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 권하는 사회

by 목격자


연초 명절에 친구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안 지는 7년, 같은 동네에 산 지는 3년쯤 된 친구와는 명절마다 새해 덕담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는 집에 고양이를 들이고 싶다며, 자신이 여행 등으로 집을 비우게 되면 내게 와서 혼자 남은 고양이를 돌봐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독립적 성향이 새 시대 개인의 지향으로 각광받으면서, 사람들은 개보다 활동 범위가 좁고 손 덜 가는 고양이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캣 산업’ 시장은 가파르게 상승했고 고양이만 겨냥한 특화 상품과 서비스도 등장했다.


현상은 일상의 미디어에 거세게 불어 닥쳤다. 플랫폼을 막론하고 타임라인 위에는 매일같이 고양이 이야기가 올라왔다. 트위터에는 ‘고영’의 귀여움을 찬양하는 트윗이 줄을 이었다. ‘냥집사’들은 너도나도 인스타그램에 고양이 계정을 파고 고양이에 빙의한 짧은 글과 사진을 올렸다. 길고양이나 반려묘 영상을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은 2만 개를 넘었다.


고양이가 귀엽기야 하지만 이건 좀 너무 많은 고양이의 너무 많은 귀여움이었다. 나는 내가 진짜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지 고양이가 자꾸 보이니까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언제부터 고양이를 이렇게까지 좋아한 거지?’ 귀여운 고양이의 더미 속에서, 나도 모르게 그들을 좋아하는 수동적 취향이 깃들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했다. 나는 길고양이를 보면 멈춰서는 부류긴 했으나 그렇다고 고양이라면 뭐든 ‘오케이’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 인생에 고양이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선을 그어야 했다. ‘귀엽지만 실제적 일상을 침범하는 데까진 아니야.’ 나는 소매를 걷어 왼쪽 팔뚝을 머쓱하게 바라보았다. 거기엔 2년 전 새긴 고양이가 팔을 뻗고 누워 있었다.



참고 기사

MK News - 1인가구 시대 ‘펫코노미’ 대세 ‘상팔자’ 반려동물 시장 6조원

한겨레 - “뭘 보냥”…랜선집사 웃고 울리는 고양이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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