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떠돌아다니는 섬 같아서
외로울 때가 있다.
옆에 단순히 누군가 있으면 사라지는
외로움과는 조금 결이 다른,
하지만 어쩌면 더 고립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외로움.
이럴 땐 진짜배기 대화가 몹시 간절해진다.
머릿속에 마구 왔다 갔다 하는 생각을
이리저리 내뱉으면
적절하게 되물어주는 '진짜' 대화.
그런 사람과 이야기하면
외로움이 해소될 것 같다.
하지만 살면서 그런 사람은 많지 않았고,
나이가 들다 보니
각자가 맡은 역할이 많아져
얼굴 보기 힘들다.
결국 '지금' 내 옆에 있지 않다.
이런 외로움도 일종의 외로움인지라
쌓이면 깊어지고, 깊어지면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슬프기도 하다.
그럴 때 우연히 시집을 선물 받았다.
시집의 제목을 눈으로 읽어 내려가는데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제목의 이 글귀가 뭐라고 마음이 울컥한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 이면우
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바닥에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
가로등 없는 데서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박 운다
한참 묵묵히 섰다 돌아와
뒤척대다 잠들었다.
아침 상머리 아이도 엄마도
웬 울음소리냐는 거다
말 꺼낸 나마저 문득
그게 그럼 꿈이었나 했다
그러나 손 내밀까 말까 망설이며
끝내 깍지 못 푼 팔뚝에
오소소 돋던 소름 안 지워져
아침길에 슬쩍 보니 바로 거기,
한 사내 머리로
땅을 뚫고 나가려던 흔적,
동그마니 패었다.
시에 나오는 이 남자는
슬픔의 무게가 얼마나 컸기에
모래바닥을 동그마니 패도록 울었을까.
밤늦은 시간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우는
그 남자는 철저하게 혼자이다.
아니 혼자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멀리서 그를 지켜보는 시인이 있다.
그 울음에 손 내밀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던 존재가 있었다.
그리고 모래 위에 새겨진
외로운 슬픔의 흔적이
시인의 언어를 통해 낯선 나를 위로한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이 글귀를 처음 봤을 때 막연하게나마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아서
울컥했던 것 같다.
이 밤 저 어딘가에
생각이 떠돌아다니는 다른 섬에서
고립된 채 외로워하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