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8회까지 리뷰

지극히 개인적인

by 글쓰는보리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열심히 달리다 보니 벌써 8회. 딱 반이 왔습니다. 요즘 저의 관심사 1순위라 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기존의 남녀 캐릭터에 반전을 준 것으로 큰 화제를 몰았었죠. 거기다 촘촘한 시나리오와 디테일한 연출로 매주 저를 놀라게 했어요.


8회까지 보고 느낀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를 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유사한 소재를 가진 드라마도 짧게 소개해 드릴게요.


※ 다량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차후 보실 분들이나 못 보신 분들은 스킵 해주세요! ※



앞뒤 없는 또라이와 비련의 캔디의 이야기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동화 작가 고문영과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갇혀사는 병동 보호사 문강태의 우당탕탕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잘나가는 동화 작가인 고문영은 회사 대표를 비롯한 모든 이에게 제왕처럼 명령하고, 갖고 싶으면 절도를 해서라도 가져야 하는 안하무인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고 늘 타인을 경계하고 화로 가득 차 있어요.


반면 정신병원 보호사인 문강태는 병원 내에서 기피되는 힘든 일에 먼저 나서는 해결사이고 늘 웃는 얼굴로 타인을 대합니다. 누군가 자신을 불리한 상황에 몰아넣어도 화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오랜 친구인 재수는 그를 입만 웃는 조커나 처키 같다고 하죠. 자신의 것은 늘 하나도 없고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형에게 늘 맞춰사는 친구를 안타까워합니다.


문영은 처음 보는 문강태에게 담배빵(?)을 먹이고 몇 번 봤다고 상대 동의 없이 반말을 깝니다. 강태에게 호기심을 갖고 나서부터는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관종짓을 합니다. 타인의 염려나 배려가 없기에 강태의 형인 상태에게도 제멋대로 굽니다. 문영은 늘 예쁜 강태를 갖고 싶어 하면서도 말로는 적선하듯이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고 합니다. 강태는 늘 그런 문영의 무례함을 참아내고 피합니다.


무례하기 짝이 없고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문영과 참아내며 받아주는 강태는 여느 드라마의 남주, 여주 캐릭터들과 닮아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남녀 반전이 된 듯한 두 사람의 캐릭터입니다.


이런 반전은 의외의 재미를 줍니다. 강태가 문영을 벽치기 하면 문영도 강태를 벽치기를 하고, 강태가 문영의 팔을 잡아끌면 문영도 강태의 팔을 잡아 끕니다. 문영의 입에서는 15세 딱지가 붙을 만큼 문란한 언사가 튀어나오고 툭하면 욕설을 내뱉고, 싸가지는 없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는 문영은 언제든지 공격 가능하게 칼과 짱돌을 품고 삽니다. 어느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정말 재수 털리는 재벌 3세의 모습입니다.


강태는 옳은 말을 하고 귀싸대기를 맞아도 참습니다. 칼빵을 맞고 다 뒤집어쓰고 직장에서 쫓겨나도 군말 없이 떠납니다. 퇴직금 때문이라지만 강태는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떤 역경도 참아내는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계에 남녀 반전 소재가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인 양 여성이 우위에 서고 남성이 캔디 캐릭터인 드라마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연출가인 박신우 감독의 전작 <남자친구>도 전형적인 남녀 반전 캔디 드라마였습니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는 두 주인공이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돈 많은 캔디와 비련의 캔디 같아 보는 도중하차해 버렸습니다.


이전 반전드라마들과의 차이라면 비주얼적으로도 반전캐릭터를 제대로 살렸다는 것입니다. 김수현도 긴장할 정도로 중저음인 서예지의 목소리가 한몫을 했죠. 의도된 듯 하이힐을 신은 서예지는 키가 170이기 때문에 180인 김수현과 비슷한 시선을 하고 있습니다. 검은 머리를 늘어트리고 골드 액세서리를 하고 검은 원피스를 입은 모습은 말끔한 수트를 입은 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반면 김수현은 제대로 빗지 않은 듯한 헝클어진 머리와 수수한 옷차림으로 전형적인 캔디의 스타일을 하고 있습니다. 원플러스원 구천구백원짜리 어찌보면 궁상맞아 보일 수 있는 티셔츠를 받쳐 입은 옷차림이지만 예쁜 얼굴로 소화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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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고문영'만이 아니다.


처음 고문영 캐릭터가 사이코패스라는 소개를 봤을 때 생각난 드라마가 있습니다. 서인국,장나라 그리고 박보검이 출연한 <너를 기억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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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에서는 사이코패스가 3명이 나오는데요. 그 중 박보검이 연기한 '정선호'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엘리트 변호사인 정선호는 필요하다면 살인도 윤리의식 없이 저지르는 인물입니다. 천성적으로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타고난데에다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되어 길러졌으니 해도 되는 일과 안되는 일의 경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살인을 왜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 어린 아이 같은 얼굴로 묻기도 합니다. 범죄자형 인상에 살인을 저지르는 다른 드라마 속의 살인범들과는 참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고문영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해 자신의 위주로만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탐이 나면 가져야하고, 자신이 하던 일을 누군가 멈추게 하면 욕을 하고, 화가 나면 상대의 뒷일을 봐주지 않고 처지해 버립니다. 철딱서니 없는 어린애가 따로 없죠.


