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로 살아남기(1):소비자에서 창작자로

소비자에서 창작자로 가는 길..? 아직 잘 모르겠어요..

by 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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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초기에는 ‘애니메이션, SF영화 등 특정 취미·사물에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분야의 지식이 부족하고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이라는 부정적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 점차 의미가 확대되어, ‘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 단순 팬, 마니아 수준을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긍정적 의미를 포괄하게 되었다. 한국에도 오타쿠라는 말이 들어와 ‘오덕후’, 줄여서 ‘덕후’로 변형돼 쓰이고 있다. 비슷한 말로, 한 가지 일에 광적(狂的)으로 몰두하는 사람, 낚시광·바둑광·골프광 등으로 불리는 ‘광(狂)’이라는 단어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타쿠 [otaku, 御宅] (두산백과)




오타쿠라고 말하기 애매한 오타쿠

나는 오타쿠다. 아 네 그러세요.. 싶겠지만 여기는 내 마당이니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거다. 조금 죄송하네요.

브런치라는 공간은 뭐랄까 깔끔하달까?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내가 느끼기에 이곳은 많이 정갈하고, 떳떳하달까.(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런 정갈한 공간에 나라는 자국을 남기는 기분이라서 좀 부끄럽지만, 원래 글 쓰는 건 부끄럽고 짜릿한 일이니까..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부끄럽다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지금도 만화를 좋아한다. 자라면서 단 한 번도 내가 오타쿠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긴 적이 없었다. 만화를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만화 이야기를 하면 즐겁고, 좋은 것이다.

하지만 사회성이라는 게 이런 걸까? 어느 순간부터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꺼려하는 분위를 느꼈다. 물론 그 '광적임' 즉 만화에 미쳐있으면 미쳐있을수록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진짜 미친 사람은 좀 무서운 법이니까.


다행인지 뭔지는 몰라도, 사실 나는 미쳐있지는 않다. 마음만 같아서는 계속 그것들에 미쳐있고 싶었지만, 나란 사람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하루 24시간을 이리저리 쪼개서 사용하다 보면 오타쿠스러움에 미쳐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오타쿠라고 말하기 애매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 상태가, 지금 이 상태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 남들이 뭐라 할지언정 무언가에 빠져서 남들이 보기에 미쳐있다 싶을 정도의 무아지경인 상태는 굉장히 행복하다. 정확히 말해서 나는 오타쿠인 상태=지극한 행복의 경지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오타쿠가 됐건만 자연스럽게 오타쿠가 아니게 되어버린 나는, 이제는 의도적으로 오타쿠가 될 수밖에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내가 오타쿠로 살려면, 나는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서문으로 의식의 흐름을 장황하게 써놨지만, 사실 오타쿠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서브컬처라고 부르는 장르에서 생산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아~~ 주 어릴 때부터 세상의 멋진 창작자들이 만들어놓은 창작물들을 주워 먹으면서 살았다. 늘 소비자의 입장에 있었다. 왜 그랬을까?

좋아하는 만화나, 게임이 있다면 따라서 그려볼 법도 한데, 몇 번 끄적여 보기는 했지만 생산자, 창작을 즐기는 영역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 크게 욕망하지 않은 부분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정말 많은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봤지만, 단 한 번도 이걸 만들고 싶다거나 이걸 내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가까운 일례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N은 애니메이션을 접한 순간부터 이거다!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물론. N은 자신의 호, 불호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라 다소 특수한 경우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린 나는 이런 걸로 돈을 벌고, 먹고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서 말하는

'이런 거'는 "이렇게 재밌는 것을 만드는 걸로 돈을 벌 수 있을 리가 없잖아?"인 거다. 이런 생각은 진로를 결정하는 고등학생 시절까지 가닿아서, 애니 입시와 디자인 입시 중에 큰 고민 없이 디자인 입시로 나를 이끌었다.' 디자인이라면 굶어 죽지는 않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전자도 후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답도 아니었다!





