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이대로 무너질까?
그가 화제가 될 초창기부터 조금은 독특한 부분이 보여서 유심히 봐왔었는데, 우선 일반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나름대로 정의하면, '멋있는 꼰대'라는 것이었다.
꼰대라고 하면 너무 깎아내리는 것 같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타협 없이 최선을 다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몸이 부서질지언정 공공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참된 보수주의자의 좋은 예시라 좋은 의미의 꼰대라고 표현해도 그리 틀리진 않은 것 같다.
동시에 굉장히 흥미를 느낀 부분은, 그런 순수하고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세상을 혼자 힘으로 바꾸려 하다 보니 한계를 느끼고, 이젠 그럴 힘마저 잃어서 세상 모든 것에 냉소적이 돼버린 것이었다.
비슷한 사람이 또 있는데, 경제분야의 주진형 씨도 비슷한 삶의 형태와 극단적으로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기사화가 크게 돼서 결심을 하고 발언한 것 같지만 이국종 교수는 사실 이전부터 항상 비슷한 태도였다. 세상은(한국은) 이미 망했고, 미래도 없고, 희망도 없는 디스토피아라고 실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버티고 있는 것도 뭔가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린 것 같고 '나라도 버텨야지'하는 생각이 더 커 보인다.
그걸 보다 보면 이 사람이 강한 학자의 성향을 가졌고 얼마나 고립된 상태에서 싸워왔는지가 보여서 감사하기도 안타깝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너무나도 순수한 강직함 때문에 웃음이 나고 재밌기도 하다. (좀 사이코패스 같나?)
내가 뭐라고 이런 분의 말에 토를 달겠냐만은 내가 봐온 세상은, 특히 한국이라면 조금은 다르다.
세상에 많은 잘못된 부분이 있고 고쳐야 할게 산더미인건 맞지만, 우리가 그 이상 관심을 갖지 않을 뿐 알고 보면 그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싸우는 사람들은 항상 있었다. 그리고 각기 분야에서 그런 사람들이 말 그대로 '버텨줌'으로 해서 결국 이슈가 되고 공론화가 되며 바로잡아가는 과정도 수없이 많다. 단순히 생각해도 80년대의 한국과 2020년대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다.
개인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면 너무 더디고 변화도 없는 것 같지만, 조금 더 길게 보고 넓게 보면 어마어마한 것들이 바뀌어왔고, 그걸 가장 많이 빨리 이뤄낸 나라가 단연코 한국이다.
물론 이국종교수가 몸담은 분야의 문제점은 당장 바뀌지 않을 것이고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망했냐고 한다면, 그건 좀 다른 이야기다. 이국종 교수가 한 말의 의미는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그렇게 바라보면 '탈조선'을 한다고 해도 모든 것이 바로 선 유토피아는 세상에 없다.
이국종 교수의 말이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사회에 귀감이 되는 어른이고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다만, 기사가 난 후 여러 곳에서 '아 나도 빨리 탈조선해야지' '한국 망했어'라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조금 아쉽다.
우리가 진정 그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는 것일 테고, '탈조선'이 그 방법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이제는 모든 연료가 전소한 기차 같은 그의 말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대답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회에 더 목소리를 내고 더 관심을 갖는 태도 즉, 각자 자리에서 같이 '버텨'주는 것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