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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감독의 귀환, '악마가 이사왔다' 솔직 후기

안보현과 임윤아, 두 배우의 매력만으로는 역부족

by 나이트 시네마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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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를 살펴보면 웹툰이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오리지널 시나리오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반가움을 안겨주곤 합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역시 그런 반가움과 기대감을 안고 관람한 작품입니다. 바로 <엑시트>로 942만이라는 경이로운 관객을 동원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이상근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입니다.


감독님의 전작이 워낙 큰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팬으로서 그의 아내인 강혜정 대표가 이끄는 제작사 '외유내강'의 작품들을 늘 응원해왔기에, 퇴근 후 곧장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개봉 전 시사회 반응이 "별로다" 혹은 "굳이 극장에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와 같은 부정적인 후기들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영화를 관람했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안타깝게도 그 우려와 후기들이 정확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독특한 설정

영화는 퇴사 후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내던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 분)의 시선으로 시작됩니다. 그의 무료한 일상에 아랫집에 이사 온 미스터리한 여성 '선지'(임윤아 분)가 들어옵니다. 길구는 선지에게 첫눈에 반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담이지만, '선지'라는 이름은 영화 <라붐>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국민 배우 소피 마르소의 이름에서 '소피'를 차용해 지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사실을 몰라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소소한 정보입니다.


길구는 청순하고 아름다운 선지의 모습에 설렘을 느끼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우연히 다음 날 새벽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선지는 낮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과격하고 난폭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 길구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그녀의 주위를 맴돌게 되고, 곧 선지의 아버지인 '장수'(성동일 분)로부터 가족의 충격적인 비밀을 듣게 됩니다.


그 비밀은 바로, 선지가 낮에는 평범하고 선한 사람이지만 새벽만 되면 몸속의 악마가 깨어나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수는 길구에게 새벽마다 폭주하는 선지를 보호해달라는 특별한 부탁을 하게 됩니다. 과연 이들의 위험천만한 새벽은 어떤 모습일까요?

공포와 코미디 사이, 길을 잃은 '악마'

처음 제목과 예고편을 접했을 때, 저는 '악마'라는 설정이 일종의 은유적인 표현일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새벽에 난폭해지는 이유가 실제로 악마 때문이 아니라, 몽유병과 같은 현실적인 질환을 영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정면으로 오컬트 장르를 표방하며, 선지의 변화가 실제 악마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문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악마가 관객을 공포에 떨게 할 만큼 위협적인 존재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무시무시하고 절대적인 힘을 가진 '악마'라기보다는, 그저 좀 난폭하고 짓궂은 '악동'에 가깝게 묘사되면서 장르적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

제가 이 영화에 깊이 몰입하기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 '길구' 캐릭터에 있었습니다. 배우 안보현은 누가 보아도 압도적인 피지컬과 남성적인 매력을 지닌 배우입니다. 하지만 극중 길구는 태어나서 여자에게 고백 한번 받아본 적 없는 숙맥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배우가 가진 고유의 이미지와 캐릭터 설정 사이의 괴리가 너무도 커서, 관객은 이야기 속 '길구'가 아닌 배우 '안보현'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간극은 보는 내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원래 이 역할은 배우 김선호가 캐스팅되었으나 개인적인 이슈로 하차했고, 그 자리를 안보현 배우가 채웠다고 합니다. 그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에 출연한 인연으로 제작사 '외유내강'에 대한 신뢰를 표하며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해집니다. 결과적으로, 시나리오를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캐릭터 설정의 의문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길구는 새벽 2시부터 악마가 깨어나는 선지를 밤새도록 보호하는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런데 낮에는 선지가 일하는 빵집에서 또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사람은 잠을 대체 언제 자는 걸까?'라는 현실적인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오컬트라는 비현실적인 요소를 다루는 만큼 모든 것을 현실의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선지는 악마에 씐 특수한 상황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길구는 평범한 일반인 입니다. 저러다 수면 부족으로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그는 영화 내내 너무나 팔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설정은 길구를 살아 숨 쉬는 한 명의 입체적인 캐릭터가 아닌, 기능적인 도구처럼 느끼게 만들어 감정 이입을 어렵게 했습니다.

희미해진 캐릭터의 매력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임윤아와 안보현이라는 두 매력적인 배우의 '팬 서비스'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두 배우의 눈부신 비주얼과 매력은 스크린을 가득 채우지만, 정작 그 매력을 바탕으로 살아나야 할 캐릭터의 매력은 희미했습니다. 인물들의 감정선은 깊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얕게 흘러가며, 두 사람의 관계 발전 역시 편의적인 전개에 기대는 모습을 보입니다. 만약 두 주연 배우의 팬이 아니라면, 이 밋밋한 이야기를 굳이 극장에서 관람해야 할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기시감 가득한 서사와 아쉬운 감동 코드

영화를 보는 동안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고통받는 딸, 그리고 그녀를 지키려는 가족과 주변인의 사투, 마지막에는 누군가의 희생을 통한 감동적인 마무리'라는 매우 익숙한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개봉했던 영화 <좀비딸>의 서사와 놀라울 만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솔직히 감동의 깊이나 이야기의 밀도 면에서는 <좀비딸>의 하위 호환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코미디와 로맨스를 통해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할 서사의 기반이 부실하다 보니, 후반부에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감동 코드는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는 관객에게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자연스러운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합니다. 재난 상황 속에서도 유머와 긴장감, 그리고 가족애를 절묘하게 버무려냈던 <엑시트> 속 이상근 감독 특유의 장기는 이번 작품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더욱 컸습니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신선한 소재와 매력적인 배우라는 훌륭한 재료를 가지고도, 밋밋한 서사와 평면적인 캐릭터라는 아쉬운 결과물을 내놓은 작품입니다. <엑시트>에서 보여주었던 재기발랄하고 짜임새 있는 재미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울 것입니다.


혹시 이 영화를 관람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셨는지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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