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릴리가 지갑을 연 이유
뇌의 빗장을 여는 자, 시장을 지배한다
2026년 현재, 전 세계 제약 시장의 가장 뜨거운 격전지는 단연 ‘퇴행성 뇌 질환’이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글로벌 빅파마들이 사활을 걸고 있지만, 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왔다. 바로 뇌 혈관 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이다. 아무리 좋은 약을 만들어도 뇌 안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 철옹성 같은 뇌의 빗장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쥐었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바이오텍이 있다. 바로 에이비엘바이오(ABL Bio)다. 2024년부터 2026년에 이르기까지,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빅파마들과 맺은 조 단위 계약들은 한국 바이오텍의 위상을 ‘단순 제조’에서 ‘핵심 설계’로 격상시켰다.
Grabody-B: 릴리와 사노피가 반한 ‘셔틀’ 기술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 무기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다. 이 기술은 약물을 뇌로 실어 나르는 일종의 ’셔틀‘ 역할을 한다. 혈액 속에 있는 약물을 뇌 안으로 효과적으로 통과시키는 이 기술은, 글로벌 빅파마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2025년, 일라이릴리(Eli Lilly)는 에이비엘바이오와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 대규모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노피(Sanofi)와의 기존 협력에 이어 릴리까지 가세하며,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뇌 질환 치료제 시장의 ‘필수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우리는 약을 만드는 회사이자, 약이 가는 통로를 만드는 회사다. 통로가 없으면 혁신 신약도 무용지물이다.”
이재천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의 말처럼, 그들은 특정 질환 치료제를 넘어 ‘전달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인프라를 판 것이다.
2026년의 성과: 마일스톤의 유입과 임상 가속화
2026년 상반기, 에이비엘바이오의 통장에는 글로벌 파트너사들로부터 유입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쌓이기 시작했다. 임상이 진척됨에 따라 지급되는 이 자금들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외부 투자 없이도 독자적인 후속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수 있는 강력한 재무적 토대가 되었다.
• 이중항체 ADC로의 진화: 2026년 현재, 에이비엘바이오는 BBB 셔틀 기술에 ADC(항체-약물 접합체)를 결합한 ‘이중항체 ADC‘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데이터를 내놓고 있다. 뇌종양 치료제 분야에서 이 기술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 글로벌 임상의 주도권: 과거에는 기술 수출 후 모단 권한을 넘겼다면, 2026년의 에이비엘바이오는 공동 개발 형태를 띠며 임상 데이터와 글로벌 마케팅 전략 수립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왜 빅파마들은 한국을 택했나
릴리와 사노피 같은 공룡들이 한국의 작은 바이오텍에 거액을 베팅한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 기업들의 ‘압도적인 속도’와 ‘정교한 플랫폼 설계 능력’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는 수십 년이 걸릴 기술 최적화를 한국의 바이오텍들은 단 몇 년 만에 해냈고, 그 유연함이 빅파마의 자본력과 만났을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