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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웃사이드 더 시티 Nov 08. 2020

탈종교

중독의 비즈니스

중국의 황금만능주의 불교를 겪고, 유럽으로 넘어와 과도기 이슬람을 겪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신사도 교회의 교인이 되었다가 그 사이 신천지 거짓 선생이 접근해 가짜 교리 세뇌를 받았다. 여러 해에 걸친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서 고심 끝에 이제는 탈종교를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신앙생활을 오래 해왔다고 해서 더 정직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공식을 무너뜨렸다. 안타깝게도 밥 먹듯이 거짓말하고 죄를 짓고서 회개하러 교회/성당/절/모스크에 나오는 교인들이 수두룩하니까. 회개할 시간에 차라리 본인으로 인해서 상처받고 피해 입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 한 마디라도 하면 좋았을 것을 자기식대로 단어를 해석하며 용서받았다고 자기 합리화하는 이기적인 신앙인들을 보며 내가 생각했던 공식은 그저 종교 단체들로부터 학습된 공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교회를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분명 나에게 많은 안식을 주었고 순기능의 면모도 있었다. 다만 여러 종교들을 지켜봐 오면서 이제는 종교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이데올로기를 경계하게 되었다.


기독교건 불교 건 이슬람이건 힌두교 건 종교에 정치가 개입이 되고 인간의 욕심이 개입될 때 종교의 목적은 변질이 되고, 인간이 나약해지는 때는 사탄의 꾐에 빠질 때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군중심리에 빠질 때 나약해지고 사고 의지를 잃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세속주의로 돌아가 사회에서 맡은 내 직분과 현재에 충실하는 삶을 살 것이다. 세상적인 것들과 멀어져야 한다는 종교의 교리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내 직업에서 많은 것들을 놓칠 수밖에 없다.

내 직업은 현재 트렌드들을 빨리 읽어 비즈니스로 적용하고 데이터를 가지고 소비자의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요구한다. 종교 생활처럼 어떠한 형용화된 매뉴얼과 틀대로 절차를 따르며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다각적인 각도로 문제를 바라보고 풀어나가는 일이기에 현실 감각을 잃을수록 내 역할에 집중하기 어렵다.


또한 나는 무조건적으로 믿고 순종하고 아멘이라고 대답할 수가 없다. 아멘이라고 대답해도 내 머릿속에는 왜? 어째서? 어떻게? 무엇이?라는 물음표가 가득한데 질문들을 함구하고 겉으로 남들과 똑같이 아멘이라고 외치며 믿음 좋은 신앙자 인척 하는 건 나 스스로를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나는 일을 단지 의무감 때문에 혹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취미 이상으로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인 삶을 사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멀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몇 달간 종교와 관련된 것들은 모두 끊어내고 세속적인 삶으로 돌아왔다. 먼저 예수님이 다시 올 거라는 이뤄지지 않을 희망을 꼬깃꼬깃 주머니에 접어 넣었다. 대신에 내 개인적인 꿈에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찾아가면서 계획을 세우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하고, 나와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 일상의 소소한 생활을 즐기는 노멀 라이프로 돌아왔다.


그리고 교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기도 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취준생들을 도와 취직시켜주었고, 신천지에서 나오고 싶어 하거나 가족이 신천지에 빠져 고통을 겪는 외국인들을 돕고 있다. 그게 기도 대신에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와 자유 의지에 집중하니 다시 독립성을 회복하며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운명을 스스로 선택해나가고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질 때 사람은 독립적으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과거의 낡은 교리 안에 갇혀 현재를 잊느니 그 역사라는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쪽을 택하겠다. 이제 이데올로기나 단체에 휘둘리는 건 질색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되고 싶다.

내면의 자유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던 하레디 공동체에서 탈출한 여성의 실제 이야기 '그리고 베를린에서'


최근 종교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의 트렌드를 보면 '중독'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콘텐츠, 마케팅, 게임, SNS, 쇼핑, 음식 등 모든 일상생활에서 중독으로 빠져들 수 있게 쉽고 빠르고 자극적인 것들로 현혹한다. 그리고 사고를 할 수 없도록 계속해서 다음 영상, 다음 퀘스트, 다른 물건 등을 끊임없이 제시하거나 주변 친구들을 초대하고 친구들은 또 다른 친구들을 초대하게 해 서비스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루틴 안에 가두는데 전문 용어로 얘기하자면 소비자를 Lock-in 시킨다.


