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주 안다팀은 '죽음' 과 '사후세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오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두려움'이다. 알지 못하는 이후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언젠가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것에 너무 무서웠다.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은 결국 공포로 이어져 울음을 터트리게 했다. 그 후로도 사람이 죽는다는 것, 특히 내가 죽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어느 날은 낮잠을 자다 악몽을 꾸었는데 아주 많은 사람이 끌려가 일렬로 줄을 서 있고 나 또한 그 줄에 합류해 있었다. 그리고 그 줄의 첫 번째 사람부터 차례대로 절벽에서 밀었다. 곧 내 차례가 다가왔고 나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그때 누군가 아이 깨워라는 소리치는 걸 들었고 나는 깨어남과 동시에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마치 죽다가 살아난 아이처럼 엉엉 울어댔다. 내가 꾼 꿈 중 가장 무섭고 생생한 꿈이었다. 아빠는 내가 진정이 될 때까지 힘껏 껴안아 주셨다.
그 후로도 한두 번 더 낮잠을 자는 중에 이런 꿈을 꾸었고 두 번째 꾸었을 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어 무작정 마당으로 나가 햇볕아래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등학생 때 부모님의 잦은 싸움으로 심신이 피폐해져 아파트에 뛰어내려 죽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많이 느꼈었다. 그 순간에도 나의 발목을 잡은 건 죽음에 대한 공포, 두려움이었다. 죽으면 어떻게 되지? 지금의 고통은 끝이겠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둠의 세계로, 완전히 없어진다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대학생이 된 후 '어딘가에 있으나 내가 찾지 못한 진리'를 찾아보겠다고 이런저런 종교를 쫓아다녔지만 끝내 진리라고 생각되는 것을 찾지 못했다. 나름 스스로 찾은 답은 신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으며 그 신을 얼마나 개개인이 인식하고 발현하느냐였다.
종교에서 말하는 죽음 이후의 세계등에 대해서는 전혀 다가오지 않았다. 귀신이라는 존재는 어려서부터 제사를 봐와서 인지 다른 차원의 존재하는 것을 귀신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린 왕자가 독사에 물려 육(肉) 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별에 돌아가듯, 육(肉) 은 시간과 공간과 제약을 받는 것이고 그런 제약이 없는 상태의 다른 차원이 존재하지는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 봤었다. 2차원의 있는 것은 3차원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잘못 받아들이듯 우린 어쩌면 다른 차원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에 귀신이라는 것으로 말을 대신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말이다.
사회생활 중에도 간간히 죽음을 떠올리면 두려웠다. 그러면서 과학적 접근의 죽음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육안으로 나라는 존재는 보이지 않으나 아주 작고 작은 미세한 입자의 형태로 세상의 물질에 새로 결합하여 존재한다는 것. 나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에 약간의 위로가 되었다. 그렇다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정작 중요한 의식(정신 혹은 영혼 기타 등등의 것)이라는 것은 아직 풀지 못했다. 단순히 전기적 신호와 자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기엔 뭔가 아쉽다. 그렇다고 과학적 근거를 내세워 반박도 못하겠다. 오히려 알츠하이머 같은 질환으로 기억력이 상실되고 정상적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의 모습에서 의식 또한 전자기적 패턴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 같다. 결국 의식도 근육이나 피부처럼 노화되어 쭈그려 들고 결국에는 없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난 왜 죽음이 궁금할까? 왜 자꾸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걸까? 그건 내 안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삶의 여러 목표 중에 하나가 죽음에 초연할 수 있는 나를 기대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삶의 대하는 태도와 연관되는 것일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일상의 나에게도 투영되어 두려움 불안등이 종종 솟아나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내 심연 깊이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죽음 또한 큰 두려움으로 느끼는 것일까.
무엇이 먼저 인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죽음에 관한 나의 태도와 마음을 돌아보며 죽음에 초연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을 가진 사람 혹은 그런 태도를 가질수 있는 팁을 가진 사람을 찾게 된다.
마지막으로 김상욱 교수의 죽음에 대한 말씀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고 죽음이 오히려 가장 자연스럽다. 지구에만 생명체가 많아 생명이 보편적인 것으로 보일지는 모르나 우주 어디에도 생명체는 없다. 원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죽은 상태로 있다가 어느 날 우연한 이유로 모여서 생명이 된다. 생명이라는 정말 이상한 형태로 잠깐 머물다가 죽음이라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간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면 내가 살아 있다는 이 찰나의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원자는 영원 불멸한다. 내 몸을 이루고 있지만 죽으면 뿔뿔이 흩어져서 원자의 형태로는 영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