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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처럼 Jan 10. 2022

칭찬은 사람을 빛나게 한다.

- 아들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


요즘 아빠가 달라진 것 같아요!

흥겨워하는 초5의 뒷모습


큰 아들이 얼마 전 주말에 우리 부부에게 했던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울컥했다.


말 한 마디에 울컥하다니. 외부 사람들이 들으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우리 부부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특별하고 소중한 피드백이었다.


사실 우리는 아들과 소통방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내는가에 대한 숙원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풍부한 감수성에 비해 본인 마음에 대한 표현력이나 설명이 서툴렀던 아이는 어린이집, 유치원보다 고난이도의 소통을 요하는 선생님 말씀이나 친구 관계, 학교 숙제를 힘들어 했고,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아이둘까지 돌보며 아이의 마음 속 상황까지 들여다보질 못했다.  


그래서 아들과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같은 이유로 혼내기도 꽤 여러 번.

우리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하기도 쉬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지 아들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아들 못지 않게 표현이 서투른 남편은 아들과 특히 심한 갈등을 빚었다. 지금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니 그 갈등도 약 5년 간 점점 깊어졌고, 아들의 마음이 닫힐 정도로 큰 사건도 몇몇 발생했었다.


소통으로 힘든 시간을 겪으리라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우리 부부도 많이 당황했었다. 어릴 때 내 모습을 투영해보며 아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려 노력하고, 유튜브와 책을 보며 우리의 태도를 반성하며 변화하려는 시도를 수 없이 반복했다. 가족간 소통에 꽝인 남편도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노력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그렇기에 "아빠가 달라진 것 같아요!"라는 해맑고 솔직한 말 한 마디는  

우리 부부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가장 최근에 불거졌던 사건은, 기본적인 생활태도와 학습태도에 대한 것이었다.

아들에게 이야기하는 기본은 이것이었다.


- 글씨 또박또박

- 그날 숙제는 그날 끝내기

- 선생님 말씀에 대답 잘 하기

- 줄 그을 때는 자를 대고 긋기

- 글씨 지울 때는 다시 쓰는 글씨 잘 보이게 깨끗하게 쓱쓱 지우기 등등...


초등학교 5학년이면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은 힘들어 했다. 기본이 왜 중요한지 수 없이 설명해도, 공감해서 하기보다 하라니까 한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렇다보니 글자 하나하나 태도 하나하나에 성의가 없고 오해를 사기 딱 좋은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하나 터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을 하던 학교 선생님께서 아들의 숙제를 기본이 안되어있고 성의없다고 대놓고 비난하신 것이다. 그것도 다른 친구의 숙제를 같이 놓고 비교하며 말 그대로 아이의 자존심을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원래 아이 학교 수업을 방에서 편안하게 하라고 했던 나는 하필 그날 재택근무를 하며 옆에서 서로 보면서 하면 재밌겠다고 꼬셔서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 선생님의 지적을 받은 아이는 점점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사색이 된 표정에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시면서 아이와 내 눈이 마주쳤는데 각기 다른 이유로 아픈 마음이 느껴졌다. 아이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상황을 엄마에게 들킨 심정, 나는 아이의 아픈 마음이 너무 아픈 그런 마음이었다.


이유를 탓하지 않고, 우선 아이를 안아주었다.  아이에게 기본을 왜 잘 지켜야하는 지 다시 한 번 설명해야 하는 내 마음과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아무리 숙제가 맘에 안드셨어도 아이들 앞에서 비난하는 선생님의 태도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위로 해주었다.

 

원격수업이 끝난 뒤, 아들에게 숙제를 왜 하고 싶지 않은지 물었다. (그 때까지는 회사생활 하느라 아이 숙제를 못봐준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내 예상과 달리 아이의 답변은,



어차피 해도 혼이 많이 나는 것 같아서 시작하기 싫어요...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내곤 했다. 무례함이 싫다던 내가 아이에게 무례한 어른으로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지우개로 잘 지우지 못하고 글씨를 또박또박 쓰지 못한 건 아이에게 사소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소한 걸 우리는 큰 일이라며 윽박을 질렀으니...


잘 가르쳐 준다는 명분으로, 가르쳐주는 방식을 세운 것도 순전히 우리 부부의 기준이었던 것이다! 서로 느끼는 온도의 차이가 이렇게 클 때에는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야 하는데, 요령없는 우리 부부... 인풋 => 아웃풋?! 이런 개념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인생이 대입 후 결과물로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들 입장에서는, 수학 숙제도 매일매일 양이 늘어가는데, 왜 해야하는지 이유를 모른채 양만 꾸역꾸역 느는 데다 안하면 '왜 해야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혼나는 게 매우 억울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그 동안의 갈등과 패턴을 되짚어보면서 잘못된 소통방식을 반성하고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핵심 전략을 뽑아냈다. 예전의 과외를 돌아보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해야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연민보다, '앞으로 더 좋아질거야'라는 희망이 필요했다.  


'칭찬 세러모니'라는 전략이었다.


