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특허들

2026-2027 ‘특허 절벽’이 가져온 인수 전쟁

by ninabsch

200조 원의 매출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순간


2026년, 글로벌 제약 업계는 이른바 ‘특허 절벽(Patent Cliff)‘의 한복판에 서 있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약 3년간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들의 시장 가치는 전 세계적으로 약 1,500억 달러(한화 약 200조 원)에 달한다.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특허 만료는 재앙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효자 품목이 하루아침에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복제약’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위기는 누군가에게 기회다. 2026년 현재,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은 이 거대한 매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례 없는 공세에 나서고 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시간: 시밀러를 넘어 대체제로


과거 한국 기업들이 특허가 만료된 후 뒤늦게 복제약을 내놓아 가격으로 승부했다면, 2026년의 전략은 훨씬 영리해졌다.


•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호교환성’ 승부: 2025년 특허가 만료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등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 FDA로부터 ‘상호교환성(Interchangeability)‘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약국에서 약사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오리지널 약 대신 한국산 시밀러로 바꿔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26년 현재, 이 인증 하나로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 점유율을 순식간에 3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 알테오젠의 특허 연장 방어 전략: 앞선 6편에서 다룬 알테오젠의 기술은 거꾸로 빅파마의 ‘특허 방어’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정맥주사 특허가 끝나가는 빅파마에게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기술을 빌려주어, 새로운 제형으로 특허 기간을 연장하게 돕고 그 대가로 막대한 로열티를 챙기는 방식이다.




2026년의 풍경: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패닉 바이(Panic Buy)‘


특허 절벽을 맞이한 글로벌 빅파마들은 사라지는 매출을 메우기 위해 유망한 후보물질을 가진 바이오텍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 2026년 상반기에만 국내 바이오텍 5곳이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거나 조 단위 기술 수출을 성사시킨 배경에는 이러한 ‘빅파마의 절박함’이 깔려 있다.


“빅파마에게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다. 2027년 재무제표의 구멍을 메워줄 확실한 카드가 필요할 뿐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한양행의 ‘렉자라’와 같은 국산 신약들은 오리지널 약의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글로벌 시장의 ‘대안’으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M&A 전쟁의 서막: 중소 바이오텍의 몸값이 뛴다.


2026-2027년은 특히 임상 2상이나 3상 단계에 진입한 국내 중소 바이오텍들에게 ‘황금기’다. 빅파마들이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기술을 사는 것이 더 빠르고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ADC(항체-약물 접합체)나 비만 치료제와 같이 최근 트렌드에 부합하는 파이프라인을 가진 기업들은 현재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다. 2026년 현재, 국내 중견 제약사들이 유망 바이오텍을 선제적으로 인수해 빅파마에 되파는 이른바 ‘바이오 브릿지(Bio-Bridge)‘ 전략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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