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의 삶에서 배우다
열일곱에 아방이 박으로 만들어준
테왁을 품에 안고 바당 안으로 들어가
한 움큼 매역을 움켜쥐고 올라왔습니다
나이 서른에 서방이 풍(風)으로 쓰러져
홀로 아이 셋을 요망지게 키워오면서도
눈보라가 해안을 휘감을 때에도
구젱기를 한 움큼 짊어지고
새끼 젖 물리려 황급히 고개를 넘어왔습니다
한쪽 발목이 없는 그녀는
육지보다 바다가 더 편합니다
뒤 뚱거리지 않고, 몸이 쭈욱 미끄러져 나갑니다
일등 상군이 되어 누구보다도 먼저
전복을 한 움큼 쥐고,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육지 걷는 것보다 빠르게 제주 바당 길을
보물로 가득했던 바당 속 세상을
짧은 다리로 휘휘 잘도 저어 갑니다
그녀가 한 번의 숨비로 못 견뎌 올라왔던
바깥세상에서 수년간 살면서, 나는
얼마나 간절했고, 얼마나 자유로왔던가요
물속에 상체를 박고, 양다리 허공 찌르는
숨비보다 깊은 버팀이 내겐 있기나 했던가요
벼랑 끝 절벽 위에 서서 나는
그녀들이 섬(島)에서 살아왔을 삶을 생각하며
한 번의 숨으로 바라본 물속 세상과
다시 올라와야 할 바깥일들이 왜 이리 다른지
곰곰 생각하다가 홀로 오던 길로 다시 돌아 섭니다
(2025.12.19)
*죰녜: '해녀'의 제주어
*숨비: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 깊이 들어마시는 숨, 제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