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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을 켜는 여자 Jul 08. 2020

별이 빛나는 밤

- 소녀의 이야기 -

나는 늘 방문을 닫고,
나만의 세계 속으로 숨어든다.

함께, 살면서도
엄마는 날 이해하지 못하고, 
나 역시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친구가 몇 명 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종종 다른 사람의 집을 훔쳐본다.
다들 무얼 하며 살까?

- 소녀, 소년을 만나다 -

어느 차가운 밤, 꿈에서 깨어나
누군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애는 하늘 가득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가벼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었다.

그렇게 즐겁고 자유로운 모습이,
마치 다른 별에서 온 듯했다.

그는 굉장히 말수가 적고,
다른 사람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는다.

그는 나만큼이나 고독해 보였다.

  

글, 그림: Jimmy Liao

원제: The Starry Starry Night




이 책은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다.


소녀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나는 새장 안에 갇힌 작은 새 같다.
아득히 멀고 넓은 하늘을 향해
날기를 갈망하는.


소녀에게 소년은

고독함 속에서도 자유를 누리는 신기한 존재이다.

그 애는 미궁 안에 심어 놓은
한 그루 식물 같다.
미궁의 출구가 어딘지 따위 아랑곳 않는.


두 사람은 말없이

그저 함께 하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밤새 그 애의 창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때로는 어두운 밤바다 위의 등대 같고,
때로는 인간 세상에 떨어진 별 같다.


소녀와 소년은 도시를 떠나

산 속으로 간다.

얼마전 하늘나라로 간

소녀의 할아버지 집이 있는.


그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밤을 본다.

만약 이 세상에 우리 둘만 남는다면,
넌 두려워하게 될까.


할아버지 집에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은 이사를 한다.

소녀는 이제 소년을 볼 수 없지만,

소년과의 시간이 소녀를 변화시킨다.


훗날, 다시는 그를 만나지 못했지만,
나는 그해 여름을
영원히 기억하리니.
가장 찬란하고, 가장 고요했던
별이 빛나는 밤을.


소년과의 기억은 별이 되어 소녀의 가슴에 남았다.




소녀가 담담하게 서술하듯 내뱉는 문장은 

그림과 어우러져

마음에 툭 떨어지듯 박힌다.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사람과 보낸 기억은

하나의 별이 되어

살아가는 데 위로가 된다.


삶이라는 낯선 섬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을 때

이 그림책을 읽으며 

별이 된 기억을 떠올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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