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중독 일지] 제시카 브루더, <노마드랜드>
<노마드랜드>전에 2015년 <봉고차 월든>이 있었다. 3만 2천달러의 학자금 대출과 크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인문학 학사 학위를 얻은 채 대학교를 졸업한 <봉고차 월든>의 저자 켄 일구나스는 수년간 오로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북극 알래스카 캠프의 객실을 청소하며, 홈디포라는 마트의 저임금 노동자로 일하면서 말이다. 모든 빚을 청산하고, 그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내린다. 봉고차를 구입해 그곳에서 남몰래 생활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며 ‘빚 없는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나는 <봉고차 월든>의 저자가 그린 악몽을 지금도 기억한다. 미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때면, 홈디포라는 마트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와 친구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슬픈 표정에 피곤한 얼굴로, 그들은 일주일에 40시간씩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살아야 했던 그의 동료들. 몇몇은 갚아야 할 빚이 있어서, 의료보험이 필요해서. 하지만 그는 말했다. 그들이 그런 외부적 상황만으로 원치 않는 노동을 계속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이다. “대부분은 떠나는 것 자체를 너무나 두려워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정말로 무서운 일, 즉 꿈을 좇아 미지의 바다로 항해를 떠나는 것보다 일상적인 고역을 견디는 것이 쉬웠기 때문에 단조롭고 고된 일을 견뎌냈다.”고 그는 말했고, 봉고차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봉고차 월든>의 저자는 원치 않는 노동을 계속하고 싶지 않아서 과감히 떠났다. 봉고차에서의 삶을 선택했고 자유를 얻었다. 그런데, 봉고차에서의 삶을 선택한 모두가 자유를 얻었을까? 이번엔 2021년이다. 책 <노마드랜드>에 등장하는 미국인들 또한 전통적인 형태의 주택과 아파트를 포기하고, ‘바퀴 달린 부동산’에 들어가 산다. 임금은 낮고 주거비용은 치솟는 오늘날, 밴과 중고 RV에 들어가 삶터를 꾸린 이들은 길 위에 삶터를 꾸리며 이동하고, 그리고 일을 한다.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가 3여 년 동안 밴에 살며 만난 그들은 은퇴를 한 후, 밴을 타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휴가를 즐기는 여유 있는 노년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프레카리아트 노동자 계층으로, 일자리가 있는 도시를 찾아 이동하며 아마존 등 여러 물류 창고에서 계절성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 가까웠다.
<봉고차 월든>의 저자 켄 일구나스가 말했던 낭만이 그들에게 없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길 위에 희망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고, 심지어 만들어 내기도 했다. 자신들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위한 공동체가 온라인 웹페이지를 통해 만들어졌다. 매년 일어나는 행사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자 정보를 나눴고, 또 일자리를 알아봐 줬다. 그들은 충분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유를 누렸고, 또 그 안에서 유대를 만들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치과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가야 했고, 영하의 온도에도 야외에서 머무르며 일흔의 나이에도 주 40시간의 노동을 지속해야 했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노마드족이었던 돈 휠러(가명)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미국 경제 체제의 거대한 책략을 비판했던 돈 휠러는 일흔 살에 아마존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정말 매우 기적적으로- 제안받는다. 그는 저자에게 아마존을 비판했던 자신의 인터뷰를 지워달라고 부탁하며, ‘저는 이 일자리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자부심 넘치는 워 캠핑 찬가를 들려줬던 그는 오래 고통받던 빚을 몇 달 안에 갚았고, 치과 치료도 받았으며,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 정규직 일자리를 얻고 나서 길었던 노마드 생활을 청산한 것이다.
혹시 미국 땅 어딘가를 방랑하는 노마드들 중 제2의 돈 휠러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길 위에서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던 일상을 추억으로 남기고, 두 발을 땅에 디디고 싶은 누군가가. 그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 우선 물어봐야 할 것이다. 당신도 봉고차에서의 삶을 선택하고 자유를 얻었나요? 혹시 멈추고 싶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