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버프린트 Nov 27. 2022

워킹맘에게 왜 일하냐고 묻는다면

세상을 살아가고 일을 하기 위해 쓰는 글

일과 엄마, 두 가지 중


일과 엄마, 이분법적인 사고로 둘 중 어느 쪽에 더 가중치를 두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서슴없이 우리 아이들의 엄마로서 내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어린 나이에 팀장을 했을 때에도, 지금 신입 직원이나 연차를 갓 쌓기 시작한 직원들을 보면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기특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열정에 감동을 느낀다.


20대 30대에 한창 커리어를 쌓고 실패와 성공을 연달아 겪으며 성장하던 나는, 일 잘하는 팀원일 때에도, 팀장이 되어 고군분투할 때도, 사회의 프레임에 따라 성과주의 시각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사회가 짜 놓은 메커니즘 속에서 늘 다치는 것은 나였다.



일에서 오는 생각의 불협화음


평가받고 평가함에 기만을 느끼고, 실패에 프레임을 씌우며 닦달해야 하는 구조에서 내 마음 한구석은 캄캄하기만 했다.


물론 나 또한 성과주의 혜택을 받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정성적인 성과, 즉 한 사람의 성장과 나아짐과 가능성을 배제한 그 모든 평가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만 보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는 내 모습은 반항아, 돌발행동자, 아웃라이어,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승진과 연봉 밑바탕에 깔린 정치적 행동들과 카르텔 같은 복합적인 구조 또한 결국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어릴 때 사회의 프레임에 몰입하며 맞다고 하는 방향에 맞춰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지만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결국 도돌이표처럼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팀원에서 중간관리자로, 팀장에서 디렉터로 다양한 경험을 거친 지금 나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키워드는 ‘성공’과 ‘승진’이 아닌 '성장’과 ‘동반’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일과 엄마, 두 가지 중 가중치를 고르라면,

나는 아이들을 위해, 남편을 위해, 그리고 함께 일하는 이들을 위해 일한다고 답한다.


치열한 고민과 강도 높은 업무환경일지라도 함께 성장할 방법을 찾고, 결과물을 바라보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는 악수를 나누는 것이 내가 일하는 이유다.


긴 시간을 겪어내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피와 땀과 눈물을 희생양 삼아 한 사람의 돈, 욕심, 유명, 권력을 빛나 보이게 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나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회의 메커니즘에 반하는, 상사가 마음에 안 들어할 순진한 마인드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 모습이 나라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그리고 일하는 이유는 내 인생과 사회에 크고 작은 나름의 유산을 남기고 싶어서가 아닐까.


내가 만들어가야 할 유산은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다.

아이들이 건강한 마인드로 성장하도록 도와, 그들 스스로 부조리한 사회를 견디며 각자의 유산을 남길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


그것을 위해 나만의 방식대로 사회에서 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남편과 가정을 잘 일궈나가는 것이 두 번째 목표다.


곧 중학생이 될 아들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세상을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딸, 회사에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쉬는 남편을, 회사에서 역량을 쏟아부으면서도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며 웃고 고민하는 팀원들을 볼 때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4년 전, 워킹맘 모임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 나에게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던 언니께 곧바로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유는 단순했다. 멋진 직업을 이야기하는 게 쿨해 보일 것 같은데, 진짜 속내는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ㅎㅎ


지금은 내가 나를 이해하고, 목적을 깨닫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브랜드 디렉터로서 일하는 나의 일에도 이런 생각이 영양분 가득한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이 모든 과정과 흐름이 선순환으로 작동해 주변의 성장과 삶의 목적이 함께 일궈질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아들에게 플립4를 안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