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소재와 배우, 그러나 설득력을 잃어버린 이야기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민규동 감독이 연출하고 이혜영, 김성철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파과>를 감상 하였습니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60대 여성 킬러'라는 매우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특히 베를린 국제 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그 기대감은 더욱 증폭되었죠. 하지만 영화를 직접 보고 난 후의 제 솔직한 감상은, 아쉽게도 실망감이 더 컸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영화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지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영화 <파과>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아쉬웠고, 어떤 문제점들이 눈에 띄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려고 합니다.
대사의 문제점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바로 대사입니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보다는 어딘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부 주인공 '조각'(이혜영 분)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그녀는 뜬금없이 "조각." 하고 단어를 던집니다. 상대방이 "네?" 하고 되물으면 그제야 "내 이름은 조각이야." 라고 말하는 식의 화법이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맥락 없이 단어나 문장을 툭 던져놓고 대화를 이어가는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데, 놀랍게도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대사가 꽤 자주 반복되어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현실에서 과연 누가 앞뒤 상황 다 생략하고 자신의 이름을 저렇게 말할까 싶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과 감정을 너무나 친절하게 대사를 통해 설명하려는 경향도 두드러졌습니다. 마약 조직에 홀로 쳐들어갔다가 궁지에 몰린 '조각'을 구하러 온 '투우'(김성철 분)가, 사실은 조각이 일부러 그런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설마, 일부러?"라고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대사로 내뱉는 장면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조각이 의도적으로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은 관객이 연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놀라움을 느껴야 하는 부분인데, 이를 투우의 직접적인 대사로 설명해버리니 긴장감이 떨어지고 연출의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설득력 부족한 캐릭터 구축
대사뿐만 아니라 캐릭터 구축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극 중에서 조각이 마음을 열게 되는 여자아이 '해니'의 설정은 영화를 보는 내내 의문을 자아냈습니다. 제작진은 아마도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해니라는 캐릭터는 순수하다기보다는 상황 판단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현실 감각이 없는, 때로는 답답하고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는 아이로 그려졌습니다.
조각에게 자신의 학예회에 꼭 보러 와달라고 해맑게 초대하는 장면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넘길 수 있지만, 처음 보는 낯선 남자인 투우에게까지 스스럼없이 학예회 초대를 하고, 심지어 영화의 마지막에는 별다른 경계심도 없이 투우를 너무나 쉽게 따라나서 스스로 납치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은 캐릭터의 행동에 대한 설득력을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아이의 순수함을 넘어선 무모함과 부주의함은 관객의 공감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주인공 '조각'의 캐릭터 구축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때 조직 내에서 전설적인 킬러로 불렸지만, 이제는 60대가 되어 노쇠하고 병든 몸으로 예전 같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는 인물. 영화는 분명 그녀의 이러한 '노익장'과 그 이면에 숨겨진 쓸쓸함, 그리고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캐릭터 '조각'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관록이나 카리스마라기보다는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이혜영 님의 그야말로 투혼에 가까운 열연, 즉 '배우의 노익장'만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이혜영 배우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고, 화면을 장악하는 존재감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배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조각'이라는 인물이 가진 본연의 매력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마치 잘 설정되지 못한 캐릭터를 배우 한 사람의 역량과 노력으로 힘겹게 끌고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실감 떨어지는 액션
액션 장면들 역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조각'이 아무리 과거에 전설적인 킬러였다고는 하지만, 현재는 60대의, 심지어 병까지 앓고 있어 손을 떨기까지 하는 노년의 여성입니다. 이러한 신체적 조건에서 킬러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전면적인 육탄전보다는 암살 기술이나 도구를 이용한 원거리 공격, 혹은 노련한 전략을 활용하는 모습이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자신보다 훨씬 젊고 건장한 남성들과의 육탄전을 주로 보여주었고, 이는 처음부터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놀이공원 '해피랜드'에서의 마지막 전투 장면은 로프 액션 등을 활용해 나름대로 스타일리시함을 추구하려는 의도는 엿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다소 어설프게 느껴졌고, 액션 영화에 대해 그다지 깐깐한 시선을 가지지 않은 저에게도 '멋있다'는 느낌보다는 '어딘가 안쓰럽다', '너무 어설퍼 보인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내로남불과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
'조각'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일관성 없는 태도 또한 영화의 몰입을 저해했습니다. '목격자를 남긴 조직원은 반드시 제거한다'는 조직의 엄격한 규칙은, 조각 자신이 젊은 시절에 직접 만든 것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규칙에 따라 자신의 오랜 동료였고 막역한 사이였던 '장비'라는 조직원을 직접 제거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정작 조각 자신은 우연히 자신을 치료해준 수의사 '강봉회'를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보호하려고 애씁니다. 심지어 목격자를 만든 자기 자신을 제거하려는 조직의 뜻에 정면으로 저항하기까지 하죠.
