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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Feb 22. 2024

[리뷰] 로드 무비:유럽에서 문래 하다 - 최정은

나를 만나는...


"걷다 마음이 내킬 때
멈춰 서서 나를 만나는 이야기"(책 소개 中)

책을 다 읽은 후에 책의 제목을 이해했다.
'로드 무비' 그리고 '문래 하다'
문래는 내가 예상했던 그 '문래'였다. 영등포구에 있는 그 문래동. 언제부터인가 예술인들이 모이고, 문래창작촌이 생겨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그곳.
작가는 유럽의 도시에서 '문래를 하고'있다.
런던, 문래, 제주, 파리, 리옹, 밀란 이 도시들을 교집합으로 가지고 있는 작가는 각각의 도시에서의 시간을 "~하다"라고 표현한다.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책을 읽고 나면 이해가 된다.

외국의 도시를 가 보는 것, 우리는 여행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좋아하는 나로서,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은 욕구는 가득이었다. 같은 도시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보고 느끼는 방법이 다르니까.
작가가 도시마다 "~하는" 그것이, 어설프지만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이었다. 자주 가 볼 수 없는 이국땅이기에 일단 가면 랜드마크를 찍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여행기간 동안의 에피소드와 사진 몇 장들 뿐이다. 이름 없는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마치 현지인인양 그렇게 느긋하게 그 도시 자체를 즐기고 만끽하는 여행을 하고 싶은데 사실 그게 쉽지 않다. 요즘은 예전보다는 많이 자유로워지고 인터넷의 검색사이트가 있기에 충분히 다닐 수 있지만 이제는 용기가 나기 않는다고 또 핑계를 대기도 한다.
얼마 전에 읽은 <순례주택>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관광은 많은 것을 요구하는데 순례는 감사하게 된다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 새로운 것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한데 모아 어우러지게 하고 그것이 새로운 빛을 발하게 만드는 삶. 그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많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선한 기운들이 어우러질 때 또 다른 모양의 삶의 한 귀퉁이가 완성되어 나만의 로드 무비 한 편이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책의 중간중간에 실려있는 거리의 사진들은 어느 유명한 관광지의 사진보다 내 맘에 와닿았다. 마치 내가 유렵의 도시를 '문래 하고'있는 느낌이랄까.
그랜텐저린이라는 의미도 알게 되었고 , 기회가 된다면 그 와인도 한 모금 마셔보고 싶어 진다.


'구원이라. 나중에야 비로소 나는 이 교육과정이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한을 두어야 하나하나의 구성 요소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 제한은 문제를 일으키고 그 문제는 해결책을 찾으려 창의성을 요구한다는 사실. 어쩌다 무인도에 표류하며 섬에 있는 나무, 플라스틱병, 어망, 배구공을 가지고 무언가 만들어 섬을 탈출하려는 방법을 찾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그 누구도 만들지 않았던 발명품, 우리만의 영화를 만들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p. 66)'



''미스터리'는 일어난 사건이고, '스릴러'는 일어날 사건이다. 미스터리를 해결할 탐정의 등장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p. 236)'


'서로 만나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았던 나와 문래, 영국 그리고 귤이 만나 와인으로 빚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도리어 이 와인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를 시 험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나에게 불안을 불러일으켰으며, 나에게 배우라며, 저 줄 너머 내 공간을 만들라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시작한 나의 귤 와인 만들 기 도전과 와인과의 줄다리기는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 p. 240)'


'잃어버린 수첩에 적어 내려갔던 사실과 지식의 기록들처럼, 나는 사랑하는 것들을 소유하고 지배하며 이 모든 것을 사랑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과거의 상처에 다시 대지 않게 불안이 이끄는 대로, 수첩이라는 내 인생에 한 자 한 자 적고 있노라면, 내가 사랑하는 것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사랑하는 것이 그 무엇이 그 누군가가 되었든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하고 진정으로 알려고 하며, 온전히 몰입해 그 존재 자체를 인정했어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p. 247)'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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