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과 뷰노

AI 진단, 이제는 해외 플랫폼을 직접 사들인다

by ninabsch

의사의 눈을 빌려주던 AI, 이제는 병원을 사들이다


2026년 현재, 전 세계 주요 검진 센터와 대학 병원의 판독실 풍경은 3년 전과 판이하다. 흉부 엑스레이나 유방 촬영 영상을 띄우면, AI가 0.몇 초 만에 암 의심 부위를 찾아내고 생존율까지 예측한다. 이 ‘디지털 의사’의 심장부에는 한국의 루닛(Lunit)과 뷰노(Vuno)가 개발한 알고리즘이 흐르고 있다.


과거 한국 바이오텍의 숙명이 ‘기술을 파는 것’이었다면, 2025~2026년 AI 의료 기업들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풍부한 상장 자금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거꾸로 해외의 유통망과 데이터 플랫폼 기업을 집어삼키는 ‘역 M&A‘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루닛: 볼파라(Volpara) 인수가 쏘아올린 글로벌 데이터 패권


루닛의 전환점은 2024년 말 단행한 뉴질랜드 기업 볼파라 헬스테크놀로지의 인수를 완료하면서부터였다. 약 2,500억 원 규모의 이 딜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었다. 볼파라는 미국 내 유방검진 센터 2,000여 곳에 솔루션을 공급하며 미국 여성 3분의 1의 유방 촬영 데이터를 보유한 공룡이었다.


2026년 현재, 루닛은 볼파라가 보유한 막대한 서구권 여성 데이터를 자사의 AI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인종과 체형을 가리지 않는 완벽한 진단 AI’를 완성했다. 이제 루닛은 미국 시장에서 ‘외부인’이 아니다. 볼파라의 영업망을 타고 미국 본토 병원에 루닛의 제품을 직접 깔고 있으며, 이는 2026년 루닛의 해외 매출 비중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뷰노: 미국 가정의 거실로 침투하는 ‘생체 신호 AI‘


뷰노의 전략은 ‘병원 밖’으로 향했다. 2025년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심전도 측정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에카’를 필두로, 뷰노는 미국의 원격 의료 플랫폼 기업과 전략적 제휴 및 인수를 단행했다.


• 가정용 의료 AI의 확산: 2026년 현재, 미국 내 수만 명의 심혈관 질환 환자들이 집에서 뷰노의 기기를 사용한다. AI가 실시간으로 심전도를 분석해 부정맥 위험을 감지하면 즉시 주치의에게 알람을 보낸다.


• 일본 시장의 독점적 지위: 일본 최대 의료 플랫폼인 M3와의 협력을 통해 일본 내 진단 AI 점유율 1위를 굳혔으며, 여기서 발생한 현금을 바탕으로 유럽의 중소 규모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을 연이어 인수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시대


루닛과 뷰노의 성공은 ‘제조업 마인드’에 갇혀 있던 의료기기 산업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제 병원들은 비싼 MRI 장비를 사는 것만큼이나, 그 장비에 어떤 ‘똑똑한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할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는 진단 보조 도구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전 세계 의료 데이터를 연결하고 해석하는 ‘의료계의 구글’이 될 것이다.”


2026년 초 루닛 서범석 대표의 이 발언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 의료 AI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소프트웨어 공급자를 넘어, 병원의 경영 효율성을 책임지고 환자의 생존율을 관리하는 ‘종합 의료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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