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의 영화감상문 - 세븐

[20170106]이 영화는 쓸쓸함. 이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by 해구


이 글은 15살의 제가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영화 감상문을 옮긴 글입니다. 사실상 일기인지, 감상문인지 애매합니다. 그때의 제게 영화는 일상이었거든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과 친구하고, 세 얼간이들과 노래 부르며 벤자민과는 시간 여행하는 15살의 제 이야기를 옮깁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남겨주다니, 과거의 저에게 뽀뽀라도 해주고 싶네요.


오늘은 노트의 두 번째 영화, 세븐[1995]입니다. 15살의 저는 감상문 내용에 꼭 줄거리와 스포일러를 포함하더라고요. 그냥 그렇다고요..


2017.01.06 세븐[1995]

인물 정리를 하는 게 습관이었나 보다.

이 영화가 1995년도 영화라니..

인간의 악함? 에 질린 서머싯인가 하는 형사는 은퇴를 7일 앞두고 있다. 이 형사는 밀스(브레드 피트)와 함께 7대 죄악에 관련된 연쇄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피해자들은 탐욕, 나태, 식욕 교만, 성욕의 죄악을 상징하는 5가지가 나온다. 순서는 기억 잘 안남. 그런 범죄를 저지른 범인은 형사들을 놀리기라도 하듯이 자수하러 직접 형사들을 찾아와서 잡힌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당신들이 찾지 못한, 남은 두 명의 시체를 함께 동행해서 찾아주겠다고 한다. 서머싯과 브레드 피트는 존과 함께 차를 타고 범인이 이끄는 장소까지 간다. 밀스는 그곳에서 택배를 받는데, 상자 안에는 밀스 아내의 목이 들어있다.(실제로 명확하게 보여주진 않지만 밀스의 반응으로 아내의 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슬픔에 절규하는 밀스 앞에서 존은 밀스를 자극하며 이야기한다. 널 질투했다고, 그게 내 죄라고. 네가 부러워서 남편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며, 자신을 죽이라는 듯이 자극한다. 그런 상황에서 서머싯은 지금 네가 존을 쏘면 지는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존은 죽음을 예감한 듯 눈을 감는다. 밀스는 보란 듯이 연속적으로 방아쇄를 당긴다.


밀스는 경찰차에 태워져 모든 걸 잃은 듯, 공허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서머싯은 말한다.

'헤밍웨이가 말하길, 세상은 아름답고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두 번째 말에 공감한다.'

즉 세상이 아름답다는 말에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 싸워 지킬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존이 살해한 5명의 시체(5대 죄악)는 찾았고, 남은 2명의 시체, 2개의 죄악은 존의 [질투]와 밀스의 [분노]였던 것이다. 소름 끼치도록 잘 만든 영화다. 이 영화가 내가 태어나기 전 1995년작으로 알고 있는데 카메라가 비추는 것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고,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굉장해 엄청나.



이 영화는 쓸쓸함. 이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 부족할 정도로 쓰다. 이런 스릴러 안 좋아 하지만, 7대 죄악이라는 소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롭다, 그리고 용의자 존의 사상? 생각 역시 흥미롭고 공감되고 이해 가는 부분이 많다. 세븐은 그냥 잘 만든 , 작품성이 굉장한 영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아 무관심을 중심으로 본 세븐 해석이 흥미로웠다. 놀랍기도 하고. 서머싯이 살인 현장을 택시로 보고 지나치는 것이 "당신도 지나치시겠습니까"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서 소름 끼쳤다.

어쩌면 세븐은 데이비드 핀처가 '세상'을 2시간짜리 영상으로 담아낸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밀스의 아내의 아이는 영화 속 유일하게 밝은 긍정적 존재, 그러나 세상은 더럽고 지저분하고 부조리함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 근데 영화 장면마다 카메라 앵글이 대단하다.)





그날의 일기가 나름 정갈한 글씨로 정리되어 있길래 함께 옮깁니다. 영화감상문도 쓰고, 일기도 쓰다니, 부지런 하기도 하지.


2017.01.06. 금요일. 일기

방금 영화 세븐 봤다... 7대 죄악을 이용한 살인사건과 그걸 쫒는 형사들로 세상을 다시 한번 보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다. '세상은 아름답고, 싸워볼 가치가 있다.'나 역시 후자의 문장에는 공감한다. 한 70% 정도.. 세상이 아름답다는 건 한 50% 정도 믿는다. 아직 내가 살아가고 있는'내'세상은 그렇게 더럽진 않다. 하지만 저 범죄자 존이 했던 말 중에 부정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부조리함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게 당연시되고 있다고, 본보기가 있어야 한다고, 대충 그랬던 것 같은데 그 말에 정말 공감됐다. 그리고 범인 이름이 존인 것, 한국의 홍길동=존 이런 느낌이라 누구나 존이 될 수 있다는 걸 표현했다는데,,,, 이야.. 헐... 감독 대단하다... 흥미롭고 의미 있는 영화...









영화감상문들을 보면 다 영화의 줄거리를 쓰고, 감상을 적는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 줄거리를 줄줄줄 쓰면서 나름의 감상을 정리한 건가? 누구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고 영화를 방금 보고 난 후의 나만 보는 건데 왜 그랬을까.




내가 쓴 거지만, 조금 깜짝깜짝 놀란 문장들이 있다. "이야 이 녀석 한가닥 하는 녀석인걸." 하는 부분들.


[이 영화는 쓸쓸함. 이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 부족할 정도로 쓰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쓴 영화다. 하지만 어른들은 쓴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가.. 내가 이영화를 감미롭게 즐기게 되는 날이 오면 나도 어른이 되려나. 물론 지금은 커피 같은 건 어른 흉내 낼 때밖에 못 마신다. 나에겐 너무 쓰다.


[7대 죄악을 이용한 살인사건과 그걸 쫒는 형사들로 세상을 다시 한번 보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다.]

영웅적인 면모로 세상을 바꾸거나, 개혁하는 것이 아니다. '보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안 보고, 가리고 살아가니까.


[아직 내가 살아가고 있는'내'세상은 그렇게 더럽진 않다. 하지만 저 범죄자 존이 했던 말 중에 부정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중학생 시절의 나는 꽤 다크 한 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더럽지 않은 세상에 살았었다니. 다행이다. 더욱 다행스럽게도 지금 '나의 삶'도 그렇게 더럽지 않다. 오히려 세상의 아름다운 부분을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볼펜으로 눌러 쓴 [세븐] 감상문


앞편인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감상문보다 훨씬 정리된 느낌의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교정이나 첨가한 문장도 적은데, 글이라는 게 확실히 늘기는 하나보다. 아니면 세븐이라는 영화 자체가 담아내고 있는 주제가 무겁다 보니 차분하게 글을 써 내려간 덕도 있는 것 같다.





15살의 영화감상문 시리즈로 글을 쓰고 있는데, 매번 제목 고민을 오래 합니다. 제목에서 영화감상문인 걸 밝히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제목은 30자 이상 못쓰는데 어떡하지.. 뭐 이런 걱정들입니다.

자주 제 글을 찾아주시는 분들은 지루하시겠지만,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꾸준히 글을 올릴 수 있는 소재가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역시 어린 날의 나에게 뽀뽀해줘야겠습니다. 이런 걸 수요 없는 공급이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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