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의 영화감상문 -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20161224]나 역시 이 영화를 간략하다고 생각한다.

by 해구


일러스트.jpg M이 그려준 그림. 왼쪽부터 브루노, 나, 사무엘


이 글은 잃어버린 줄 알았던 영화 감상문 노트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노트를 잃어버린 건지, 잊어버린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15살의 저는 변덕스럽고, 열정도, 에너지도 넘치는 학생이었으니까요. 저는 무언가를 좋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지만, 그만큼 한번 좋아하면 오래, 깊게 좋아해요. 15살의 제가 가장 진하게 좋아했던 것은 영화였습니다.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라요. 셔터 아일랜드를 본 이후로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방학 내내 영화만 봤어요. 하나를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친구들은 제가 본 영화에 흥미가 없었어요. 누군가에게 말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들어준다..! 그래서 터져 나오는 듯한 감동과 감탄사들을 노트에 토해내듯 옮겨 적었습니다. 노트의 맨 첫 장은 수학공식 풀이들이 적혀있고, 글을 쓰던 도중에 노트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끝까지 쓰지 못한 꼬깃꼬깃한 영화 감상문 노트예요.

사실상 일기인지, 감상문인지 애매합니다. 15살의 저에게 영화는 일상이었거든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과 친구하고, 세 얼간이들과 노래 부르며 벤자민과 시간 여행하는 15살의 제 이야기를 옮깁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남겨주다니, 과거의 저에게 뽀뽀라도 해주고 싶네요.







글을 옮기면서

글을 0부터 작성해 나가는 것과 써져있는 글을 타이핑으로 옮기는 작업은 신선하네요. 심지어 과거의 스스로가 써놓은 글을 옮기는 경험은 귀하게 느껴집니다. 꽤 재밌기도 하네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저는 훨씬 더 손 닿는 곳 어디에든 글을 썼기 때문에, 내 모든 기록장들을 꺼내서 2016년 12월 24일에 무슨 일을 했는지 찾아야 했어요.

제일 첫 장의 시작은 크리스마스이브 이더군요. 얇은 일기장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어요. 짧고 급하게 날린 글씨를 보면 내가 많이 신났구나, 싶네요.

설날에 받을 용돈을 크리스마스이브에서부터 기대하면서 화장품을 사고 싶어 했네요. 성급한 녀석. 참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네요. 지금도 여전합니다. 저녁 약속으로 방송부 동아리 친구들과 전임 선생님이랑 저녁 약속이 있었는지 뭘 먹을지 기대하고 있고요. 내 기억엔 파스타를 먹었던 것 같은데..


문서로 옮겨 적으면서 삭제하거나, 첨가하는 작업은 최소화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무슨 말인지 도대체가 알 수 없는 문장이 잔뜩이지만, 교정하지 않았어요. 그때의 흥분한 청소년의 문장을 옮기고 싶었거든요. 얼마나 열심히 썼는지, 군데군데 관계도를 그림으로 그려놓거나 흥분해서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이 소중하게 느껴져서 같이 첨부합니다.


읽는 분들도 잔뜩 잉? 으앙? 이게 무슨 말이람. 하면서 웃으며 읽어주시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2008] - 2016.12.24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을 보고, 그림으로 정리한 관계도


유대인 사무엘, 군인의 아들인 브루노, 당시 세계대전(1차)이 끝난 후 독일이 유대인을 배척하던 당시, 도련님인 8살 브루노는 이사 간 집에서 꽤 떨어진 '농장'으로 생각되는 곳을 발견한다.

브루노가 이사 간 집은 군인들의 경비가 삼엄하고 외딴곳에 있는 느낌이다.

