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데니 보일 감독의 신작 '28년 후'를 감상하고 왔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작품의 위치부터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28주 후'의 다음 이야기라고 생각하셨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는 2002년 개봉하여 좀비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불고 온 '28일 후'의 정식 계승작입니다.
실제로 '28일 후'를 탄생시켰던 데니 보일 감독과 각본가 알렉스 갈랜드는 '28주 후'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해당 작품을 정식 속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두 크리에이터가 다시 손을 잡고 돌아온다는 소식만으로도 '28년 후'는 제작 단계부터 수많은 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혹시 전작인 '28일 후'를 꼭 봐야 하는지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굳이 보지 않아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분노 바이러스가 퍼진 세상'이라는 기본적인 세계관만 공유할 뿐, 이야기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28년 후'가 어떤 지점에서 흥미로웠고, 또 어떤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는지 스포일러를 포함하여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이폰으로 촬영된 최초의 블록버스터
'28년 후'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시도를 감행했습니다. 바로 블록버스터 영화 사상 최초로 영화 전체를 아이폰으로 촬영했다는 점입니다. 7,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아이폰으로만 촬영된 작품 중 가장 비싼 영화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이는 전작 '28일 후'가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된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 중 하나로 기록되며 촬영 방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것과 궤를 같이하는 도전입니다.
제작진은 한 번에 최대 20대의 아이폰을 동원하여 다양한 앵글을 동시에 포착하고, 고화질 영상 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장 상영에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의 화질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영화를 모두 관람하고 난 뒤, '이 정도의 결과물이라면 굳이 아이폰을 고집할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존의 전문 촬영 장비로 담아냈을 때와 비교하여 아이폰 촬영만이 줄 수 있는 독창적이거나 신선한 연출적 이점은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이는 곧 아이폰으로 촬영하더라도 일반 상업 영화와 견줄 만한 수준의 퀄리티를 구현할 수 있다는 기술적 성취를 증명한 사례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공개된 촬영 현장 사진을 보면 순정 아이폰만으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 고가의 전문 렌즈와 각종 장비들을 부착하여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영화 제작 현장의 패러다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위기를 완성하는 인상적인 사운드트랙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영화의 사운드트랙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전작 '28일 후'가 인상적인 배경음악으로 극의 분위기를 지배했던 것처럼, 이번 '28년 후'에서도 음악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작품 특유의 암울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완성하고 관객의 몰입을 최고조로 이끄는 데 배경음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희석된 독창성
'28일 후'와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공포를 자아내는 방식입니다. 전작이 갑자기 튀어나와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분위기만으로 공포를 쌓아 올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꽤 자주 사용하며 장르적인 쾌감을 강화했습니다.
감염자의 설정 또한 크게 바뀌었습니다. '28일 후'가 신선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감염자를 우리가 흔히 알던 좀비가 아닌, 오직 '분노'라는 감정에만 사로잡힌 인간으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28년 후'에서는 땅을 기어 다니는 느린 변종 '슬로우 로우'와 지성을 가진 듯한 '알파' 변종이 등장하며 기존의 신선했던 설정이 다소 평범해지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공포 영화로서의 장르적 재미는 강화되었을지 모르나, 원작이 가졌던 차별점은 희석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알파 변종과 그 무리의 디자인은 인간을 먹기 위해 달려드는 자세나 움직임에서 자연스럽게 '진격의 거인'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다만, 자신의 동료가 죽는 모습을 보고 알파가 분노하는 장면은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이는 감염자에게 분노 외의 다른 감정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암시하며, 후속작을 위한 떡밥을 남기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인간 존엄의 서사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후반부에 펼쳐지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서사였습니다. 켈슨이라는 인물을 통해 아일라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녀가 결국 안락사를 선택하게 되는 과정은 아마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나뉠 것입니다.
