정말 물고기 해골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인간은 자연을 나름의 기준으로 선을 긋고 경계를 만들며 분류한다. 그러나 그 기준에 위대한 자연은 그저 보이는 차이만 보여줄 뿐 우리의 한정된 기준으로 그것을 규정짓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의 편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을 알아갈수록 그 경계는 무너지고 그  경계 밖, 격자 밖으로 우리는 이끌리고 있다는 작가의 말이 너무 와닿았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빛 물고기 한 마리가 내 머릿속에서 녹아 사라지는 모습을 그려본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우리가 자연 위에 그은 선들 너머에 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어떤 범주들이 무너질 참일까?  구름도 생명이 있는 존재일 수 있을까? 누가 알겠는가. 해왕성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비로 내린다는데. 그건 정말이다. 바로 몇 년 전에 과학자들이 그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p. 263)


이 세상에서 유연해지기 위해서는 기준에 얽매어 시선을 두고 가치 판단을 하면서 생을 일률적으로 살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 앞에서 수용하는 자세로 살아갈 때, 우리는 마치 물고기가 물속을 유영하듯 이 세상을 유영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해골 열쇠를 하나 얻었다. 이 세계의 규칙들이라는 격자를 부수고 더 거침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물고기 모양의 해골 열쇠. 이 세계 안에 있는 또 다른 세계.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고 하늘에서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며, 모든 민들레가 가능성으로 진동하고 있는, 저 창밖, 격자가 없는 곳.(p. 267)'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이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p.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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