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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을 켜는 여자 Apr 23. 2022

오리건의 여행

인기 난쟁이 광대(듀크)와
커다란 곰(오리건)은
'스타 서커스단'에서 만났다.

곰은 광대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재주를 부린다.  

광대는 자기 공연이 끝나면
곰을 우리로 다시 끌고 가곤 한다.

어느 날 저녁,
동화책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났다.

곰이 광대에게 '말'을 한 것이다.

"광대야, 나를 커다란 숲 속으로 데려가 줘."

그 말을 들은 순간,
광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혼자 곰곰이 생각하던 광대는,
곰은 가문비 숲나무에서
곰 식구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후 곰과 광대는 숲을 찾아 함께 떠난다.



둘의 여행은 쉽지 않다.
가지고 있던 돈은 바닥이 났고,
우박이 내리면 맞으며 계속 걸어가야 했다.

그래도 광대와 곰은
함께 여행하는 게 행복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반 고흐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들판을 헤치고 나아가며 말이다.

하지만 광대는 여전히
스스로 자신이 없어,
본모습을 가려주는
빨강 코를 떼어내지 못했다.


어느 밤, 달리는 기차의 맨 뒤 칸에
올라타서 깜빡깜빡 졸다가
아침에 눈을 뜨자,

그곳에 숲이 있었다.

곰이 꿈속에서 보았던 그런 숲이…

곰을 숲에 데려가 준다는 약속을 지킨 광대는
다음 날,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떠난다.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낼 용기가 없어서
평생을 떼어놓지 못했던 빨강 코를 떼어낸 채.


글 : 라스칼 / 그림 : 루이 조스




곰은 평생을 갇혀 지내며

숲속을 그리워하고 있다.


광대는 빨강 코 뒤에 숨어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숨기고 있다.


곰과 광대,

둘 다 각자가 지닌

삶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혼자였다면

결코 시작하지 못했을 여행을

함께, 떠나며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


각자가 진 삶의 무게가

서로를 통해 가벼워지고

마침내, 자유로워졌다.




살면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저 찾기 위해 달려가며

내가 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자유는 사라져가는 것 같다.


어쩌면 찾고 있던 건

무엇인가가 아니라

누구인 건 아닐까?



이 책은,


무엇인가를 찾아서

정신없이 달려가다가

삶의 무게에 멈추어설 때,


서로의 짐을 나누며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볼


어떤 누군가를

꿈꿀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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