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쥐를 싫어했다.
그것이 나를 물고 괴롭힌 것도 아닌데, 나는 그것을 피해 다니려고 했다. 본 적도 별로 없으면서 이런 공포를 느끼는 것을 보니, 그것을 귀신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온 것 같다. ('쥐'라고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다)
길에 'D'처럼 생긴 것이 멈춰있었다. 소름이 끼쳐서, 그것을 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유경 씨, 요 앞 길에서 그거 보셨어요?"
"아, 그거 저 본 거 같아요. 근데 쥐 말씀이시죠?"
나에게 질문한 사람은 (재미있는 심리테스트나 되는 듯이) 들어오는 사람마다 같은 질문을 했다.
"아, 저한테는 미키 마우스 같던데요 왜요?ㅋㅋㅋ"
예상치 못한 문장을 들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나는 또다시 그 길을 가야만 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 저건 미키 마우스야.' 나는 눈을 감고 뛰기 시작했다. 몸이 금세 뜨거워졌다. 뛰면서 조금 무서웠고, 그래도 나는 눈을 감고 뛸 수 있었다.
세상에는 무거운 말들이 너무도 많다. 이를 테면 나에게는 [쥐]가 그렇고 [죽음]이 그렇다. 시는 이런 것들을 ‘덜’ 두려운 모습으로 눈을 감고 마주할 수 있게 한다. 시는 말의 무게를 전복시킨다.
비닐같이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바삭거리는 언어로 무거운 말들을 (물론, 신중하면서) 가볍게 옮기기고 싶다.
가을비가 제법 많이 온다. 그날의 쥐도 이런 가을비에 조금씩 소화되었을 것이다.
[쥐]를 [죽음]으로 바꾸어 읽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