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힙합이란 뭘까?

머니그라피 더콰이엇 인터뷰에 대한 짧은 소감문

by 구세인

2013년 18살이었다. 스윙스의 control 디스곡을 시작으로 나는 힙합에 관심을 가졌다. 시작은 단순 호기심과 순수 재미 그뿐이었다. 스윙스의 상스러운 욕설과 함께한 디스곡은 이상하리만큼 통쾌했다. 나를 대신해서 세상에 욕을 해주는 대리만족과 수컷의 포효를 듣는 야생성을 동시에 느꼈다. 그렇게 나는 힙합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4년 고3이었다. 당시 나는 올티와 기리보이, 그리고 슬릭이라는 래퍼를 좋아했다. 쇼미더머니 시즌3에 올티가 출연하여 프로그램을 챙겨보았다. 그리고 내 인생 가장 큰 격동을 마주한다. “ILLIONAIRE” 일리네어라고 입 밖으로 내뱉기만 해도 설레는 그 이름. 도끼, 더콰이엇을 덕질하며 내 인생은 아주 많이 바뀌었다. 다시 말하면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힙합으로 물들었다고 본다.

십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남 눈치를 많이 보는 사회였다. 개인의 언행에 있어 제한이 존재했다고 나는 느꼈다. 일리네어 11:11 앨범이 만연하던 사회의 제한에 도전하는 것이라 평가하고 싶다. 도전에 대한 결과는? 성공이라고 본다. 컴필레이션 전곡은 물론 도덕빈 각자의 음반도 모두 들었다. 나는 특히 도끼를 좋아했다. 선망했고 존경했다. 쉬쉬하던 돈 자랑을 떠벌리는 것, 자수성가 이야기, 콤플렉스를 힙합에 비비는 태도 모두 나라는 작은 사람을 자꾸 어깨 피고 당당하게 걷게 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음악의 한 장르 로서의 힙합은 물론 그 이상의 애정에 심취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로에서 19살의 나는 힙합을 선택했다.



2016년 21살, 도끼의 가사 한 줄을 오른쪽 팔에 문신으로 새겼다. 나는 남들이 욕하는 힙찔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어린 나에게 힙합이라는 건 음악 산업의 팬과 가수 그 너머의 것이었다. 남이 뭐라고 생각하든 삶은 내 것이고, 다른 사람의 판단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대학 과제로 소논문을 적었다. 내 논문의 주제는 힙합 가사의 욕설 사용 가능 여부다. 내 논리는 당연히 사용 가능이다.



2019년 대학을 복학했다.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듯 힙합 음악에 대해 애정이 시들었다. 내가 좋아하던 힙합이 점차 사라졌다. 싱잉랩이라나 뭐라나. 그래도 난 여전히 힙합이었다.



2020년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현실이라는 벽과 싸우기 시작했다. 힙합이고 나발이고 밥벌이를 해야 했다. 힙합이라는 태도는 사회생활에 맞지 않았다. 남 눈치를 봐야 했고 개썅마이웨이로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힙합을 잊었다. 내 손으로 버렸다. 나는 평범한 20대 후반 직장인이다.




2024년 늦봄,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머니그라피 더콰이엇 인터뷰를 봤다. 연속으로 2번 시청했다. 더콰이엇은 10년 전 나를 매료시켰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어쩌면 더 진한 모습이었다. 힙합에 대한 그의 애정이 그의 목소리, 눈빛, 손짓으로 생생히 전달되었다. 갑자기 울컥했다. 잊고 있었던 ‘나’를 다시 마주한 기분이었다. 도전과 열정으로 빛나던 어린 날의 내가 변해버린 것에 대해 조금 슬펐다. 1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보고 무슨 말을 할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실망할까 혹은 이해해 줄까. 더콰이엇 인터뷰를 보고 다시 힙합과 사랑에 빠질 것 같다. 20대 후반에 왜 이렇게 방황하는 가 싶었다. 내 마음의 심지를 찾지 못했다. 역시나 나는 다시 힙합이다.



"한번 힙합을 좀 더 깊게 대해보면은 그냥 표면적인 옷 어떻게 입고 노래 가사 어떻게 쓰고 이 이상 그 너머의 그 에너지가 있어요 그 에너지를 한번 받아들이면 그래도 살 만하실 겁니다."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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