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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을 켜는 여자 Dec 20. 2023

에곤 실레,
가라앉는 태양

한 해를 돌아보는 그림

Egon Schiele 「Setting Sun」


12월이 되고 연말이 오면

머리로만 알고 있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몸으로 체감된다.


이제 또 한 살 나이를 먹는 데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런 불안감이 조금씩 스며든다.


그때 에곤 실레의 이 그림을 보았다.

이상하게 자꾸 더 보게 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그림에서 바다에 가라앉는 태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후에 자세히 보니

태양을 등지고 있는 마을에


작은 불빛이 있다.


태양이 지며 햇빛이 사그라들면

마을의 불빛은 반짝이기 시작한다.


사람은 모두 마지막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잊은 채 살아간다.


하지만 연말이라는 이 시간은

한 해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내 삶에도 끝이 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떠오르게 한다.


에곤 실레는 캔버스 뒷면에

"가라앉는 태양(Versinkende Sonne)"

이라고 썼다.


언젠가 태양이 가라앉은 후

완전한 어둠이 왔을 때,

내 삶의 흔적으로 남은 불빛은

오히려 밝게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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