기업들 또한 서비스를 설계할 때 소비자가 사이트 내에서 더 머무를 수 있는 세부 장치들을 넣어 체류 시간을 늘리고 물건을 하나라도 더 살 수 있는 교묘한 루틴들을 고안해 설계한다. 윤리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는 실패지만 기업들은 이것을 성공으로 정의하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재밌게도 코로나 이후로 내 브런치를 찾아오는 많은 검색 유입 키워드가 '대마초', '마약', '부작용'인데 그만큼 대마초 소비가 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밖에 나가서 즐길 건 없고 집 안에만 있으니 넷플릭스나 게임보다도 뇌를 자극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입문 마약인 대마를 접한 사람들은 점점 성분을 높은 걸로 바꿔나가고, 그다음은 코카인, 헤로인, LSD, 오피오이드 등 강도를 높여나가며 마약 카르텔의 노예가 되고 만다.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산업은 쉽고 빠른 길을 택한다. 그것이 당신을 중독에 빠뜨려 망치게 하는 길일지라도. 이걸 제재해야 하는 게 종교의 역할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종교 또한 중독이라는 수단을 사용해 같은 자본주의의 결을 따른다.


중독자와 전문가는 한 끝 차이인 것 같다. 무언가를 계속 파서 그것이 빛과 소금처럼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기여를 했다면 전문가인 것이고, 그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 망가뜨렸다면 중독자라고 생각한다. 모든 중독을 치료하는 방법은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현실에는 보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들도 있지만 그러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나가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역사는 항상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사이비, 마약, 도박, 성매매 등 사회의 악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다. 특히나 격동의 시대에는 항상 사람들을 미혹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종교 혹은 정치 수장들이 등장해 혼란스러운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왔다. 신천지나 이단 교회들이 해체된다 해도 또 다른 이단이 생겨날 것이고, 세계 곳곳에 활동하는 마약 카르텔 두목들이 체포된다 해도 또 다른 카르텔이 생겨날 것이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도 존재하기에...



잡초는 뽑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뽑으면 다른 한쪽에서 다시 또 자라나고 또 뽑으면 다른 곳에서 또 자라난다.
해결책은 그 땅에 뿌리가 튼튼한 큰 나무를 심는 것이다.
그러면 나무가 땅의 모든 수분을 흡수하고 햇빛을 차단해서 잡초가 더 이상 자라나지 않게 되고,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 또 다른 열매를 맺는다.


우리는 악한 잡초들로부터 지켜줄 행복한 가정,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워라밸, 청년들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공교육,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한 종교법 등과 같은 커다란 나무들을 심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이런 혼돈의 때일수록 사후세계보다는 과학, 의학, 기술에 더 초점을 맞춰 지금 눈앞에 닥친 문제들부터 하나씩 해결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이념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경제 문제와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이다. 계속해서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신의 분노일까, 인간이 그동안 지구를 망가뜨려왔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일까?


1990년도에 다미선교회가 있었듯이 2020년도에는 신천지가 있고, 재림은 당연히 오지 않을 것이다. 흑사병이 왔을 때도, 유대인들이 2천 년을 기다려왔어도 결코 재림은 오지 않았다.

다만 역병 뒤에는 항상 새로운 시대가 열려 왔었는데 흑사병이 끝난 이후 인쇄술과 항해술이 발전해 대항해 시대가 열렸다. 이 틈을 타 유대인들은 거대한 부를 축적해 세계의 패권을 잡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는 언택트 시대를 열어 IT 발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재림이라는 헛된 희망 고문과 90살 노인 남 걱정 그만하고 당장 나부터 먹고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를.. 앞으로 아르바이트나 단순 직업은 빠른 시일 안에 무인화될 예정이니 내 직업이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이라면 빨리 다른 길을 찾아보고 기도도 기도지만 언택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유대인들처럼 현명하게 새 시대를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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