배신감은 어디로 향하는가

흔히들 말하는"자기 하기 나름이지.", "네가 하는 만큼 뭐든 될 수 있어." 이런 말은 유치원생 일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그래서 그런지 관성적으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되었다. 그게 틀렸다거나, 그게 맞을 거라는 일말의 사유 없이 단지 관성적으로 공부하고, 관성적으로 입시를 했다. 그 과정 끝에는 좋은 대학을 가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덩어리 져있었다.

어리바리한 재수생활까지 거쳐서 어찌어찌 정착하게 된 대학생활은.. 정말... 얼레벌레였다. 그러니까..

[자기 하기 나름이지.] 이 말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나날이었달까?

물론 지금도 대학생인지라 번쩍번쩍 의 나날이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뭐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박일 수 도 있고 쪽박일 수도 있는 거지. 어디한 번 잘해봐. 이거다. 근데 나같이 사회에 막 던져진 것 같은 사람은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면, 뭘 해야 하는데?


뭘 해야(DO IT), 잘해보던가(DO IT WELL) 할 것 아닌가...

그러니까, 이제 진짜 뭘 잘할지 생각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나는 지금 돈벌이를 할 정도로 잘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뭘 잘하게 돼야 할지. 뭘 골라야 잘할 수 있을지, 어떤 일을 계속해야 행복할지 생각해봐야 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대한민국의 교육체제에 절여질 대로 절여져서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어린이였다. 그런 나에게는 늘 선생님의 조언이 지배적이었으므로, 선생님을 잃은 대학생은 어른의 도움을 찾아 나섰다.


그때부터 학교의 상담센터 선생님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각종 심리상담 예약을 하루 걸러 하루 단위로 잡아서 무식하게 검사하고 분석했다. 이름도 기억 안나는 수많은 성격유형검사와 직무분석 상담들을 진행했다. 상담 선생님들은 "해구 씨는 이 상담들 만으로 등록금 뽕은 다 뽑았겠어요."라고 했다. 아마 그럴 것 같다. 나의 수많은 장점 중의 하나는 목표가 생기면 그 길로 가기 위한 방법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모든 상담 선생님들과 대화했다. 한 달 정도 그 짓을 하고 나니까, 상담 본부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뭐 상관없었다. 그런 게 싫지는 않았으니까.


검사들로 알게 된 건 크게 없었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는 편이었고, 검사 결과들은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나열일 뿐이었다. 그래서 '역시, 그렇구나'했다.

뭔가 방법이 잘못되었나. 자아 찾기 여행이라도 떠나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마지막 상담에서 조금의 실마리를 얻었다. 상담 본부에서도 유난히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 상담가분이셨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뭔가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일을 그르치게 되어있어요."

"그런가요.."


"그런 거죠, 사회는 전장이고, 지금은 그 전장에서 사용할 총과 총알을 잔뜩 만들어 둬야 해요. 총알이 잘 맞을지 어떨지 같은 건 총알이 장전돼있어야 알 수 있는 거죠. 지금 총알을 많이 만들어두자고요. 사회에 나가면 이런 생각들을 할 여유 같은 건 없어요. 이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선 두 시간 동안의 상담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나는 약간 지쳐있었다. 그래도 이 상담가 선생님의 인자한 미소와 말투가 어이 힘내라고! 하고 등을 밀어주는 것 같아서 씩 웃을 수 있었다.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상담을 안 받은 것보다는 낫죠?"


나는 그런 것 같아요. 하고 홀가분하게 답할 수 있었다.

그분은 코시국이라 먹을 수는 없지만 예의상 내어놓은 쿠크다스 하나를 내 손에 쥐여주시고는 조심히 가라며 등을 토닥여 주셨다. 몇 번을 괜찮다고 사양한 과자인데, 집에 와서 부서진 쿠크다스를 주워 먹으며 받아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맛있었기 때문이다. 총알을 쌓아도라는 말도 도움이 됐다. 답은 여전히 아무것도 안 나왔지만, 목표가 명확해졌달까? 총알을 쌓아야 하는 거구나.

어떤 총알을 쌓을지 고민해야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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