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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결 Aug 13. 2024

출근의 땀방울

우리는 땀 흘리는 걸 불쾌하게 여긴다.  땀을 흘리는 거 자체를 불쾌하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니 출근을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려야 했고, 기다랗게 늘어진 줄 끝에서 턱끝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땀방울처럼 아등바등했다. 버스가 오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을 때면 "살았다!" 환호를 지르며 잠들었다가도 다시 내려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땀을 흘릴 생각이 짜증이 나며 잠에서 깼다. 


문득, 땀 흘리는 거 자체를 보람차게 느껴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출퇴근 시간 3시간, 도로 위에서의 시간을 좀 더 보람차게 보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전환점이 되었다. 농부는 땀을 흘리며 노동하고, 땀방울은 노동의 증표이자 농부의 상징이다. 신성한 노동이란 말이 노동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행위를 하는 사람도 보람을 느끼게 한다. 우리 모두 밖에서 땀 흘리며 노동하는 노동자는 아니지만, 더위를 뚫고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사무실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도 신성한 노동의 땀방울이다. 땀을 흘린다는 건 그만큼 힘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매일 누구나 하는 당연한 일일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것이기도 하며 한때 우리 모두 꿈꿔왔던 일이기도 하다. 


단지, 반복되는 만성 피로와 지치는 일상이 우리는 둔하고 짜증스럽게 만든 건 아닐까. 뭘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지 못해서 안달이냐 할 수 있지만, 무의미감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의미를 찾는 이가 행복을 쟁취한다. 작든 크든. 우리 모두 출근의 땀방울을 인정하고 쟁취하자. 큰 변화가 우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의 중심을 이루는 일상에서의 작은 생각의 전환이 우리의 삶을 선하게 바꾼다. 예를 들어, 매일 지나가던 과일 가게에 늘어진 복숭아를 보며 웃음 짓는 일처럼 말이다. (귀엽고, 복슬하다. 집에 가서 복숭아 샐러드를 해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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