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생물보안법

중국이 비운 자리를 차지할 주인은 누구인가?

by ninabsch

소리 없는 전쟁, 바이오 공급망의 재편


2026년 현재, 글로벌 바이오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실험실이 아닌 미국 워싱턴 D.C.에서 나오고 있다. 바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대형 바이오 기업들과의 거래를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지난 수십 년간 공고했던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중국의 공룡 기업 우시바이오(WuXi Biologics)와 BGI가 미국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몰리자, 전 세계 빅파마들은 패닉에 빠졌다. 당장 자신들의 약을 만들어줄 ‘대안’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태평양 건너 한국으로 향했다.




우시(WuXi)의 빈자리, 한국의 기회가 되다


2025년부터 2026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팜테코 등 국내 대형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의 수주 상담 건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폭증했다. 중국 기업에 일감을 맡겼던 미국과 유럽의 제약사들이 대거 ‘공급망 다변화’를 선언하며 한국 기업들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반사이익: 삼성은 2025년 말, 우시바이오가 독점하던 글로벌 빅파마의 항체 의약품 생산 물량 상당 부분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2026년 가동을 시작한 5공장이 ‘역대 최단기간 수주 완료’ 기록을 세운 배경에는 바로 이 지정학적 변화가 있었다.


• SK팜테코의 현지화 전략: SK는 미국의 생물보안법 기조를 미리 읽고 미국과 유럽 현지에 생산 시설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두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땅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되자, 미국 내에 대규모 CGT(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시설을 갖춘 SK팜테코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26년: 단순 수주를 넘어선 파트너십의 심화


미국의 생물보안법은 한국 기업들에게 단순히 ‘남이 버린 떡’을 줍는 기회 그 이상을 제공했다.


1. R&D 단계부터의 결합: 중국 CRO(위탁연구기관)를 기피하게 된 미국 바이오텍들이 초기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시료 생산까지 한국 기업과 손을 잡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 CDMO 기업들이 단순 제조를 넘어 ‘개발(Development)‘역량까지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2. K-바이오텍의 미국 진출 가속화: 미국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중국 자본이 빠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 한국 기업들에게 집중되었다. 2026년 상반기, 한국의 중견 바이오텍 10여 곳이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JV)을 설립하거나 연구소를 이전하며 ‘미국 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위기 속에 숨은 복병: 인도와 일본의 추격


물론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26년 현재,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것은 인도와 일본이다. 인도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네릭과 초기 공정을 공력하고 있고, 일본은 후지필름(Fujifilm)을 필두로 정부 차원의 막대한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바이오 의약품 시장을 노리고 있다.


“미국 생물보안법이 열어준 문은 영원히 열려 있지 않다. 우리가 이 문을 통해 안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골든타임은 앞으로 딱 2년이다.”


정부 관계자의 이 말은 2026년 현재 한국 바이오가 느끼는 절박함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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