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let them theory"를 읽고 있다.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에 관한 심리학 책이다. 책의 한 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다. '사람들이 당신에 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실제로 사람들은 당신에 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해서 남의 생각과 감정을 통제하려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렇게 살게 냅두라는 의미에서 let them이라 말한다.
이게 무슨 뜻인가 곰곰이 생각하던 찰나에 끄덕이게 됐다. 같이 일하는 후배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의 안 좋은 모습만 눈에 들어와서 그렇다. 분명 좋은 모습도 있을 텐데, 왜 안 좋은 모습만 눈에 들어올까? 난 이게 궁금했다.
부정성 편향
심리학엔 부정성 편향이란 단어가 있다. 뇌가 생존을 위해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말한다. 내 시야에 비친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가 뇌에 더 깊이 각인된다는 뜻이다. 옛날엔 위험을 감지하고 빠르게 대처해야 생존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 유전자만 선택되어 진화됐을 것이다. 머나먼 인류에게 부정적인 정보는 생존과 직결됐다면, 현대 인류의 부정적인 정보는 무엇일까?
현대 인류의 부정적인 정보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것이다. 여기에 힘을 실어 더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게 확증 편향이다. 이미 유명한 심리학 용어니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그걸 뒷받침할 부정적 정보는 샅샅이 찾을 것이다. 아니 그들은 그래야만 한다. 지금 사고와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상대방이 싫은 이유를 찾음으로써 본인의 화살을 정당화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건 스스로에게 거는 가스라이팅. 인간이 참으로 영악하고 간사하고 쓰레기 같다. 이러니까 모든 생태계의 통제권을 가져왔지.
가스라이팅
분명 낯선 단어인데 갑자기 퍼진 단어다. 상대방의 심리를 조작하거나 지배하는 행위라고 사전에서 말한다. 확증 편향과 차이가 있다면, 가스라이팅은 직접 상대방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 사고의 통제권까지 빼앗아 버리는 악한 행위다.
나는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아!라고 말해도 이미 당했거나 당하고 있다. 어릴 때 봤던 혹 겪었던 왕따, 따돌림, 루머 더 나아가 여론 조작 가짜 뉴스 전부 심리 조작이다. 더 나가볼까? 뇌를 녹인다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이것도 전부 가스라이팅이다.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억제하고, 의존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숏폼과 매우 유사하다.
인터넷 정보의 늪에서 비판력 결핍으로 인해, 보이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니까, 이상한 신념이 생긴다. 그리고 그에 반하는 사람에게 무자비하게 돌을 던진다. 권선징악, 미러링, 마녀사냥, 사적제재 등등. 오늘 글에 한국 인터넷 문화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성악설
뭐 학술적으로 찾아보진 않은 내용이라 조심스럽다만, 지금까지 위 글로 봤을 땐 인간은 자의로 한 행동에 정당성 및 타당성을 부여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못된 짓을 해도, '걘 이랬잖아 충분히 당해도 싸'와 같은 심리 말이다. 본인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무조건 아니꼬울 수밖에 없다. 그건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해지겠지.
성악설이라 고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악하다느니, 선하다느니 별 시답잖은 소리를 떠들어대는데. 그건 결국 그 아이를 보고 판단하는 관찰자의 주관 아닌가? 악한 행동의 근거와 정의가 뭘까? 도덕 윤리에 어긋난 행위인가? 이 룰도 인간이 만들어낸 것 아닌가? 인간은 너무 오만하기 그지없다.
물론 나도 깨시민 쿨찐 냉소주의 고리타분함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기에, 내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런 근거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옳고, 너넨 틀려'와 같은 마인드란 점에서. 하지만 내가 그들과 다른 점이라면 난 부정적 편향만 가질 뿐, 상대방에게 왈가왈부하진 않는다.
그래서 후배의 안 좋은 모습만 눈에 들어오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급하게 시작점으로 북귀했다) 하지만, 난 부정성 편향에 타당성과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만 생각할 뿐 내 사고를 상대방에게 설득시키려는 어리석은 짓은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