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시밀러의 옷을 벗고 ‘신약 기업’으로 갈아입다

by ninabsch

2026년, ‘퍼스트 무버’의 새로운 정의


2026년 봄, 셀트리온의 본사가 위치한 송도 2공장 앞. 한때 ‘복제약(바이오시밀러)’ 회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이 기업의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셀트리온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글로벌 신약 개발사’다.


서정진 회장은 2024년 통합 셀트리온 출범 당시 “2030년까지 매출 1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원대한 목표의 첫 번째 단추이자 가장 큰 승부수였던 ‘미국 직판(직접 판매)’과 ‘신약 중심 포트폴리오’가 2026년 현재, 가시적인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짐펜트라(Zymfentra), 미국 시장을 집어삼키다


2025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셀트리온의 실적을 견인한 일등 공신은 단연 세계 유일의 SC(피하주사) 제형 인플릭시맙 신약, ‘짐펜트라’였다. 기존의 바이오시밀러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했다면, 짐펜트라는 ‘편의성’과 ‘신약 지위’라는 강력한 무기로 미국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대형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들과의 협상을 2025년 말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미 전역의 보험 급여 목록에 짐펜트라를 등재시켰다. 2026년 현재, 짐펜트라는 미국 염증성 장질환(IBD)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하며 단일 품목으로만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메가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았다. 중간 유통 단계 없이 직접 판매하는 ‘직판 체제’는 수익성을 극대화했고, 이는 고스란히 차세대 M&A를 위한 실탄이 되었다.




M&A의 나침반: AI와 모달리티의 융합


셀트리온의 2025~2026년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M&A’였다. 서정진 회장은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AI 플랫폼’에 집중했다.


• AI 기반 신약 개발사 인수: 2025년 하반기, 셀트리온은 영국의 유망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을 인수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임상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결합해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속도를 3배 이상 끌어올리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 ADC와 이중항체의 결합: 삼성과 마찬가지로 셀트리온 역시 ADC(항체-약물 접합체) 시장에 사활을 걸었다. 2026년 초, 셀트리온은 국내외 ADC 전문 바이오텍들과 공동 개발을 넘어 핵심 파이프라인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인수하며, 자사의 항체 기술력과 결합한 차세대 항암제 라인업을 완성했다.




글로벌 생산 거점의 다변화: 릴리와의 미묘한 협력


2026년에 들어서며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셀트리온의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였다. 특히 미국 내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셀트리온은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릴리와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현지 생산 시설 인수를 타진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우리는 이제 남이 닦아놓은 길을 가는 시밀러 기업이 아니다. 우리가 직접 길을 만들고, 그 위에 전세계 환자들이 걷게 할 것이다.”


셀트리온 관계자의 이 말은 2026년 현재 셀트리온이 가진 자신감을 대변한다. 전통적인 바이오시밀러 수익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아낌없이 쏟아붓는 이른바 ‘플라이휠(Flywheel)‘ 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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