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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Apr 22. 2024

엄마표 올리브유 레몬 머핀,

조금 힘들어도 이 정도쯤은.

아이들과 종종 엄마표 쿠킹을 하는데 나는 그걸 푸닥거리한다고 표현을 한다. 나 혼자 하면 쉽사리 끝날 일을 굳이 아이들 손을 빌려서 한다는 것, 잔손이 훨씬 많이 가고, 결과물의 만족도도 다소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아이들의 "엄마랑 쿠킹하고 싶다" 하는 혹은 회당 몇 만 원은 들어야 하는 "쿠킹 클래스에 가고 싶다" 하는 지청구를 끊어낼 수 있으니 그야말로 푸닥거리이다.



이번 쿠킹은 간단히 레몬 마들렌으로 했다. 큰 아이가 레몬을 좋아하는데 생 레몬을 온갖 인상을 찌푸려가며 씹어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속 버릴까 봐 빈속에는 못 먹게 하지만 자기는 이렇게 신 맛이 너무 좋단다. 옆에서 신랑은 레몬의 씨를 빼주며 본인 어릴 때랑 똑같다고 나도 저랬는데, 중얼거리기에 그러게 자식은 너와 나, 단점의 집합체가 맞나 보다 응해주었다. 밥 안 먹고 반찬만 먹는 나와 똑같고, 생 레몬을 씹어먹는 아이. 별로 좋지 않은 건데 빼다 박았다.


레몬 세 개를 사서 베이킹 소다에 벅벅 문지르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세척했다. 레몬 껍질까지 활용할 예정이기에 평소보다 더 유난을 떨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은 전날 밤 한 약속을 확인하듯이 싱긋이 웃으며 다가온다. 그 웃음은 바로 엄마, R U Ready?


밀가루와 아몬드 가루를 반반 섞어 미리 체 쳐 둔 가루류를 꺼내고 냉장고에서 계란 세 개, 설탕통, 레몬, 올리브오일을 준비한다. 각자 하나씩 계란을 까는데 아직은 계란을 깔끔하게 깨지 못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산산조각 내던 예전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다. 계란과 설탕을 계량하여 섞고, 가루류와 올리브오일까지 계량해서 넣은 뒤 대망의 레몬제스트를 넣을 시간. 레몬은 그 존재함으로 상큼함을 뽐낸다. 굳이 맛을 보거나 향을 맡을 필요도 없이 보기만 해도 신 맛이 입에 도는 새콤함을 느낄 수 있다. 치즈 그라인더를 가지고 와서 레몬을 갈아보라 했다. 작은 아이는 아직 손에 힘이 없어 쩔쩔매는데 큰 아이는 순식간에 레몬 과육이 보일 만큼 갈아버린다. 레몬 과육에 혀 끝을 대 보며 행복해하는 아이. 신랑이 어릴 때에 이런 표정을 지었을까?


레몬제스트를 조금 넣으니 반죽의 향이 바뀐다. 잘 섞어서 틀에 넣고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10분, 나는 정리를 하고 아이들은 손을 씻고 뒹굴며 만화책을 본다. 배가 고플 만도 한데, 그리고 큰 아이는 사실 이런 빵 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제 손으로 만든 음식은 잘 먹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영어 유치부와 학원 일을 하며 아이들이 쿠킹 클래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새삼 느꼈던 터다. 정말 별 것 아닌 샌드위치 만들기에도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우리 집에 사는 두 아이들의 마음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어쩔 땐 엄마랑 쿠킹을 자주 해서 시큰둥한 듯 보여도 사실은 큰 기쁨의 시간일 것이라는 것. 제 손으로 만든 음식의 맛을 오랜 시간 기억 할 것이라는 것, 어쩌면 엄마와 함께 한 시간도 영원히 기억해 줄 거라는 것.


버터의 풍미는 따라잡지 못했지만 나름 괜찮은 맛의 올리브 오일 마들렌과 머핀이 완성되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이듯, 마들렌 틀에 넣은 것은 마들렌, 머핀틀에 넣은 것은 머핀이다.


과일과 우유를 곁들여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주말 아침을 먹고 치운다.


푸닥거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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