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나는 옥장판 판매원이 되어 있었다.

카프카의 『변신』, 그리고 작가가 된다는 것의 부끄러움에 대하여

by 나인테일드울프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나에게도 그런 아침이 왔다.


서점의 승인 메일을 받고, 발간의 기쁨을 뒤로 한 채, 떨리는 손으로 지인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 링크를 올린 바로 그 아침이었다.

어제까지 나는 그들에게 밥 잘 사주는 선배였고, 코드를 잘 짜는 동료였으며,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였다. 하지만 '전송' 버튼을 누른 그 순간, 나는 변신했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의 친구가 아니었다. 나는 나의 소중한 지인들에게 '옥장판'을 팔러 온 낯선 방문판매원이 되어 있었다.



관계의 가성비, 그리고 침묵


책을 낸다는 건 고상한 작업이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들고 세상에 나오니, 내 손에 들린 건 숭고한 지성이 아니라 '부담감'이라는 청구서였다.


"책 냈어? 축하해!"


이모티콘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링크를 클릭한 숫자는 처참하고, 구매 인증은 요원하다.

물론 안다. 그들이 나쁜 게 아니다. 책 한 권은 커피 한 잔 값보다 비싸고, 읽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린다. 바쁜 현대인에게 내 책을 읽어달라는 건, 옥장판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큼이나 가성비 떨어지는 요구일지 모른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에 남는 생채기는 다르다.


나를 온전히 쏟아 낸 5개월의 시간, 그 치열했던 사유의 결과물이 그들에겐 그저 스크롤 한 번으로 넘겨버릴 '피드 낭비'에 불과하다는 사실. 그 냉정한 거리감을 확인하는 순간, 섭섭함은 타인이 아닌 나를 향해 뾰족한 가시를 세운다.



"나는 너희를 불편하게 하는 벌레가 되었구나"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했을 때, 가족들은 그를 혐오했다기보다 '불편해'했다. 그는 더 이상 돈을 벌어오는 듬직한 아들이 아니라, 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처리 곤란한 흉물이었다.


내 책 홍보 글을 본 지인들의 침묵 속에서 나는 그레고르의 기분을 느낀다.


'아, 저 형 또 책 이야기네.'

'안 사주기도 뭐하고, 사자니 돈 아깝고... 그냥 못 본 척하자.'


그들의 난처함이 모니터 너머로 전해질 때, 나는 내 방구석에서 한 마리 벌레가 되어 몸을 웅크린다. 나의 성취가 타인에게는 민폐가 되는 순간. 작가가 된다는 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여 '사회적 벌레'가 되는 과정이었던가.



옥장판 사세요, 아니 제 영혼을 사세요


그럼에도 나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려 홍보 글을 쓴다.


벌레가 된 그레고르는 결국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쓸쓸히 죽었지만, 나는 죽을 수 없다. 이 옥장판... 아니, 이 책은 내 영혼의 조각들을 기워 만든 것이니까.


미안합니다, 친구들.


나는 오늘도 당신들의 피드에 흉측한 옥장판을 깝니다.

하지만 부디, 이 벌레의 더듬이가 가리키는 곳을 한 번만 봐주기를.

그곳에 내가 밤새워 길어 올린, 제법 쓸만한 이야기가 놓여 있으니까.



작가의 말:

책을 내고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사과하는 법'이었습니다. "귀찮게 해서 미안해", "바쁘면 안 사도 돼". 하지만 그 미안함 뒤엔 "그래도 좀 봐주지"라는 구질구질한 마음이 늘 딱지처럼 붙어 있더군요.


세상의 모든 1인 출판 작가들, 그리고 잠재적 옥장판 판매원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