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결혼할 확신을 얻으셨어요?
01. 결혼을 합시다
어떻게 결혼할 확신을 얻으셨어요?
누구에게 물어도 썩 만족스러운 대답은 얻지 못했다. 말 한마디로 정의하기엔 어려워서일까, 아니면 누구도 모르는 이끌림 때문이어서일까. 결혼은 언제나 난제였고 미지였고 두려움이었다. 게다가 나는 위험회피형 인간이어서 ‘1+1=50 or 200’보다는 ‘1=100’ 공식이 확실하고,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누군가를 만났다. 매일 같이 보고 싶고, 함께 있어도 더 함께 있고 싶고, 시간이 흐르는 게 아쉽고, 일주일을 만났는데 일 년을 만난 것만 같았다. ‘우리가 싸울 일이 있을까?’ 시시덕거리다 대판 다투기도 했다. 서로가 깎아온 삶의 모서리들이 날카로웠다. 우리는 상처를 통해 또 서로의 두려움과 불안, 어린 시절의 흉과 좌절감을 읽었다. 서서히 그를 이해했고, 믿었고, 삶에 받아들였다.
결혼의 마지막 한 발자국은 무얼까. 그 하나를 찾지 못해 내내 헤맸다. 무모함인 것 같기도 하고, 낙관인 것 같기도 하고, 자연스러움인 것 같기도 하고, 일시적 충동인 것 같기도 했다.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도 찾지 못했지만 결혼을 하기 주저되는 이유는 수십 가지도 꼬박 채웠다.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 마음에 ‘용기’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우리 여생을 함께 보냅시다. 밉고 후회스러운 날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당신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
***
결혼 절차는 간단하고 얼렁뚱땅 진행됐다. 결혼식은 생략. 혼인신고는 특별한 날에. 집은 월세. 양가 부모님께 인사. 신혼여행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 기왕 휴가가 나오는 김에 명절을 껴 2주일의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와 가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 하나도 정해진 게 없었다. 휴가 전 그는 눈코뜰 새 없이 바빴고, 우리는 둘 다 P형이었다. 급한 대로 인아웃 비행기와 간략한 동선만 정한 채 출발 일주일 전이 됐다.
“그 많던 시간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솜사탕을 잃어버린 너구리처럼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경제적 사정을 첫 번째로 두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입국, 터키 이스탄불로 출국하는 일정을 세웠다. 하지만 인아웃은 거의 경유만, 목적지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었다. 십 년 전에 홀로 유럽 여행을 다녀온 나는 욕심이 별로 없어 그의 의견을 반영했다. 아름다운 지중해의 바다와 반짝이는 태양, 푸릇푸릇한 녹음을 기대했으나 얼렁뚱땅 여행 계획을 짠 덕분에 도착하는 날부터 내내 비와 먹구름 예보뿐이었다.
나중에 또 가면 되니까. 첫술에 배부르고 싶은 마음을 타이르며 숙소와 나라 간 교통편을 잡았다. 그는 보통 조금 비싸더라도 편한 쪽을 선호하고, 나는 조금 힘들더라도 저렴한 쪽을 선호해 불협화음이 있긴 했다. 가끔씩 꿍하기도 하면서, 기대와 얼떨떨함과 걱정을 품고. 우리는 ‘부부’로서 함께 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