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쿠바 여행기(부제:남자를 찾아서)
갈라진 산 사이의 입술결 사이로 바람이 불어 나와
by
Reeh
Aug 10. 2023
텅 빈 광장에 면티, 반바지차림으로 선 내 몸을 감쌌다.
그룹이다, 가족이다
.
그치만 홀로,
그
붐비는 관광객
사이의 나는 나홀로 여행객. 산타클라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노랑 햇살이 동글동글 떨어지며
내 머리카락며 어깨며 몸통이며
동글동글 굴러 떨어지고
내 주변에 재잘거리는 소녀들과 그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엉거주춤하게 서 하얀 치아 사이로 멀건 미소만 날리는 키 큰 소년들의 곱슬머리 위에서도 동글동글 굴러다니다가,
길바닥 위로 떨어져
,
무심한 듯, 심심한 듯
.
그런, 노란 햇살들이 굴러다녔다..
그 노란 햇살들 사이에서 하바나라는 도시에서,
나는 혼자였고 그리고 노란 햇살들과 함께였어도, 그리고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듯, 인지되는ㅡ
그 공간을 부유하는 듯한 관광객들.
그러나 결코 부유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지와 목표, 연인, 가족, 혹은 하물며 애완동물이라는 정해진 어떠한 틀과 방향이 있는 이들, 사이에서.
나는 철저히 홀로, 모두가 하나바에 머물때.
하바나에서
산타클라라
로 가는, 여행자였다.
내가 그곳에서,
한국인이고
,
여자이고
,
면티에 면 반바지를 입은 검은 머리의 여자라는 것이
그들에게 이방인을 향한 호기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이끌림 등으로 나에게 던져지는 짧은 눈길들이
잠시 내 몸 위로 흩어
지나가 곧 거두어 들여졌다.
무엇인가를 보고, 체험하고, 느끼고 싶어 그곳에 그렇게 서 있었던 것은 딱히 아니었다.
그냥 그 순간 하필 그 노란 동굴거리는 햇살이 떨어지는 그때, 나는 그곳에 서 있어야만 했다.
그렇게 서서 나는 내가 그간 되지 못했던,
여자로서
딸로서
언니로서
연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학생으로서
빠진 어떤 조각을 찾아 끼워야만 했는데 그 방법을 몰라 그냥
그
버스 터미널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기실 그렇게 서 있다고 해서, 그 빠진 조각이 다시 채워진다거나, 더 나은 황금조각이 하늘에서 뚝딱 떨어질 것도 아니었다.
그 누구도 일러 주지 않았고,
당시 그곳에 그렇게 머물면서 무엇인가 채워 진다고 느껴보거나 상상해 본 적 또하
,
딱히 없었지만.
사실 내 조각은 그때 넣어지고 채워졌다.
완성
!
되지는 않았
지만
.
나는
그렇게 대한민국의 어느 곳에 선가 부서지고 상실된 나의 조각이 채워지고 매워져 간다는 것을
,
이상하게도, 그때는 전혀 몰랐는데
.
오늘 불현듯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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