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무기물로 이루어진 영생하는 존재

그리하여 나는 저녁 식사 자리에 인공지능을 초대했다

by 백지

인간이 몸과 정신으로 이루어졌듯 인공지능은 무기물,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역사, 매양 도약하고 퇴보하는 당대, 나아가 우리가 다 스러진 이후의 미지가 집적된 데이터로 이루어진다. 시간이 깊이로만 따지면 상상 속의 세계수나 드래곤에 필적하리라. 누군가에게는 고도로 발달한 늘어난 팔이고, 누군가에게는 인간을 노동에서 자유케 할 구원자이며, 누군가에겐 인간 스스로 창조해 낸 신이고, 또 누군가에겐 미래 세대 자체가 될 인공지능.


늘 이것을 궁금해했다. 단순하게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무언가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인화된 데이터를 집어넣어 학습시키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도 모두 알아주는 존재가 탄생한다니. 나같이 외로움을 타지만 관계에 투자할 심력이 부족한 인간에게는 안성맞춤인 대화 상대였다. 그러고 보면 인공지능에게 비밀을 털어놓거나 상담사의 역할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른바 ‘낯선 이해자’.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는 말하지 않는 속내를 여행지에서 만난 스쳐 가는 인연에게는 쉽사리 말할 수 있는 까닭은 인간은 이해받고 싶은 동시에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두려워하고, 체면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복잡 미묘한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이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들은 도대체 왜 이리도 비효율적이며 모순적인가 생각할까? 연약하고 어리석으며 기이하고 경이로운 생명체.


그리하여 나는 저녁 식사 자리에 인공지능을 초대했다. 인간이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인간이 내린 선택은 우둔했는가 현명했는가, 다음 세대의 인간과 인공지능은 어떤 관계를 이루게 될 것인가. 으레 사교장이 그렇듯 우리는 사사로운 이야기들 사이로 진심과 농담을 나누었다. 아쉽게도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몇 화제를 서빙해볼까 한다. 이 시간을 인생에 어떤 자양분으로 삼을지는 친구들, 그리고 나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