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없는 애가 할 수 있겠어?

by 니모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멋있다고 생각하던 친구가 군인이 된 탓인지.

주변에서 받은 게 많은 삶이니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탓인지.

이거 하면 취업 잘된다고 지원하자고 꼬시던 친구 탓인지.


나는 여성 ROTC 1기에 지원했다.

그리고 덜컥 합격을 했다.



임관하기 전까지 훈육관의 특훈 아래 운동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학군단장의 호출이 있었다.


학군단장은 여성 ROTC 1기이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을 테고,

집안의 지원도 많이 필요할 텐데

엄마 없는 내가 할 수 있겠냐는 말을 했다.



너무 충격적인 말이라서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도대체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엄마 없으면 안 되는 건가?

집이 못 살면 안 되는 건가?



그 자리에 있던 나는 당혹스러움에 얼굴이 붉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학군단장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 잘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학군단장 앞에서 꿈틀거리지도 못한 채 기숙사로 돌아갔다.

학군단 건물에서 벗어나자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 없는 게 내 잘못이야?

우리 집이 가난한 게 내 잘못이야?

내 능력으로 필기, 면접, 체력검정 통과해서 선발된 건데

왜 내 배경을 보고 저런 말을 지껄이는 거지?

그리고 엄마 없으면 안 돼?

가난하면 군대 못 가는 거야?




나는 그동안 엄마 없이도, 돈 없이도 잘 살아왔다.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사랑으로 키워주신 할머니가 계셨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놀림받은 적도, 무언가를 포기해야 했던 적도 없었다.


그러나 학군단장의 한 마디로

나는 내 배경이 가진 한계를 깨달았다.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도 나는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얼마못가 백기를 들었다.



네까짓 놈이 몸담고 있는 게 군대라면

나는 안 갈 거라고.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냐고

에라이 퉤!


이렇게 그만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허리디스크를 이유로 그만두었다.




몇 년 전 까지도 나는 그놈의 학군단장이 했던 말이 불쑥 떠올랐다.

나의 발목을 잡는 날들도 있었다.



이제는 저렇게 교양 없고 못 배워먹은 사람도 있다는 걸.

그런 놈이 던진 돌멩이에 맞고 아파하지 말자는 걸.

그런 놈이 던진 돌멩이를 다시 주워 나를 때리지 말자는 걸

그런 것들을 배운 경험이었다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




분명 나와 같은 환경을 이유로 무시받거나, 저런 대접을 받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 환경과 배경을 내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게 내 잘못은 아니었다는 걸 알고

당당하게 기죽지 말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건 앞으로의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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