주인공 스파이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머니 아일라를 치료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겨우 켈슨을 찾아왔는데, 대뜸 가망이 없으니 안락사를 시키자는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하는 관객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선택이 충분히 이해 가능했습니다. '28년 후'의 세계는 그 무엇보다 생존이 최우선시되는 아포칼립스 세상입니다. 주인공 일행이 사는 마을에서는 본토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주민을 위한 수색대조차 보내지 않는데, 이는 수많은 희생을 통해 얻은 고통스러운 교훈이라고 언급됩니다. 영화 초반, 주인공 부자가 알파에게 쫓겨 겨우 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때도 감염되지 않았음이 명확해질 때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장면은 이 세계의 냉혹함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세상에서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고통 속에서 연명하기보다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더 존엄하고 자연스러운 결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감염자에게서 태어난 아기에게 죽은 아일라와 같은 이름을 지어주는 설정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일라의 죽음과 또 다른 아일라의 탄생을 통해 생명의 순환이라는 거대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이 아기는 후속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켈슨이라는 캐릭터가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도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시체를 가지런히 정렬해 불태우는 그의 모습을 보고 모두가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그 행동은 사실 감염자든 비감염자든 결국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자신만의 장례를 치러주는 행위였음이 밝혀집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려는 그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주인공 스파이크는 훗날 여러 인간 군상을 겪은 뒤 결국 켈슨에게 돌아가, 그에게서 감염자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을 해봅니다.
아쉬운 점들
반면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단연 마지막 장면입니다. 영화 초반에 잠깐 언급되었던 '지미'라는 인물이 막바지에 다시 등장하는데, 스파이크가 처음 본토에 나갔을 때 거꾸로 매달린 감염자 시신에 '지미'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던 것을 통해 그의 잔인함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미와 그의 일당은 어린 시절 TV에서 봤을 법한 텔레토비를 연상시키는 원색의 옷을 입고, 화려한 액션으로 감염자들을 제압합니다. 의도 자체는 텔레토비였을지 모르나, 솔직히 그들의 옷 색깔이나 액션 스타일은 파워레인저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등장이 영화가 이전까지 유지해왔던 진지하고 무거운 톤과 너무나도 이질적으로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애써 쌓아 올렸던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지미 일당의 등장이 다른 생존자 집단의 존재를 암시하는 장치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차라리 쿠키 영상 등으로 분리해서 보여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습니다.
이 밖에도 이제 겨우 12살인 스파이크가 건장한 아버지와 함께 갔을 때도 죽을 고비를 넘겼던 본토를, 병든 어머니와 단둘이 다시 나갈 결심을 하는 설정이나, 잠든 스파이크에게 다가온 '슬로우 로우'를 아일라가 갑자기 나타나 능숙하게 처리하는 장면 등은 다소 설명이 부족하거나 허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아일라의 갑작스러운 전투 능력은 무언가 숨겨진 설정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아쉬움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잘한 부분들은 영화적 허용으로 충분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3부작을 향한 기대
'28년 후'는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인 만큼, 여러 떡밥을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감염자가 출산한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출산 과정에서 감염자와 아일라가 아주 짧게나마 교감하는 듯 보였던 장면은 감염자와의 소통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인지, 감정을 가진 듯 보였던 알파의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한 지미 일당은 스파이크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 것인지 등 수많은 궁금증을 낳습니다.
정리하자면 '28년 후'는 성공적으로 확장된 세계관 속에서 장르적 재미를 강화했지만, 그 과정에서 원작이 가졌던 독창성은 다소 희석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중반부는 아포칼립스 모험물로서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묵직한 서사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며 여기서 한 차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개연성의 문제나 마지막 장면의 급작스러운 톤 변화처럼 아쉬운 지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종말의 세상 속에서 성장하는 스파이크의 이야기를 통해 장르적 재미와 인간의 존엄에 대한 메시지를 모두 담아내려 한,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이유는 관객들의 기대치가 여전히 '28일 후'라는 위대한 원작에 맞춰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28일 후'와의 연결고리 없이 완전히 새로운 좀비 아포칼립스 시리즈로 나왔다면, 지금과 같은 혹평을 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8년 후'는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히 성공적인 포문을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