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과 투배사의 위태로운 동거, '겸영' 구조의 명과 암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https://youtu.be/VXMCynKW9zo?si=cgvelObWr1il5yja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영화인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정책포럼에서 의미 있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의 김병인 대표가 발표한 "극장을 극장답게, 투배사를 투배사답게"라는 주제는 현재 한국 영화 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들었습니다. 과거 CJ엔터테인먼트에서도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진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발표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다양성'이었습니다. 김병인 대표는 세계 최대의 유통 기업 아마존과 글로벌 시장을 휩쓴 K-뷰티 산업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들 성공적인 산업의 공통점은 고객에게 압도적으로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상품 속에서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유통의 기본 원칙이라는 설명입니다.
상영관은 많은데 볼 영화는 없는 현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영화계의 현실은 어떨까요? 수십 개의 스크린을 갖춘 대형 멀티플렉스에 방문해도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영화는 고작 몇 편에 불과한 경험, 다들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상영관의 수는 많지만, 상영하는 영화의 종류는 극히 제한적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상화되었습니다.
김 대표는 프랑스의 한 멀티플렉스 사례를 들며, 우리와 비슷한 수의 상영관을 운영하면서도 훨씬 더 다채로운 종류의 영화를 상영하며 관객에게 풍부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교했습니다. 이는 현재 우리의 극장 환경이 얼마나 획일화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극장과 투배사의 수직 계열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김 대표는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 극장과 투자·배급사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겸영' 구조를 지목합니다. 특정 대기업이 영화의 투자·배급부터 상영까지 수직으로 계열화하면서, 이익 분배 구조에 심각한 왜곡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 구조 속에서 극장은 점점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하는 반면, 좋은 영화를 발굴하고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야 할 투자·배급사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기형적인 상황이 고착화되었습니다. 실제로 2019년, 한국 상업영화의 전체 수익률은 무려 -21%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만약 극장 광고 수익 배분이나 홍보비 집행 같은 문제들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었다면, 이 수익률이 최대 57%까지 상승할 수도 있었다는 분석은 현재의 구조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증명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안정적인 흥행이 예상되는 영화에만 투자가 쏠리게 만듭니다. 거대 자본을 가진 대형 배급사만 살아남고,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를 하는 중소 규모의 배급사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이는 곧 산업 전체의 '다양성' 상실로 이어지며, 그 끝은 극장과 배급사 모두가 함께 무너지는 '공멸'의 길일 수밖에 없다고 김 대표는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과연 극장만의 문제일까?
여기까지 듣고 보면, 모든 문제의 원인이 '겸영'이라는 단 하나의 구조적 결함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먼저 극장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다양한 예술 영화나 독립 영화를 상영했다가 객석이 텅 비게 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극장이 감당해야 합니다. 어쩌면 극장은 그저 '대중이 원하는 영화', 즉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된 블록버스터 영화를 우선적으로 상영하는 시장의 논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뿐일지도 모릅니다. 관객들이 먼저 다양한 영화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극장에만 돌릴 수 있느냐는 반문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 OTT 시대의 극장의 역할
시대의 변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이제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가 과거 극장이 담당했던 다양성의 역할을 상당 부분 흡수했습니다. 오히려 더 파격적이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안방까지 손쉽게 배달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어쩌면 극장의 역할 자체가 거대한 스크린과 압도적인 사운드로 체험하는 '이벤트 무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재편되고 있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동일한 수준의 다양성을 극장에 요구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잠재적 부작용
김 대표는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상영과 배급의 겸영을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의 상영업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으면 배급업은 5% 미만으로 점유율을 제한하는 식의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위적인 규제가 과연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지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리스크가 큰 영화 산업에 대한 거대 자본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대작 영화 제작이 어려워진다면, 이는 곧 한국 영화 산업 전체의 파이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구조적 개혁과 관객의 관심이 필요한 때
물론 김병인 대표의 진단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 대형 배급사들이 스크린을 독점하며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고 산업의 허리를 약화시키는 현재의 구조는 분명 개선이 시급한 문제입니다. '깨진 독에 물만 붓는 식'의 임시방편적인 지원이 아니라, 문제의 뿌리가 되는 구조적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극장은 각 지역의 특성을 살려 관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투자사는 오직 영화의 완성도와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영화 생태계의 모습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정책포럼의 논의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우리는 단순히 작품을 소비하는 위치에 머무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사랑하는 이 산업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으며 어떤 구조적인 고민을 안고 있는지 다각도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관심과 논의가 모일 때, 비로소 건강한 변화의 씨앗이 싹틀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현재 한국 영화의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의견들이 모여 더욱 풍성한 논의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