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구원이라. 나중에야 비로소 나는 이 교육과정이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한을 두어야 하나하나의 구성 요소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 제한은 문제를 일으키고 그 문제는 해결책을 찾으려 창의성을 요구한다는 사실. 어쩌다 무인도에 표류하며 섬에 있는 나무, 플라스틱병, 어망, 배구공을 가지고 무언가 만들어 섬을 탈출하려는 방법을 찾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그 누구도 만들지 않았던 발명품, 우리만의 영화를 만들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p.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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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는 일어난 사건이고, '스릴러'는 일어날 사건이다. 미스터리를 해결할 탐정의 등장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p. 236)'
'서로 만나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았던 나와 문래, 영국 그리고 귤이 만나 와인으로 빚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도리어 이 와인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를 시 험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나에게 불안을 불러일으켰으며, 나에게 배우라며, 저 줄 너머 내 공간을 만들라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시작한 나의 귤 와인 만들 기 도전과 와인과의 줄다리기는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 p.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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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수첩에 적어 내려갔던 사실과 지식의 기록들처럼, 나는 사랑하는 것들을 소유하고 지배하며 이 모든 것을 사랑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과거의 상처에 다시 대지 않게 불안이 이끄는 대로, 수첩이라는 내 인생에 한 자 한 자 적고 있노라면, 내가 사랑하는 것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사랑하는 것이 그 무엇이 그 누군가가 되었든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하고 진정으로 알려고 하며, 온전히 몰입해 그 존재 자체를 인정했어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p.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