브루노의 방 창문에서 보인 곳은 브루노가 흥미 갖기에 충분했는데 그 이유는 그곳의 모두가 잠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그곳 이야기를 엄마에게 할 때 [그곳 사람들은 이상하다. 다 잠옷을 입고 있었다.]라고 이야기한 브루노는 어린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유대인은 사람으로서는 전혀 자신과 다르지 않지만 잠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만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잠옷이라는 소재가 강조되어 나오는데, 이것은 처음 브루노가 유대인 수용소에서 그들을 봤을 때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고, 계속 그렇게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엔딩에서는 유대인들은 불타버리게 되는데 그 사이에 섞인 사무엘과 브루노도 함께 불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유대인들의 줄무늬 파자마가 잔뜩 걸려있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매우 간략하다. 나 역시 이영화를 간략하다 생각한다. 이 영화는 누군가의 실화이며 역사다. 영화 속에서 브루노는 이사 온 집에서 새로운 가정교사에게 역사에 대한 지루한 수업만을 듣는다. 브루노는 탐험을 좋아하는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유대인을 배척하는 글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영화에서는 역사를 강조하는 '어른들'의 대사가 많이 나온다. 가정교사는 물론이고 브루노의 할아버지는 역사가 없으면 지금도 없다는 멋있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 말은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영화 속에서 이 영화의 주제를 깐 것이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부분은 브루노가 처음 사무엘에게 관심을 가진 계기는 놀 친구가 필요했기 때문인데 그 놀아줄 상대인 사무엘이 유대인인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그 상황을 납득하고 난 후에는 사무엘에게 호의적이던 브루노는 사무엘에게 해가 갈 것임을 앎에도 군인에게 거짓말을 한다.(사무엘이 음식을 훔쳐먹은 것처럼 거짓말한다.) 이런 부분에서 그 당시 나치당을 지지하던 사람 중 유대인을 감싸는 사람도 분명 존재했지만, 그들 역시 나치당에 굴복한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이 이야기(영화) 속 인물을 살펴보자. 가족 구성원 중 누나(마리아)는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와 같은 나치당을 지지한다. 하지만 할머니, 엄마는 나치당을 지지하지만 그들의 유대인에 대한 처우에 반발한다. 브루노는 이런 두 특성의 부모님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이라 생각한다. 그 마틴인가 하는 할아버지는 유대인, 그러니까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매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보기 전, 이 영화는 반전 영화이고, 브루노가 죽는다는 사실까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결말은 영화 중반에 상당히 예상 가능한 결말이었다. 중간에 사무엘이'창고에 잠옷 많아!' 하는 대사에서부터 유대인을 불태운다는 사실이 나와서 예상 가능한 전개였다.

이 영화는 슬프기보다 분노하게 되는 영화다.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다시 한번 영화로 보니 분노가 일 끓었다. 그 와중에 브루노가 안 죽었으면 하는 마음은 계속 있었는데, 사무엘이 살까? 하는 마음은 안 들었다. 내가 나치당과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기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찜찜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볼 영화는 아닌 것 같다.







KakaoTalk_20220130_151216700.jpg 실제 감상문


[이 영화는], [이 이야기는]이 미친 듯이 많이 나오는 글이다. 똑같은 말을 엄청 반복하는 습관은 중학생 시절부터 시작됐구나. 그리고 몇몇 문장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내 생각을 나도 모르겠다는 게 이런 말일까.


그리고 웃긴 문장이 많다.


[이 영화는 매우 간략하다. 나 역시 이영화를 간략하다 생각한다.]


간략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내 생각이니까.. 당연하지.. 두 문장 다 같은 의미 아닌가. 15살의 진지함은 어이없고..조금 귀엽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부분은 브루노가 처음 사무엘에게 관심을 가진 계기는 놀 친구가 필요했기 때문인데 그 놀아줄 상대인 사무엘이 유대인인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그 상황을 납득하고 난 후에는 사무엘에게 호의적이던 브루노는 사무엘에게 해가 갈 것임을 앎에도 군인에게 거짓말을 한다.(사무엘이 음식을 훔쳐먹은 것처럼 거짓말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브루노가 거짓말을 한 게 흥미롭다는 것일까?

과거의 나를 곱씹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구나.

글을 옮겨적으면서 느낀 점은 15살의 나, 엄청 비장하다. 굉장히 논리적이고 싶어 하는 것 같고, 비판과 분석을 골고루 시도했다. 흥분해서 쏟아내 듯이 글을 쓴 티가 잔뜩 난다. 그 15살의 마음이 멋지다. 그리고 조금 웃기다.


엄청 옛날의 일도 아닌데, 내가 앞으로 이만큼 뭔가를 뜨겁게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도, 책, 영화, 만화 등 즐길 것들은 충분히 즐기며 살지만, 역시 내 열정의 황금기는 저 때였구나 싶다.

때때로 그리워질 저 마음들을 노트에 담아두어서,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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