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을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한 문장은, 본래 그 의미를 온전히 담고 있을까? 이 주제는 내 글에 한 번씩 등장하는 소재였다. 최근에 소설책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다가 또 한 번 이 소재가 내 인지를 낚아챘다. 그래서 오늘의 잡념은 번역에 관한 것이다.
옛날에 영어 공부 방법에 관한 글을 작성할 때 들었던 예시가 있다.
이 장면 이후 대사인 똥인지 된장인지에 관한 영문 번역은 나오지도 않았다. 이처럼 언어를 교환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의미를 잃게 된다. 내가 번역된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믿고 싶다. 절대 내 독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렇듯 원문이 다른 언어로 번역된 경우 의미를 잃는다. 아무리 비범한 번역가가 옮긴 책이라 한들, 저자의 모든 의도를 담지는 못할 것이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의 주인공인 도이치는 괴테 연구가다. 괴테는 누구냐. 1700년대 독일에서 이름을 날린 시인, 정치가, 자연과학자, 작가다. 이 인물이 남긴 명언이 엄청 많다고 한다.
도이치 박사가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아내랑 딸과 어느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딸이 후식으로 가져온 홍차 티백을 한가득 가져왔고, 거기엔 유명한 여러 명언이 쓰여 있었다. 그중 도이치의 티백엔 괴테의 'Love dose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란 말이 쓰여 있었다. 이걸 본 딸은 "사랑은 모든 걸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 시킨다"라고 해석했다.
정말 괴테는 저 말을 했을까? 괴테는 독일인이다. 독일어로 문장을 남겼을 것이고, 누군가가 영어로 번역하여 널리 퍼트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어를 도이치의 딸이 일본어로 다시 해석한 것이다. 그 일본어를 지금 옮긴이가 한국어로 다시 번역했다.
독일어 - 영어 - 일본어 - 한국어. 번역에 번역에 번역이다. 반복된 번역은 누적된 오류를 쌓는다. 특히 시간이 흐르며 변한 사회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괴테는 1700년대 사람이고, 이 문장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온 건 1800년대 정도라고 치자. 이 문장이 동아시아에 오기까지 몇 년이 걸렸을까? 대충 1900년대 정도로 예측할 수 있다. 시간적 문화적 차이가 만들어낸 의미의 변화는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고전 명언은 전부 변화되었다는 걸 예상할 수 있다.
책에는 명언이 전파되는 과정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아마 위작형을 비롯한 두 가지 유형이 있었는데, 지금은 독후감이 아니니까 넘어가도록 하자. 사실 책 절반만 읽고 덮었기 때문에 잘 모른다.ㅋㅋㅎㅎㅈㅅ!
일상에서 우리는 과거에 위대했던 누군가의 명언을 인용할 때가 많다. 다만, 그 명언의 본래 의미가 변형됐는지, 아니면 아예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일단 인용한다. 마치 괴테가 모든 것을 말한 것처럼.
사실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바뀐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중요한 문장은 번역문이 아닌 원문을 찾아본다. 번역문이 왜곡을 누적시킨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원문을 보고 한국어로 재해석하는 게 아닌 느낀다. 최대한 원문에 담긴 뉘앙스와 느낌을. 이게 되게 추상적인 거라 설명할 수가 없다..
오늘 글을 쓰며 번역가란 직업이 상당히 고된 직업임을 느꼈다. 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담아서 쉽게 독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매 모든 문장을 보며 고뇌할 것이다. 다음부턴 책 읽다가 문장이 이상하다고 누가 번역했는지 찾는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
결론적으로, 외국어 번역 책은 방향성은 맞을지라도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가 없다. 소설책 같은 경우 문맥 파악을 통해 이 오류를 조금이나마 메꿀 수 있겠지만, 소설이 아닌 이론 개념서 같은 경우는 번역가가 많아 애먹을 것이다. 이를테면, 독자를 배려하지 않고 본인의 이론만 전개하는 데 집중한 책들. 이기적 유전자라던가, 눈먼 시계공이라던가, 확장된 표현형이라던가. 그래서 누가 번역했는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명언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문화권을 거쳐 변질됐다. 오대양을 지나며 부풀려지고, 육대주를 거치며 깎였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답고 친숙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