이러한 행동 변화를 조각의 내면적인 성장을 통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면 관객도 납득할 수 있었을 테지만, 영화는 그러한 과정을 생략하거나 부족하게 다루면서 관객 입장에서는 그저 '내로남불'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조각이 만들었던 냉혹한 규칙의 의미와 그로 인해 희생된 '장비'의 죽음에 대한 당위성마저 한꺼번에 흔들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투우' 캐릭터의 행동 동기 역시 명확하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투우가 조각을 그토록 극단적으로, 거의 파멸 직전까지 몰아가는 이유가 영화 내내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습니다. 물론 영화 후반부에 가면 과거의 사연으로 인해 투우가 조각을 마치 엄마처럼 생각했고, 동시에 그녀 때문에 아버지를 잃었다는 복잡한 애증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설정이 드러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투우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조각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과 같은 행동들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죽어가는 투우에게 조각이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묻자, 투우가 "기억하지 못하면 슬프잖아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관객의 감정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보다는 다소 억지스럽고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설정은, 투우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흥미로운 설정들
'투우'가 가지고 있는 '꽃가루 알레르기'라는 설정은 처음 등장했을 때 꽤 흥미로운 장치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했습니다. 조각과 투우는 나이와 성별에서 오는 명확한 신체적인 능력 차이가 존재합니다. 60대의 병든 여성 킬러와 젊고 혈기왕성한 남성 킬러의 대결에서, 관객들은 조각이 어떻게 이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집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투우의 '꽃가루 알레르기'라는 약점은 아주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며 극적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좋은 설정을 그저 조각이 과거 어느 날 꽃가루 때문에 재채기하던 어린 투우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는 아주 단편적인 단서로만 소모해버리고 맙니다.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거나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소재가 너무나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으로 사용되어 버린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혼란만 가중시킨 비선형적 전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비선형적인 전개 방식 또한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주거나 캐릭터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장면 전환이 잦고 산만하여 이야기의 맥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구조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젊은 시절의 조각을 연기한 신시아 배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 정도일 것입니다.
과거 회상을 통해 '조각'이 처음 킬러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계기가 드러나는데, 자신을 겁탈하려던 미군에게 저항하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그 현장을 김무열 배우가 연기하는 '류'가 목격하여 그 자리에서 바로 킬러 조직에 스카우트한다는 설정입니다. 아무리 극적이고 긴박한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영화 내내 비밀스럽고 폐쇄적으로 운영된다고 강조되는 킬러 조직이 우발적인 살인 현장을 그 조직의 수장이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아직 어린 여자를 그렇게 쉽게 새로운 멤버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과 설정상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아쉬운 사운드
관람객들 사이에서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다행히 저는 영화를 보는 동안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로 안 거슬렸던 것인지, 아니면 영화의 다른 문제점들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였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저조차도 몇몇 구간에서는 대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아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출연 배우들의 발음 문제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녹음 상태나 음향 믹싱의 문제로 보였습니다. 추후에 OTT 플랫폼을 통해 자막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문제는 개선될 수 있겠지만, 솔직히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잘 들지 않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사운드 문제는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텐데, 후시 녹음이 여의치 않았다면 극장 상영 시에도 자막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OTT에 공개된 후 자막을 켜고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파과>가 원래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나, 국내 개봉 시점에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맞추기 위해 많은 부분이 편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추후에 감독판이나 무삭제 버전이 공개된다면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혹시 달라질 여지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굳이 다시 찾아보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만약 감독판이나 무삭제판으로 재개봉할 계획이 있다면, 앞서 언급한 자막 작업은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상징성의 퇴색: 제목 '파과'의 의미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파과(破果)'는 상처 입고 물러 터져서 상품 가치를 잃어버린 과일을 뜻합니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파과가 등장하기도 하고, 조각이 돌보게 되는 늙고 병든 강아지와 같은 여러 가지 소재들을 통해 '조각'의 현재 상태, 즉 늙고 병들어서 과거의 쓸모를 다했다고 여겨지는 존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극 중 "파과가 겉으로 보기에는 상처 입고 물러터진 과일이지만 사실 맛은 더 있다"는 대사처럼, 조각 또한 한물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여전히 건재하며 한 사람의 몫을 한다는 것을 영화적으로 웅장하게 묘사해주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길게 설명했던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그 상징들이 가진 본래의 의도가 많이 반감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총평: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쉬운 결과물
결론적으로, 영화 <파과>는 구병모 작가의 매력적인 원작 소설과 이혜영이라는 정말 걸출한 배우를 가지고도 여러모로 너무나 아쉬운 작품으로 제 기억 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어색하게 느껴졌던 대사들, 설득력이 부족했던 캐릭터들의 동기와 행동, 이야기의 흐름을 오히려 방해했던 산만하고 혼란스러운 편집, 그리고 설득력 없는 액션 연출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혹시 이 영화를 보신 다른 분들이 계시다면 어떻게 느끼셨는지, 혹시나 재미있게 보셨다면 어떤 점이 좋으셨는지 댓글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 나눠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