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신경쓰였던 것 중 하나는 저자가 일본어로 번역한 책 이름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었다.
타하르 벤 젤룬의 소설 《Par le feu》는 일본어로 火によって로 번역되었다. 직역하면 '불에 의해', '불로 인하여'이다.
직역해도 상괸은 없었지만, 이 소설이 튀니지에서 분신한 부아지지의 죽음으로 아랍의 봄이 일어났음을 가리키는 것이었음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불이 되어'.
불에 타 죽었고, 그로 인해 혁명이 일어났다. 그렇지만 '불'이라는 것은 그의 죽음, 그리고 혁명의 일종의 원인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일종의 초월 번역이다.
어차피 사료를 번역하는 것도 아니므로. 사실 번역서 본문엔 그 책이 언급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부아지지의 죽음을 표현하는 데엔 그 표현이 더 낫다고 여겼다. 이 경우는 일본어로는 '火になって'가 된다.
누군가 훗날 그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아마 원어 그대로 '불에 의해' 등으로 번역될 것으로 보인다. 단지 저자의 약력 하나를 번역하는 일 따위였으면 굳이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20대에 접한, 그의 처참한 죽음을 기리는 나름의 표현이었다. 그는 불이 되었고, 불이었으며, 그 자리에서 거대한 불이 타올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