이렇게 거침이 없는 문영이 공감하는 이야기는 딱 하나, 남자어른에 의해 일어나는 가정 내 폭력입니다. 문영은 매사에 관심이 없지만 극 중 일어나는 두 건의 폭력에 대해 폭언으로 응대하고, 경찰서에 갈 짓을 저지르려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 두 번을 다 강태가 막았네요)


첫번째 사건에 휘말렸던 강태는 문영을 선천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단정지어 버립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니 치료법도 없고 그저 피하는 것만이 상책이라고 합니다.


문영이 아버지가 있는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도 아버지를 찾지 않는 문영을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늙고 아픈 아버지를 버린 매정한 딸이라는 편견 안에 문영을 가둬버립니다. 문영이 아버지에게 목졸리는 장면을 눈으로 보고도 가여워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정상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주 배경이 되는 정신병원은 흔히 보는 병원 풍경과 다르지 않아요. 극중 병원환자가 이런 말을 합니다.


"세상에는 환자복을 안입은 환자들이 훨씬 더 많은 법이지."


하지만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타인에게 공감하기 위해 끊임없이 살피게 됩니다. 문영은 강태 안의 사랑 받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를 보고 자꾸만 끄집어 내려고 하고, 강태는 문영 안의 상처 받고 숨어있지만 인정 받고 싶어하는 착한 어린 아이를 보듬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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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안의 상처받은 아이를 '스스로' 달래줘야 한다.


지난 주 7, 8회는 역대급 엔딩이었습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또라이와 캔디병 중증의 이상한 로맨스를 기대했던 초반과는 달리, 드라마는 또라이와 착한 아이인채로 어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두 주인공에 대해 차근차근 던져주었던 단서를 하나씩 끼워맞춰 나갑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을 가진 엄마와 그런 엄마를 감당하지 못해 미쳐버린 아버지의 사이에서 자란 문영은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탓에 이기적인 어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천재적인 동화작가로 대접을 받으며 주변에서 그를 떠받드니 문영의 입장에선 자신에게만 무표정한 강태가 끌릴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내가 너를 이렇게 좋아해주는데, 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강태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거겠죠.


강태는 조금 아픈 형 때문에 평생을 누군가를 돌본 채 살아야만 했습니다. 형에 의해 이사를 다니고 직장을 옮기고 형을 늘 환자로서 대하죠. 그런 강태의 안에도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한 기억으로 현실에 대한 원망만이 가득한 어른으로 자라납니다. 마음이 삶의 고달픔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으니 당연히 아무도 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과거 좋아했던 여자아이의 들이댐에도 얼음처럼 굳어버린 채, 외면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강태는 사랑을 받는 방법을 모르니까요.


어린 날 서로 상처만 주고 헤어졌던 두 아이는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운명이겠죠.


문영은 강태의 형인 상태를 성장시킴으로서 강태를 형에게서 더 자유로울 수 있게 도와주고, 강태는 문영이 사는 얼음의 성에 따뜻한 밥으로 온기를 채워주고 악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악몽인형을 줌으로서 서로를 도와주게 됩니다.


하지만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는 건 스스로 깨어나는 수 밖에 없는 거겠죠. 문영은 자신을 옭아맸던 엄마의 워너비인 긴 머리를 잘라내어 스스로를 구원하고, 강태는 불의에 참지 않고 맞서는 것으로서 스스로를 구원했습니다.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어떤 불행이 닥치더라도 웃으며 맞설 준비가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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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를 보면서 지난 기억에서 끄집어내어진 드라마가 있습니다. 다중인격장애를 소재로 한 지성, 황정음이 주연의 <킬미힐미> 입니다. 지성이 7개의 인격을 각각 연기하며 실제 다른 사람인 것처럼 미친 연기력을 보여주어서 정말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극심한 가정폭력, 아동학대를 겪고 자란 아이들이 치유되지 않은채 자라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는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극 중 오리진을 연기한 황정음은 과거 자신에게 학대를 저질렀던 어른이, 자신에게 용서를 비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한테 용서와 이해를 강요하지 마세요. 만일 내가 당신을 용서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면, 그건 당신 때문이 아니라 이 사람 때문일거야. 왜냐면 이 사람은 당신 대신 평생을 내게 미안해했고 용서를 빌었고 보호해줬으니깐. 그러니까 당신은 그냥, 그냥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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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과 강태는 스스로 아픔을 딛고 잘 일어섰는데, 상처를 주었던 어른들은 어떻게 아이들에게 용서를 빌게 될까요? 강태는 상태가 일깨워준 기억으로 엄마를 용서했는데, 문영의 부모는 어떻게 문영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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