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빌딩 위에서도 풍년가를 부를 수 있을까?

by 박용준

얼마 전 광주의 '전일빌딩245(옛 전일빌딩)'에는 설 맞이 현수막이 드높이 내걸렸다. "부강한 광주전남." 행정권력이 대대적으로 예산과 노력을 투입해 광주ㆍ전남 행정 통합을 선전하고 있는 마당엔 그것 또한 흔한 홍보물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다름 아닌 '옛 전일빌딩(전일빌딩245)'에 그것이 내걸렸다는 점에서 상당한 위화감이 느껴졌음도 사실이다. 지역민에게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옛 전일빌딩'은 계엄군 저격수의 조준 사격 및 헬기 사격을 비롯한 학살, 그에 맞선 시민의 저항과 연대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빌딩 명칭에조차 탄흔 숫자를 의미하는 245까지 새겨놓고 그곳에 관련 대규모 전시, 체험 공간까지 조성했다. 또한 얼마 전 '극우' 인사 한 명이 굳이 그곳에서 강연을 열려다 시민들의 항의로 무산되면서도, 그런 이들을 지지하는 집회들이 불쑥불쑥 열린다는 점은, '옛 전일빌딩'을 비롯한 일대의 공간성에 대한 지역의 인식과, 어떻게든 그것을 약화시키려는 끈질긴 시도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그곳의 공간성, 나아가 5ㆍ18의 학살과 저항, 연대의 의미를 약화시키는 것은 외부의 '극우' 인사들만은 아닌 듯하다. 5ㆍ18 기념 관련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공유되는 상징물이나 서사를 사유화하기나, 브랜딩 수단으로 5ㆍ18을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런 것도 개인의 창작 활동으로 일종의 문화ㆍ예술이라면, 행정 당국이 문제삼는 것은 문화 검열로 비춰질 수도 있으니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행정 당국이 그 주체가 되고 있다면 이야기는 또 다를 것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즈음, 소설 작품의 제목(이를테면 《소년이 온다》)을 '광주가 온다'는 식으로 시정 홍보에 동원하거나, 작가 본인이 반대했음에도 기어이 그의 문학관을 짓겠다는 발상에서도 어느 정도는 예견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발상이라면, '옛 전일빌딩'에 광주ㆍ전남 행정통합을 홍보하겠다는, 그걸 최종적으로 승인한다는 상상력도 충분히 가능한 것일까?



광주ㆍ전남 행정통합이 찬반 여부를 떠나 일단은 지역-을 넘어, 나라 전체-의 긴급한 현안이 되고 있는 마당에, 그러한 홍보의 '절박함'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수막 하나는 그동안 '옛 전일빌딩'의 공간성이, 고작 시정 홍보물의 대형 걸이대로 전락해버린 것은 아니었는가.



당국의 현수막 걸이대가 된 '옛 전일빌딩'도 씁쓸하지만, 그 현수막에 내걸린 과도한 풍족함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부강한 광주전남'이라니, '옛 전일빌딩'이라는, 피와 뼈로 된 골조 위에서도 '부강함'을 노래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가. 그걸 가능케 한 것이야말로, 그렇게라도 5.18의 상징성마저도 동원해야 하는 도시행정의 '궁색함'을 드러낸 것은 아닌가.



그런데 5ㆍ18의 상징성을 동원하는 행정 당국의 일련의 모습에 대해, 그동안 지역의 언론에서 이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내용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5ㆍ18의 주변화와 도구화는 지역 내부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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