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덕에 저학년 문고를 다 읽고 있다. 아이는 만화를 좋아하지만 만화보다는 줄글 동화책을 읽히려 하고 있고 그냥 읽으라면 안 읽거나 대충 읽고 덮어버릴 때가 많아 일주일에 한 두권 정도는 활동지를 준비해서 독후감 비슷한 것을 받아내는 편이다. 활동지는 인터넷에 찾아볼 때도 있지만, 그냥 내가 먼저 책을 읽고 몇 가지 질문을 추려 만드는 것이 훨씬 시간도 적게 들고, 내가 책을 직접 읽어 볼 수 있어서 번거로운 것 같아도 이 방법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버려버려 스티커는 작년에 한 번 읽었던 책이고, 항상 그랬듯 책은 여러 번 읽어도 읽을 때마다 감상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영양소가 다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일독을 권했다. 내용은 여러 책에서 소재로 다루고 있는 엄마의 잔소리, 상상이 가능한 이야기이다.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싫었던 아이는 우연히 줍게 된 버려버려 스티커를 이용해 엄마의 잔소리를 버려버리게 되는데 너무 변한 엄마의 모습에 당황하다가 쓰레기장까지 찾아가 엄마의 잔소리를 다시 되찾아 온다는 내용이다.
나도 어쩌다 듣는 잔소리가 너무 싫은데 매일 일상으로 잔소리를 들으며 자라야 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싫을까 생각해 본다. 잔소리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건지는 아직 모르는 아이들, 그 천진함을 부러워하며 읽어내는데 나도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웅이가 엄마의 잔소리를 버리려 엄마의 잔소리에 스티커를 붙이자 잔소리가 입이 아닌 가슴에서 쏟아져 나온다. 엄마의 잔소리는 사실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마음의 소리라는 것인데, 나는 너무 찔렸다. 나도 잔소리가 일상이긴 하지만, 나의 잔소리는 사실 사랑하는 마음이라기보다 그날의 감정, 피로도, 일상의 무게, 가장 크게는 호르몬이 좌우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양육자의 일관된 태도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어디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같은 일에도 어떤 날은 부드럽게 어떤 날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는 것이 사실인걸, 아차하고 정신 차려보면 그날 내 기분이 조금 안 좋았거나 호르몬의 마법에 걸려든 날이거나, 여하튼 아이들의 잘못 보다는 내 상태 때문에 잔소리 폭격을 퍼붓는 날이 많다 보니 너무나 미안하고 찔리던 그 장면이 어른인 나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쓴 활동지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다. 아직 저학년이라 활동지를 쓰라면 쓰는 나이이니 당분간 한 달에 한 두 권이라도 이렇게 독서 감상문을 받아내려고 한다. 더 크면 이런 글을 써서 엄마에게 보여주는 일이 없어질 것 같아서 벌써부터 아쉽기도 하다. 아이는 나랑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고 싶다 하니 건강하게 먹고 자고 즐겁게 살아야겠다. 고마워, 엄마 좋아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