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높은 에스테틱과 유통망을 노리다
거품이 빠진 자리, ‘현금’이 흐르는 곳으로
2026년 가을, 여의도와 강남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바이오를 바라보는 시선은 3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 한때 ‘꿈’과 ‘희망’만으로 수천억 원의 밸류에이션을 받던 초기 바이오텍의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자본은 더 냉정해졌다. 임상 성공 여부에 도박을 거는 대신, 매달 꼬박꼬박 현금이 들어오고 글로벌 시장에서 즉각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에스테틱(성형•미용)’과 ‘의료기기’ 기업들이 사모펀드의 주 타깃이 되었다.
K-에스테틱: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불황을 타지 않는다“
2025~2026년 M&A 시장의 주인공은 신약 개발사가 아닌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그리고 리프팅 기기를 만드는 기업들이었다.
• 휴젤과 클래시스의 ‘글로벌 엑시트’ 서사: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PEF가 거쳐 간 휴젤과 클래시스는 2026년 현재, 사모펀드 주도의 경영 효율화(Value-up)가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불필요한 R&D 비용을 줄이는 대신, 미국과 유럽 시장의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영업이익률을 50%대까지 끌어올렸다.
• 파마리서치와 스킨부스터 열풍: 연어 정소에서 추출한 PN 성분의 ‘리쥬란’으로 대박을 터뜨린 파마리서치 역시 2025년 대규모 지분 매각을 통해 사모펀드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사모펀드는 이들의 탄탄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에스테틱 체인들을 ‘볼트온(Bolt-on, 유사 기업 추가 인수)’ 방식으로 흡수하고 있다.
2026년의 트렌드: ‘플랫폼 빌드업’과 ’자진 상장폐지‘
2026년 사모펀드들의 바이오 투자에는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이 나타난다.
1. 상장폐지 후 체질 개선: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등 알짜 미용 기기 업체들이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줄줄이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했다. 분기별 실적 압박과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 사모펀드 특유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해외 M&A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2. 웰다잉(Well-dying)과 실버케어의 결합: 2026년에 들어서며 사모펀드들은 에스테틱을 넘어 ‘실버 헬스케어’ 유통망에도 손을 뻗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됨에 따라 단순 치료가 아닌 ‘노화 방지’와 ‘사후 케어’를 잇는 거대한 헬스케어 벨트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자본이 만든 ‘K-바이오‘의 튼튼한 허리
사모펀드의 진입을 두고 “R&D를 소홀히 하고 단기 수익에만 집착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로 일부 인수 기업에서는 연구개발비 비중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거꾸로 사모펀드의 ‘경영 효율화’ 덕분에 한국 바이오 산업이 고질적인 ‘적자 구조’를 탈피하고 자생력을 갖춘 기업들을 배출하게 되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공존한다.
“이제 바이오는 과학자의 영역을 넘어 ‘자본의 배치’와 ‘운영의 묘’가 중요한 산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