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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링 허 백' 노스포 후기

점프 스케어 없이도 무서울수있다!

by 나이트 시네마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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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13일의 금요일, 으스스한 공포 영화 한 편이 생각나는 날이었습니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던 중, CGV에서 영화 '브링 허 백'을 9,900원에 볼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망설일 이유 없이 극장으로 향했고,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 되었습니다.


개봉한 지 시간이 조금 흐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은 많은 관객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톡 투 미'로 유명한 감독의 작품이었지만, 저는 전작을 보지 못했기에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스포일러는 최대한 배제하고, 제가 이 영화를 왜 인상 깊게 관람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 찬 위탁 가정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마치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처럼, 야간 투시경을 켠 듯한 녹색 화면의 캠코더 시점으로 정체불명의 오컬트 의식이 펼쳐집니다. 조악한 화질과 정신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워크 속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 그 의식의 목적이나 정확한 상황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 미스터리한 오프닝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복선으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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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영화의 시점은 한 이복 남매에게로 전환됩니다. 건장한 오빠와 시각장애를 가진 동양인 여동생, 이 둘은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왔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욕실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두 남매는 위탁 가정에 맡겨질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성인이 되기까지 불과 3개월을 남겨둔 오빠는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새로운 환경에 발을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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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위탁 가정에 도착한 순간부터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감돕니다. 집 안 전체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음악 소리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탁모는 남매를 따뜻하게 환대하며 불안감을 잠재워 줍니다. 그녀는 과거에 자신에게도 시각장애를 가진 딸이 있었고, 안타까운 사고로 잃었다는 사연을 털어놓습니다. 그래서 시각장애를 가진 동생의 소식을 듣고 일부러 자신들의 집으로 오게 했다는 것입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보아 본 경험이 있다는 사실과 따뜻한 환대에 남매는 점차 마음을 열고 그 집에 정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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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집에는 또 다른 아이가 있었습니다. 머리를 삭발한 채, 실어증에 걸려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밤마다 위탁모와 그 아이가 함께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남매는 이 미스터리한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위탁모의 숨겨진 진짜 모습과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끔찍한 오컬트 의식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며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점프 스케어 없이 옥죄어오는 공포

제가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포를 조성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브링 허 백'은 관객을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Jump Scare)'에 거의 의존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스스로 지레 겁을 먹고 귀를 막은 적은 있었지만, 영화가 작정하고 관객을 놀라게 만들어 실제로 소리를 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대신 영화는 특유의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와 거침없는 고어 장면을 통해 관객의 공포심을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심어줍니다. 이는 관객이 단순히 순간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것을 넘어, 영화가 만들어내는 세계의 불안과 공포를 온전히 체감하게 만드는 영리한 연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광기 어린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

'브링 허 백'의 공포는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에 의해 완성됩니다. 따뜻한 위탁모를 연기한 배우는 바로 '셰이프 오브 워터'로 우리에게 친숙한 샐리 호킨스입니다. 그녀가 한없이 자애로운 어머니의 얼굴을 할 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선한 사람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표독스러운 광기를 드러낼 때는 그 누구보다 무서운 사이코패스로 돌변합니다. 그녀에게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것은 영화의 당연한 전제이기에 스포일러가 아니며,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위탁 가정의 또 다른 아이, 실어증에 걸렸다고 소개된 아역 배우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후반부에서 이 아이의 정체가 밝혀지며 펼치는 열연은 '미쳤다'는 말 외에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영화를 보면서 '어린아이에게 저런 연기를 시켜도 괜찮을까? 정신적인 후유증이 남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촬영 현장에서는 모형을 사용하거나 다양한 연출 기법을 통해 안전하게 촬영했겠지만, 스크린에 담긴 결과물은 그만큼 충격적이고 놀라웠습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여동생 역할의 배우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시각장애를 가진 배우이며, 이 작품이 연기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극 중에서 겪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내, 보는 내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익숙한 공포의 틀을 비트는 영리함

'브링 허 백'은 기존 공포 영화의 클리셰를 비틀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관객이 '아, 이쯤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오겠지'라고 예상하는 지점에서 의외의 상황을 던져주거나, 전형적인 캐릭터의 역할을 뒤집는 설정들이 사용됩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관객이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듭니다.


또한, 팟캐스트 '배드 테이스트'의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영화는 '헨젤과 그레텔'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차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낯선 집에 발을 들인 남매, 친절하지만 무서운 비밀을 숨긴 어른, 그리고 탈출을 위한 처절한 사투는 고전 동화의 잔혹한 이면을 떠올리게 하며 영화에 한층 더 깊은 서사적 깊이를 더해줍니다.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인가?

만약 당신이 공포, 오컬트 장르의 팬이거나 다소 잔인한 묘사도 괜찮은 관객이라면, '브링 허 백'은 '무조건 봐야 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신체 훼손과 같은 고어 장면에 거부감이 있거나 잘 보지 못하는 분이라면 관람을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장면들을 가감 없이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관람 과정이 많이 힘드실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려다 보니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브링 허 백'이 '오컬트 장르의 전설적인 명작이다!'라고 칭송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지불한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상영 시간 내내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해서 즐길 수 있었던 아주 잘 만들어진 공포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만족스러운 공포 영화를 찾고 계신다면, '브링 허 백'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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