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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Feb 13. 2024

[리뷰] 순례 주택 - 유은실

진짜 어른들의 이야기


김순례(金順禮) '순하고 예의 바르다'는 순례 씨는 그 이름을 순례자(巡禮者)에서 따온 순례로 개명하고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하는,
75세의 순례주택 건물주다.
순례 주택에는 1층에 상가 1개(조은영 헤어)와 각 층별로 1호, 2호가 있는 4층의 건물이다. 옥상에는 옥탑방과 정원이 있는데 그곳은 입주민들의 공용 공간이다.
이 주택은 임대료가 싸고 와이파이, 옥탑방, 옥상 정원을 공유할 수 있고 순례 씨가 있기에 좀처럼 세입자들이 나가지 않아 그 주택에 입주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다.
대기표를 가지고 몇 년을 기다려야 입주를 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그 주택이다.
순례 씨가 세신사로 일해서 집을 사고 건물을 올린 일명 '때탑'이라고 부르는 그 주택은, 입주자들의 디딤돌이 되어주고,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가며 살아가고 있는 빌라촌의 다세대 주택 건물이다.
윗동네의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섞이기를 꺼려하고 집값 걱정하는 사람들의 눈에 가시처럼 여겨지는 곳이긴 하지만, 오히려 여기 순례주택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 모두, 열심히 살아가는 알짜배기 부자들이다. 겉모습에 심취해서 그럴싸한 빈껍데기로 치장하고 사는 속물들과는 다른 이들이다.
화자인 오수림은 순례 씨의 최측근이다.
철딱서니 없는 1군(아빠, 엄마, 언니)이 쫄딱 망해도 그 허영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기에 순례 씨와 의논하여 그들을 외할아버지가 사시다가 돌아가신 201호에 입주시켜 준다.
과연 그들은 그 순례주택에서 그 주택의 선한 기운을 받아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 그들과의 좌충우돌 성장이야기(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라 아직 성장해야 할 어른들도 많기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여러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이 혈연이든, 이렇게 이웃이든,
어떤 경우는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가깝기에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생겼으리라.
희망을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 응원하주고 , 힘들 때는 기댈 수 있고 그렇게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순례주택의 가족들,
원더 그랜디움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보다 오히려 더 높은 곳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며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그 힘든 평 험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순례 씨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막연했다. 순례 씨, 길동 씨 부부, 박사님, 원장님, 2학년 담임선생님…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은 금세 꼽을 수 있지만,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p. 53)'

'순례 씨는 '감사'라는 말을 잘한다. 1군들에게선 거의 들은 적이 없는 말이다. 순례 씨가 좋아하는 유명한 말 -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 - 가 떠올랐다. 나도 순례자가 되고 싶다. 순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내 인생에 관광객은 되고 싶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p. 99)

#순례주택 #유은실 #巡禮 #비룡소 #소설읽기 #북스타그램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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