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18조원 기술수출의 서사
병원 침대 대신 소파에서 맞는 항암제
2026년 현재, 전 세계 대형 병원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과거 말기 암 환자들이 서너 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링거(정맥주사)를 맞아야 했던 풍경은 옛말이 되었다. 이제 환자들은 단 5분 만에 배나 팔에 주사 한 방(피하주사)을 맞고 곧장 집으로 향한다.
글로벌 의료 트렌드를 바꾼 이 혁명의 중심에는 한국의 바이오텍 알테오젠(Alteogen)이 있다. 이들이 보유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ALT-B4‘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대한민국 바이오 역사를 새로 쓴 ‘황금알을 넣는 거위’가 되었다.
MSD와의 독점 계약: 18조원의 숫자가 현실이 되다
알테오젠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순간은 2024년 초, 글로벌 빅파마 MSD(머크)와의 독점 계약 변경이었다.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항암제 ‘키트루다’의 제형을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바꾸는 기술을 알테오젠이 독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2025년을 지나 2026년 현재, 키트루다 SC 제형은 글로벌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시장이 추산하는 알테오젠의 누적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는 무려 18조원에 육박한다.
“우리는 단순히 주사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환자에게 ‘시간’과 ‘일상’을 되찾아 주는 기술을 판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의 이 말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왜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을 수십 조원으로 평가하는지를 명확히 설명해 준다.
2026년: 코스피 이전 상장과 ‘K-바이오’ 대장주의 품격
2026년 상반기, 알테오젠은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KOSPI) 이전 상장을 완료했다. 이는 단순히 상장 시장을 옮긴 것이 아니라, 한국 바이오가 거품 섞인 기대감을 넘어 실질적인 ‘이익’을 내는 우량 산업군으로 편입되었음을 의미한다.
• 로열티의 유입: 2026년부터 키트루다 SC가 전 세계 시장에 풀리면서, 판매액의 일정 비율이 알테오젠의 영업이익으로 고스란히 꽂히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 바이오텍이 겪던 ‘자금난’이라는 고질병을 완전히 해결한 사례로 기록된다.
• 플랫폼의 확장: 알테오젠은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항암제를 넘어 비만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6년 현재, 알테오젠과 기술 협력을 논의 중인 글로벌 빅파마는 확인된 곳만 5곳이 넘는다.
플랫폼의 기술 해자: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다”
알테오젠이 18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는 기술적 ‘해자(Moat)’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 공정이 매우 까다로운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에서 알테오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율과 순도를 확보했다. 글로벌 경쟁사였던 미국의 할로자임(Halozyme)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오히려 가격 경쟁력과 확장성 면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