"왜"에 대한 동기부여를 연결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식사 준비를 돕거나, 숙제를 작게라도 하나를 끝내는 등 생활과 학습에 좋은 모습을 보이면 동생과 가족들 앞에서 큰 목소리로 칭찬하고, 안아주었다. 우리의 작전은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반복적으로 입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구조를 짰다. ㅎㅎ


첫 번째로, 부모의 속마음을 들려주었다. 아들 방문을 슬쩍 열어둔채, 거실에 앉아 아이에 대한 칭찬을,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맞다. 일부러 들으라는 전략이었다. 아이는 방문 옆에 서있는 기척이 느껴졌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두 번째로, 학습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구체적인 피드백을 듣도록 했다. 과외 선생님 오시는 날에는 수업을 끝내실 타이밍에 선생님을 붙잡고 아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열심히 했는지 일부러 아이가 들리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가신 후에 "너무 열심히 하지 마~ 너무 노력하니까 안어울려~ ㅋㅋ"라는 농담까지 하며 아이의 기를 살려주었다. 작은 일에도 잘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자주 주려고 노력했다.


세 번째로,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도 아이가 얼마나 노력하고 성장하는지, 기특한지 일부러 더 크게 자랑했다. 감격해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을 보며 아이도 감동한 것 같았다.


전략의 최정점은 함께 달성하고 경험하는 이벤트에 있었다. 


아이 아빠가 아들과 산행을 시작했다. 적게는 한 시간, 많게는 세 시간 걸리는 코스를 찾아 매 주말 아침 일찍 다녀왔다. 다녀오는 시간 아이 아빠는 얼마나 아들을 사랑하는지 이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진짜 마음을 들려주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도 한참을 나누고 아빠가 좋아했던 게임 하스스톤(?ㅋㅋ)도 아들에게 소개해주며 공통 분모를 키웠다. 서로를 아프게했던 사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정해졌다.




칭찬 세러모니와 피드백을 360도 입체적으로 들려줌과 동시에

아이와 커뮤니케이션도 더욱 세심하게 접근했다. 속마음도 들어주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너를 존중한다'는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느껴지게끔.  


스트레스를 받아하던 수학 과외를 과감히 끊고, 아이 학습 속도에 맞춰 할아버지까지 과외쌤 역할로 가세해 수학 공부 계획을 짰다. 우리 부부는 공부 방향을 잡고, 할아버지가 매일매일 채점과 오답 체크를 해주는 방식. 수학공부를 여전히 힘들어했지만 아이도 본인을 존중하며 공부 방향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나는 하물며 수학의 정석도 샀다. ㅎㅎㅎㅎ 엄마도 사실 수포자였고 아빠한테 수학 과외 받을 거라는 '똑같이 수학이 어려워' '그리고 엄마도 늦게라도 노력하고 싶어' 라는 행동을 직접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영어 과외 선생님과 도움을 요청하여 왜 공부해야 하는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때마다 강조점을 바꿔가며 아들과 대화를 나눠달라 했다.


동생 앞에서 오빠의 '노력하는 모습'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여러 번 이야기 해주었다.




전략의 핵심은 긍정적인 환경과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칭찬 피드백을 전보다 임팩트있게, 반복적으로, 여러 단계를 통해 경험하도록 구조를 만들었고,

아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한 것.  


엄마, 아빠, 동생,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같은 각 가족 구성원 역할에 따른 칭찬과 피드백을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일법 한 내용으로 구성하고, 제 3자이자 직접적인 교육 관계인 선생님까지 합세하여 아이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서 보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메시지는 심플하고 통일된 것이었다.


-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네 모습이 너무 멋져" -> 과정과 노력에 대한 인정.

- "우리 모두는 백점이 아닌 너의 성장이 중요하고, 네가 즐거운 미래를 구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울게!" -> 너를 존중하고, 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우리라는 것을 인지시킴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온게 이럴 때 참 도움이 된다 ㅎㅎ




그렇게 다 같이 노력한지 2~3주 지난 날,

말하지 않았는데도 아이의 글씨가 바뀌어 있었다.


그날 끝내기로 한 과제도 알아서 정리해두었고, 놀고 게임할 시간과 과제 시간을 구분하여 스스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뭔가 경이로운 느낌이 들었다. 압박하며 끼우려 했을 때에는 잘 맞지 않던 틈이, 칭찬이라는 기름칠로 한 순간 '툭' 하며 아무렇지 않게 맞아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어제 밤에는 동생과 내가 양 옆에서 볼 뽀뽀를 해주었다. 아들이 얼마나 좋아하는 지, 이런 기억과 의미를 안기 위해 사는 것인데, 그동안 잊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자연스럽게 쑥 나온 말 한 마디.

"엄마아빠가 달라진 것 같다고"


여전히 숙제는 싫지만 이제는 해야하는 마음이 조금씩 든다고 했다.

예전에는 못하는 게 많은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하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 했다.

거기에 나는 "너는 심지어 숨 쉬는 것도 잘한다"라고 했더니 빵 터지는 아이. ㅎㅎ ^^


예상치 못했던 아이의 모습과 우리 부부의 성찰,

그리고 속도에 맞춰 우리의 방식을 찾기까지,


아이의 시행착오는 아이 만의 일이 아니었다.

우리 온 가족의 일이었고, 그것은 곧 어른인 우리 부부도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아이에게 칭찬하면서 우리도 한 번 더 웃고 한 번 더 즐거워졌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정말..~~~ 그랬다.


요즘은 큰 말소리가 우리 집에서 사라졌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신감을 키워주고 자존감을 올려주기 위해~~ 그리고 아들 사춘기도 시시각각 가까워지고 있으니. 관계를 통한 단단한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한 방법을 여러 모로 고민하고 있다.


그보다 나와 남편이 먼저 단단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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