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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폄하하는 사회의 심리학

'신 포도 증후군'과 '크랩 멘탈리티'로 본 우리 사회의 자화상

by 나이트 시네마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보다 보면 때때로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누군가 자신의 노력으로 이뤄낸 값진 성과를 공유했을 때, 진심 어린 축하 대신 비난과 폄하가 쏟아지는 모습 말입니다. 마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이 더 쉽고 편하다는 듯이 말이죠. 또한,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의 전문 용어가 등장하면, 그 의미를 배우려 하기보다 "왜 어려운 말을 쓰냐", "잘난 척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현상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단순히 몇몇 사람의 삐뚤어진 심성 문제일까요? 아니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타인의 성취를 깎아내리고 지식을 배척하는 현상의 사례를 살펴보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사회적 문제점을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성취를 폄하하는 심리

'이솝 우화' 속 여우 이야기는 이러한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습니다. 높이 달린 포도를 따먹으려 온갖 시도를 하던 여우는 결국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포도를 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러자 여우는 "저 포도는 분명 신 포도일 거야"라며 돌아섭니다. 자신의 실패를 합리화하고, 자신이 얻지 못한 대상의 가치를 깎아내림으로써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려는 방어기제입니다.


이러한 '신 포도' 심리는 양동이 속 게들의 행동을 묘사하는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 마리가 양동이를 빠져나가려 하면 다른 게들이 다리를 붙잡아 끌어내려 결국 아무도 탈출하지 못하게 만드는 현상처럼,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타인이 이루면 그 성취를 인정하기보다 끌어내리려 하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업가가 성공 스토리를 공유하면 "부모를 잘 만났겠지", "운이 좋았을 뿐" 같은 댓글이 달립니다. 동료가 어려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그냥 타이밍이 좋았던 거지"라고 치부하고, 친구가 꾸준한 노력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원래 살 빠지기 쉬운 체질"이라며 그 과정을 평가절하합니다.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같은 새로운 직업군을 향해 "요즘 애들은 참 편하게 돈 번다"고 비판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행동의 기저에는 '인지부조화'라는 심리적 개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나는 노력했지만 저 사람처럼 성공하지 못했다'는 현실 사이의 괴리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데, 바로 상대의 성공을 '운이나 부정한 방법 덕분'으로 왜곡하거나 '사실 성공은 별것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입니다. 결국 이는 자신의 무력감과 열등감을 성공한 사람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출하는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지식에 대한 방어기제

또 다른 형태의 방어 심리는 지식이나 전문성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영화 감상평에서 "이 작품은 '점프 스케어' 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표현했을 때, "그냥 '깜짝 놀래키기'라고 하면 되지, 왜 어려운 말을 쓰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용어가 어렵다는 불평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자신이 모르는 단어를 사용하는 상대에 대한 반감과,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노력 대신 기존의 지식체계 안에 머무르려는 심리가 숨어있습니다. 모르는 용어를 검색해보거나 배우면 될 일이지만, 그보다는 "너무 전문적으로 굴지 말라"며 상대를 낮추는 방식으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쪽이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납니다. IT, 경제 등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용어에 대해 "있어 보이려고 일부러 어려운 말을 쓴다"고 비난하거나, 요리 레시피에 등장하는 '블랑쉬'나 '데글레이즈' 같은 조리법 용어에 "아는 척 작작하라"고 반응하는 식입니다. 심지어 특정 집단이나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밈(meme)'이나 은어에 대해서도, 그 배경이나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너희들끼리만 아는 말 쓰지 마라"고 비난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이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기보다 상대방을 '잘난 척하는 사람'으로 몰아세워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이며,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와도 연결 지을 수 있습니다. 능력이 부족할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알아보지 못하는 현상처럼, 자신의 지적 게으름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식 자체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성장을 가로막는 사회적 독소

이러한 현상들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첫째, 건강한 성공 모델이 자리 잡기 어렵게 만듭니다. 노력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을 끌어내리고 비난하는 문화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취를 드러내기를 꺼리게 만들고, 사회 전체의 성취 동기를 약화시킵니다. "저 사람이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긍정적 자극 대신, "저건 별거 아니야"라는 자기기만으로 현재에 안주하게 만듭니다.


둘째, 지식의 공유와 발전을 가로막습니다. 새로운 지식이나 전문적인 논의가 '잘난 척'이나 '허세'로 치부되는 사회에서는 깊이 있는 담론이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모든 논의가 가장 낮은 수준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한다면, 사회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습니다.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지적 퇴보와 집단 지성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킵니다. 타인의 성취와 지식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소모적인 오해와 갈등을 만들어냅니다. "이 방법에는 이런 한계가 있다"는 건설적인 비판 대신 "별거 아니네"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게 되고, 이는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파괴하는 주범이 됩니다.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룬 사람을 향한 질투와, 모르는 것을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은 어쩌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행동으로 표출하느냐입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겸손한 호기심을 갖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타인의 성취를 보면, 비난의 키보드를 두드리기 전에 그 사람이 걸어왔을 길을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고 배울 점을 찾아보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모르는 단어나 개념을 마주쳤을 때는, "아는 척하지 말라"고 쏘아붙이기보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라고 질문하거나 잠시 검색해보는 용기를 내보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성취를 함께 축하하고 전문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경쟁보다 협력을, 끌어내리기보다 서로를 끌어올리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손을 뻗어 닿지 못하는 포도를 향해 '신 포도'라고 외치며 돌아서는 대신, 어떻게 하면 저 포도를 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사다리를 놓아주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회. 그러한 사회가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건강한 사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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