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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주독야독

『초절약 살림법』 독후감

2025년 3월의 독서

by 야간선비
한 줄 소감 :
수도세 아껴서 돈을 모은다기보다는, 수도세 아껴보려는 마음이 돈을 모이게 한다


『초절약 살림법』, 조윤경 지음, 책책, 2019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것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것과도 같다. 더디게 모이는 자원을 악착같이 끌어모아서 나와 가족의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끝없이 밀려오는 지출내역들을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 매월 조금이라도 남겨먹는 게 있어야 숨통이 트이고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계획 없이 되는 대로 이것저것 해보았다간 거지꼴을 면치 못하고 원하는 것을 제때 하지 못하며 한 치 앞만 바라보면서 연명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었다. 부동산이네 주식이네 부업이네 다 중요하지만, 모든 것의 근간은 아끼고 모으는 것이다. 그간 섭렵한 책들을 기반으로 나만의 재테크 도구들을 엑셀로 만들어 사용하고, 사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을 철저히 외면하며 도심 속 수도승과도 같은 생활방식으로 돈을 관리하고 있지만, 요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디서 무엇을 더 아낄 수 있을까? 내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의 고착 상황을 타개하고 전황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외벌이 집안의 주부로서 절약의 끝장을 달리는 저자가 쓴 책이다. 월 소득을 어떤 비율로 모아야 하는지, 장보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관리비는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집안일은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지 등을 사진자료와 함께 보기 쉽게 정리해 놓은 책이다.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파워블로거의 블로그 포스팅을 보는 느낌이라, 한 권 뚝딱 읽는 데 부담이 없다.


이 책을 다 읽고 느낀 점은, 우선 나와 아내가 생각보다 잘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써버린 돈을 후회하고 써야 할 돈을 걱정하는 끝없는 번뇌를 반복하고 있지만, 책에서 권장하는 생활 태도나 저축 습관을 이미 유지해오고 있다. 책에 나온 대로 앞으로의 식비와 외식비를 조절하는 정도의 업데이트만 거친다면 모을 수 있는 돈이 좀 더 많아질 듯하다(책 표지에 적힌 ‘1년에 1000만 원 모은다!’라는 문구는 출간 이후의 물가상승을 고려하였을 때 그 목표금액을 대폭 수정해야 할 듯하다). 몇 년 전 가계부를 오늘자 가계부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순자산이 많이 늘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렇게까지 아낀다고..?’ 싶은 대목들이 등장한다. 세상에 날고 기는 절약 고수는 많구나 싶은 내용들이 나오는데, 냄비가 뜨거워진 상태만으로 조리하여 가스비를 절약하는 여열 조리법이라든지, 전날 만든 토마토 파스타의 소스가 묻어있는 프라이팬을 다음날 그대로 사용하여 그 팬에 묻어있는 소스를 사용함으로써 식재료를 아끼는 동시에 설거지 횟수도 줄일 수 있는 연쇄요리 방법이라든지, 여름철 얼린 생수병으로 냉방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선풍기 사용법이라든지 등등 생각지도 못한 방법들이 소개된다. 솔직히 이를 하나하나 전부 따라 하기엔 쉽지 않다. 이른바 ‘보법이 다른’ 저자의 절약방식을 모두 따라 하겠답시고 이것저것 시도했다가는 오히려 시간과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예를 들어, 나와 아내는 별다른 밑반찬 없이 끼니당 간단한 요리 하나만 만들어 먹거나 계란•고구마 등으로 가볍게 먹는 경우가 많아서, 책에서 나오는 밑반찬 조리법이나 식재료 보관법 등은 굳이 당장 따라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하는 부분만을 골라서 읽으면 도움 될 만한 생활정보가 많이 담겨 있는 책이지만, 그보다도 저자의 절약 습관과 생활관을 바라보며 느낄 수 있는 바가 더 크다. 치열하고 극단적으로 아껴야만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책의 저자처럼 뭐든 고민해 보고 시도해 보는 그 건강하고도 미래지향적인 마음가짐이 돈을 모을 수 있게끔 인도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 가족을 위한 돈이 1원이라도 더 모인다면 그로써 이 독서는 소임을 다 한 것일 테다.


<먹는 문제>
식비는 소득의 15%로 세팅할 것(식료품비 10% + 외식비 5%)

신선식품 예산은 주 단위로 관리하되, 한 달을 5주라 치고 계산해야 함

장보기 전날에는 재고 처리 음식을 만들어 먹을 것

가족 동반이 아닌 혼자 장을 보러 가야 충동구매를 안 하게 됨

과일과 채소는 생활협동조합을 이용해 볼 것

시든 채소와 과일은 50도의 물에 약 5분간 담갔다가 헹구면 싱싱해짐

냉동실은 가득 채워야 좋고, 냉장실은 절반만 채워야 좋다

냉동실 수납칸 바닥에 알루미늄 포일 깔기

외식비 지출규모와 절약 목적을 명확히 하고, 외식 횟수와 예산을 정할 것

좋아하는 과자나 식재료의 pb상품 버전을 찾아볼 것(제조업체가 동일한 경우가 많음)


<요일별 집안일>
- 매일 : 청소기 세탁기 식세기 등
- 월 : 유리창 거울 문짝
- 화 : 주방 및 조리기구
- 수 : 화장실
- 목 : 가구 및 바닥
- 금 : 가계부 정리
- 토 : 신발장 현관 화분 베란다
- 일 : 이불 의류
- 매일류 20분 + 요일류 10분 = 30분이면 끝!


<씻고 쓸고 닦는 문제>
스펀지에 세제를 직접 짜면 사용량이 많아지므로, 세제를 물에 풀어서 희석액을 만들자.

하루에 3개씩 물건을 버리자.

수납장을 줄이자. 수납공간이 있다는 이유로 자꾸 뭘 채워 넣게 된다.

대체품이 있다면 버린다.

창의적으로 물건을 사용하려 들지 말고 그냥 버려라.

패딩 세탁소에 맡기지 말고 집에서 세탁하자. 세탁망에 넣어 중성세제로 세탁하되 탈수는 최소한으로. 솜을 고루 잘 펴서 따뜻한 바닥에 펴서 건조.

모자는 샴푸로 손세탁

키친타월 대신 업소용 냅킨을 써 보자.

몸 머리 얼굴 순서로 비누칠 후에 한 번에 씻어내자.


<통장 관리>
월급통장에서 저축통장(월급의 30프로 이상), 고정비통장(월급의 40프로 이하), 생활비통장(월급의 30프로)으로 순서대로 배분

생활비통장은 체크카드로 소진, 잔액 안에서만 사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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